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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Mar 26. 2020

120%를 보여주세요

2020년 3월 26일-나로 살기 86일째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직장 다닐 때 업무를 맡게 되면 일단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말을 주로 했다. 그때 직장 선임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120%를 보여줘야 할 때야”

맙소사... 내 능력의 120%의 에너지를 쏟으라고. 이건 과정보다는 결과로 평가되고, 보여지는 것보다 능력을 중시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물론 선임은 열심히 해보라는 뜻을 다른 말로 한거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으로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직장이 100%를 원한다면, 넌 120%를 해내야 해. 그게 네가 살 길이야.”

이직을 준비중일 때 직장 다니는 친구가 했던 얘기다. 나는 또 ‘맞아 맞아’ 하면서 얼마나 고개를 끄덕였는지 모른다. 매번 일할때마다 몸을 불살라서 하려다보니 나는 타고 남은 재가 되었다. 크고 작은 모든 일에 윗 사람의 기대가 커지고 그에 부응하기 위해 나는 또 최고를 보여줘야 했다. 그런 연속된 생활 속에 소진이 빨리 찾아왔다.     


“덜 열심히 살아도 돼”

이게 최근 나의 모토다. 바로 전 직장 다니면서 몸의 체력과 내가 가진 능력을 안배하면서 쓸 수 있도록 동료분들이 이끌어줬다. 쉴 땐 쉬고, 열심히 할 때는 또 도와가며 하는 법을 배웠다. 전 직장 센터장님은 강사분들이 정해진 시간 보다 늦게 오면, 다급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게 아니라 물 한잔 주며 잠시 쉬어가며 숨을 돌리라고 했다. 그 모습이 내게 큰 가르침이 되었다. 때로는 힘을 빼고 살아도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일하면서 마음이 무겁지 않고 편하게 근무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 나는 내 능력의 60~70%를 유지하고 있다. 아니, 그보다 조금 덜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덜 열심히 살아도, 힘주고 살지 않아도 일은 일대로 돌아가고, 내 나이는 들어가고, 시간은 흘러간다. 구태여 내가 붙잡을 수 없는 것들에 힘주어 매달리려고 했던 기분이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느끼며 오늘도 슬기롭게 백수 생활을 즐기려고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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