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미션은 인터넷 연결.
한국에서 미리 Xfinity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상품에 가입했고, 미국에 오니 문 앞에 장비가 배송와 있었다. 그다음으로 Xfinity 어플을 다운받아 접속한 다음 설치절차를 해야 하는데, 아무리 해도 어플에 접속이 안 된다;;; 가입할 때 적은 메일주소를 했는데 인증을 시도할 때마다 안 되어서 메일도 보내고 인터넷도 검색하면서 며칠 씨름하다가 오늘은 그냥 Xfinity 사무실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미국에서 전화나 이메일로 해결이 안 될 때 직접 찾아가면 어떻게든 되더라는 경험을 이미 터득한 터였다.
그런데 아무리 깨워도 아이가 안 일어난다;; 어제는 그래도 눈을 떴다가 다시 잤는데 오늘은 실신한 것처럼 잠에서 깨지 않았다. 그래, 너도 낯선 곳에 와서 적응하느라 얼마나 피곤하겠어. 인터넷이야 좀 불편할 뿐 급한 것도 아니니 아이가 푹 잔 뒤에 움직이기로 했다.
나도 같이 누워서 뒹굴거리면서 맘 속으로 '하나님, 어떻게 사무실 안 가고 해결할 수 없을까요? 너무 귀찮은데요.'하고 기도하던 중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시도해보자 싶어서 Xfinity 어플을 켰다. 본인인증 수단이 나오는데 혹시나 싶어 이메일 대신 한국에서 만들어 둔 talkton 어플의 전화번호를 넣었더니 그 번호로 인증번호가 오면서 접속에 성공했다! 오잉? 오늘도 할렐루야로구나.
이제 어플에서 시키는 대로 장비를 연결해야 한다. 장비를 잘 살펴보니 이렇게 생긴 단자에 꽂는 것인가 보다. 먼저 안방에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래, 한 번에 잘 될 리가 없지. 온 방을 돌아다니며 똑같이 생긴 구멍을 찾아 꼽아 넣고 시도하기를 반복하다가 겨우 거실 단자에 연결이 되었다. 한참의 세팅 과정을 거친 뒤 이제 우리 집에는 인터넷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얏호! 이제 문명의 세계로 돌아왔구나.
얼른 아이를 깨워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으나 아이는 여전히 곤히 잠들어 있다. 괜찮아. 교육청 일정은 내일이니까 오늘은 급한 일도 없어. 뭐 하나라도 더 해치우고 싶어 마음이 조급해지려는 나를 다독이는 찰나 엄청난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가 자고 있다 = 나는 자유다!
서로 학교도, 학원도, 직장도 안 가는 상태로 매일 24시간 붙어 있은 지 며칠이 지났다. 떼쓰거나 투정 부려서 힘들게 한 적은 별로 없는 아이이지만 하루 종일 심심해하면서 놀아달라고 하거나 나를 툭툭 건드리는 것이 적잖이 피곤하던 차였다. 게다가 나는 미국 정착이라는 중차대한 임무에 온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아아, 아이가 자는 동안 온전히 나 혼자서 쉴 수 있다! 아이 씐나! 뭘 하면 좋을까?
갑자기 떡볶이가 먹고 싶었다. 한국에 살 때에는 그닥 한식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미국에 도착하니 어쩜 그리 매운맛이 당기는지. 매콤한 떡볶이 한 그릇을 앞에 두고 한국 드라마라도 시청하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 같았다.
엊그제 아마존에서 배송 온 냄비에 생수를 넣어 끓이다가 미쓰리 떡볶이 소스를 한 봉지 부었다. 페어팩스를 떠날 때 H마트에서 사가지고 와서 냉동실에 넣어둔 떡을 꺼내 잠시 물에 불린 뒤 냄비에 넣었다.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미국에서는 구하기 힘들다고 해서 H마트에서 미리 쟁여 둔 넓적 오뎅도 한 장 꺼내어 가위로 숭덩숭덩 잘라 넣고 팔팔 끓인 후 마지막으로 파를 넣어 장식하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무빙세일로 받은 예쁜 그릇에 옮겨 담았다.
미국에서의 첫 떡볶이를 눈앞에 두니 감개가 무량했다. 창 밖으로 푸른 하늘이 보이니 어쩐지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 그래, 정착 과정이 아직 안 끝났지만 여기서 잠시 좀 쉬어가자. 운전면허증 좀 늦게 받으면 어떻고, 학교 좀 늦게 보내면 어때. 결국 어떻게든 되겠지. 너무 애쓰지 말고 순간순간 즐기며 살자구.
떡볶이를 한 입 베어 물으니 그리운 맛이 났다. 나는 오뎅을 싫어해서 그 긴 세월 동안 떡볶이에 오뎅을 왜 넣나 의문이었는데 그 의문이 이제야 풀렸다. 미쓰리 떡볶이 소스는 한국에서 시험해 볼 때는 뭔가 2프로 부족하다 싶었지만 딱히 대안이 없어서 가져온 것인데, 오뎅 한 장을 넣으니 국물맛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 학창 시절 학교 앞 그 떡볶이 같은 맛이 났다.
이제는 아이가 깨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카펫 위에 대자로 뻗어 누워서 떡볶이를 한 입씩 오물거리며 넷플릭스를 시청했다. 어서 VPN을 깔아서 쿠팡 플레이로 '밤에 피는 꽃'을 시청해야겠다. 어째 드라마도 사극이 당긴단 말이야. ㅋㅋㅋ
[미국 정착 꿀팁]
한국에서 미리 업무를 처리할 때 미국 전화번호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talkatone 어플을 다운받으면 미국 전화번호가 부여되고 이 번호로 전화와 문자가 가능하다.
미국 오기 전에 Xfinity 홈페이지에서 미리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하면 장비가 미리 도착해 있고, 주말에도 어플로 연결 가능하다. 신청일로부터 장비 배송일까지 일주일도 안 걸리는 듯 하니 너무 일찍 신청할 필요는 없다.
미국 내 떡볶이 수급상황을 몰라서 걱정했는데, 떡볶이 밀키트는 미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미쓰리 소스도 아마존에서 살 수 있다. 가격은 아직 비교해보지 않았지만 아마 비싸기는 할 듯하다.
ps. 글 제목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제목을 패러디 하였습니다.
떡볶이 맛은 개인 취향이니 참고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