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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Apr 02. 2020

새벽 5시 38분 우체국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2020년 4월 2일-나로 살기 93일째    

 

내 취침은 새벽 5~6시에 시작된다. 그리고 오후 1~2시쯤 밥솥이 일어날 때를 알려준다. 밥 취사를 예약해두고 잠들면 꽤 괜찮은 알람시계 역할을 한다. 신문을 구독해서 보는데 보통 새벽 5시~5시 20분 사이에 신문이 도착한다. 내가 거실에서 잠들고, 소리에 예민한 탓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이 건물에 방음이 안되서 그런가, 새벽 소리라서 더 잘 들리기 때문일까, 신문 배달하시는 분이 복도를 뛰어서 우리집 앞에 신문을 놓고 다시 뛰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신문 배달하시는 이 신문을 두고 가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또 무언가 툭 던지는 소리가 들린다.

    

‘뭐지?’

익숙하지 않은 소리인데? 이 새벽에 집 현관문을 열면 상대방도 놀라고 나도 놀랄까봐 일부러 그 소리가 나고 10분 정도 지난 후 현관문을 열었다.아침 신문과 택배 하나가 도착해있었다. 우리동네는 서울과 가깝기는 하나, 경기도 권이라서 택배는 하루 이틀 걸려서 저녁쯤 배송된다. 서울에서 있을때면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 오후에 택배를 받았었는데 그것에 비하면 시간이 소요되는 편이다. 점점 이 시골패턴에 길들여졌다. 도착한 택배를 봤더니 우체국 택배였다. 이 새벽부터 우체국 택배 기사님은 배송을 시작한 것이다. 보통 우체국 택배는 오전 10~12시 사이에 물건이 도착한다. 그리고 반가운 우체국 택배가 도착할 것이라는 문자는 오전 9시 48분에 왔다. 아무래도 물량이 많아서 서두르신 것 같다.     


그렇게 급할 것도 없는 물품인데, 이 새벽부터 서두르신 기사님을 생각하며 잠시 죄송스러워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왜 계속 택배를 주문하는가. 시골로 이사오면서 더 택배 주문을 자주하게 되었다. 일단 이 동네는 대형마트는 없고 보통 사이즈의 마트 2개가 있다. 없는 물건들이 많다. 그래서 인터넷 주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두물머리는 지하철 역이 있지만 굳이 서울방면으로 갈 필요없이 인ㄴ터넷으로 주문가능하다. 보통 여기 분들 장을 볼 때 하남 스타필드, 이마트 트레이더스, 코스트코를 가지만 모두 본인 차량으로 다닌다. 나는 차량이 없기 때문에 더욱 택배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이 동네가 시골이라고 물가가 저렴한 편이 아니다. 차라리 대량구매 인터넷 쇼핑이 더 저렴하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택배를 자주 이용한다.     


처음에는 택배가 와도 집 안에 택배 상자를 모아뒀는데, 이제는 택배 상자 집에 쌓이는 걸 보기 싫어서 바로바로 분리수거하러 간다. 매일매일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는 게 또 누군가에게 죄송하지만, 이 또한 일상이라는 게 그냥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아무쪼록 오늘 새벽에 배송 작업을 하신 우체국 택배기사님은 먼가 일이 있어서 오늘따라 서두른 것이였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이렇게 새벽마다 배송을 서두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힘드실 것 같다. 배송 중에도 피는 꽃잎을, 맑은 하늘을 한번씩은 바라보시며 한 숨 쉬어가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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