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도 눈치게임이야
갑자기 생긴 팀회의에 다들 눈치를 보며 움직였다.
팀장님 얼굴이 묘하게 굳어있었다.
다들 의문을 표하는 얼굴로 회의실로 갔고, 팀장님의 입이 열리자 다들 경악했다.
팀장님이 일을 그만두신다고 하신 것이다.
졸지에 나는 퇴사하겠다고 말하려다 눈치를 보며 함구하게 되었다.
팀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수선해졌고, 다들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와서 생각하면 팀장님이 그만두시는 것과 내 퇴사는 상관없지만, 그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회사에 대한 애증이 너무 넘쳤었다.)
결국 내가 생각한 퇴사라는 목표는 그렇게 쉽게 좌절되고 말았다.
사실 첫 번째 퇴사를 결심한 것도 아니었다.
이번이 제대로 맘먹은 두 번째 퇴사결심이었는데, 11개월쯤 되었을 무렵 같은 팀 동기가 당일 퇴사를 해버려 분위기에 휩쓸려 그때도 퇴사를 말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번엔 꼭 말해야지라고 단단히 맘먹고 말을 꺼내려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나약한 내 정신상태로는 도저히 그 분위기를 깨고 나가겠다고 할 수가 없었고, 또 어영부영 팀 상황에 휩쓸려 일을 계속하게 되었다.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가 계속되었다.
심지어 팀장님이 나의 업무 최종결재자셨는데, 팀장님이 나가시면서 나와 사수분 둘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버렸다.
업무의 책임감은 더 중해지고, 자신감은 점점 바닥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렇게 나의 퇴사와 함께 꿈꿨던 행복은 함께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