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천재다.
난 8살 밖에 안 되었지만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방법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이 재능을 살려서 코미디언이나 배우가 될 생각이다.
나의 재능은 날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고
그럼 우리 가족도 반지하 탈출이다.
난 우리 집이 우리 가족 것인 줄 알았다.
우리 아빠는 못과 망치로 집을 짓는 사람이니 우리 집도 아빠가 지었을 것이고, 그중 주인인 우리 가족이 집의 가장 기초인 반지하에 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집은 꼭대기에 사는 사람들 것이었다.
얼마 전에 우리 집 꼭대기에 사는 아줌마 조카가 찾아왔던 적이 있어서 그 녀석과 축구를 했었다.
반지하인 우리 집의 입구 옆에는 차 한 대가 들어갈 수 있는 지하주차장이 있었다.
지하주차장은 철문으로 닫혀 있어서 우리는 철문을 골대 삼아서 축구를 했다.
한참 재밌게 놀던 중에 꼭대기 층 아줌마의 조카 녀석은 공을 너무 심하게 차서 철문에 부딪히며 쾅!’ 소리를 냈다.
친구들은 ‘야 너무 세게 차지 마 거기 창호네 거야’라고 한마디 해줬다.
그러나 그 녀석은 큰 소리로 “아니 여기 우리 이모네 집이야 여기 지하까지 다 우리 이모 거야"
라고 말했다.
반지하에 사는 다른 친구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였으나, 나는 달랐다,
그러나 걱정 없다.
나에겐 재능이 있으니
사람을 웃게 만드는 방법은 나에겐 너무나 쉬운 것이다.
매주 주말 티비에서 하는 <개그천국>에서 난 그 원리를 꺠우쳤다.
어느날 <개그천국>을 보던 나는 개그맨들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하나같이 멍청한 척을 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깨우친 원리가 맞는지 곧바로 시험해 봤다.
학교에서 받아쓰기를 빵점을 맞았다.
물론 일부러 정답을 다 피해 간 것이다.
똑똑해야 다 틀릴 수 있다.
학교에 돌아와서 엄마 아빠에게 받아쓰기 점수를 보여주자 엄마 아빠는 활짝 웃었다.
‘아이고 요 녀석아 이게 뭐야’
그날 나는 웃음의 원리를 깨우쳤다.
선생님과 친구들을 상대로도 나의 재능을 시험해 봤다.
체육시간에 줄넘기를 한 날이었다.
각자 연습 시간을 갖은 다음, 5명씩 앞으로 나와서 10개씩 할 수 있는지 체육 선생님한테 확인을 받았다.
나는 당연히 줄넘기를 할 줄 알았지만, 웃음을 주기 위해선 못하는 척을 해야 한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큰 소리로 ‘하나!’라고 외치면서 일부러 내 줄넘기에 내가 걸려 넘어졌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넘어진 나를 보며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난 속으로 ‘순진한 것들’이라고 생각하며, 일어났다.
나의 갈 길을 정한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일분일초라도 아껴서 나의 개그를 갈고닦아야 한다.
“창호야 동네에서 자전거 탈래?”
옆집에 사는 성찬이가 하굣길에 놀자고 오늘도 나를 꼬신다.
어림도 없다.
“안 돼 나 집에 가야 돼”
“왜?”
이럴 땐 엄마나 ‘구몬’ 핑계를 대면 바로 벗어날 수 있다.
급하면 두 개를 다 쓰는 거다.
“엄마가 오늘 구몬 다 하래”
“헉 알았어”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순진한 것’
당연히 구몬은 미리 다 해놨다.
나중에 개그맨 돼서 돈 많이 벌면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 성찬아 나를 용서해 다오
집에 와서 엄마가 준 찐 고구마를 먹었다.
추운 겨울엔 역시 고구마다.
먹자마자 공책을 편다.
일단 지난주 주말에 <개그천국>에서 재밌게 본 내용을 쓴다.
자기 이마를 치면서 노래를 부른다.
한 단어에 한 번씩 이마를 쳐야 되고 이마를 빨리 칠수록 사람들의 웃음은 더 커진다..
그다음에 뭘 적지 생각하고 있는데, 건너편 집의 재민이 형 아줌마가 갑자기 우리 집, 아니 반지하 문을 두들긴다.
“창호 엄마! 창호 엄마!”
다급한 목소리에 엄마가 빨래를 하다가 놀래서 문을 연다.
“창호 엄마 큰일 났어, 창호 아빠 3층에서 떨어졌대! 요 앞에 신병원으로 실려갔다니까 빨 리가 봐”
아빠는 요즘 우리 동네의 빌딩을 지으러 다니는데, 3층으로 벽돌을 나르다가 중심을 잃고 빌딩에서 떨어졌다는 것이다.
엄마와 나는 급하게 병원으로 갔다.
아빠는 정신을 잃고 중환자실에 있었다.
엄마가 의사 선생님에게 아빠의 상태를 물으니 선생님은
“일단 상태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뼈가 많이 으스러져서 걷는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쌀쌀맞게 말하고 다른 환자를 보러 갔다.
재수 없네, 의사를 장래희망으로 정하지 않길 잘했다.
엄마와 나는 아빠의 갈아입을 옷을 챙기러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 엄마는 집에서 가장 큰 가방에 아빠의 티셔츠, 바지, 속옷을 빠르게 넣었다.
그러다가 멈추더니 엄마의 어깨가 들썩인다.
“흑.. 흑..”
엄마가 울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나의 재능을 발휘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내 옷장에서 삼각팬티를 꺼내 머리에 쓰고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추우니까 모자 쓰고 나가자 아빠 거도 챙겨”
나는 잔뜩 기대에 찬 표정으로 우는 엄마를 바라봤다.
근데 엄마의 말은 나의 예상과 달랐다.
“창호야 너 바보야! 너까지 왜 그래! 흐흐흑”
“아니 엄마 그게 아니라...”
“팬티 다시 갖다 놓고 와!”
“어..”
나는 바보가 아니라 똑똑한 사람이고, 엄마를 웃기려고 한 것이라는 걸 설명할 수가 없었다.
내가 멍청해졌나.
하나 분명한 건 더 이상 누군가를 웃기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반지하를 탈출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