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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를 자의로 중단하다

병원은 지긋지긋해

by 꽃빛달빛 Mar 13. 2025

팀 회의가 끝났다.


팀회의가 끝나고 멍해진 상태로 터덜터덜 자리에 앉아 일을 했다.

어떻게 일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팀장님의 퇴사일이 확정된 이후 삶은 점점 피폐해져 갔고, 병원에 가도 마음은 점점 아파오는데 약은 항상 똑같이 받아오는 날이 반복됐다.


내 삶에 달라지는 점이 없었다.


정신과는 내게 희망 같은 곳이었다.


그래서 병원을 방문했었다.

그렇기에 약도 꾸준히 챙겨 먹고 낫기를 간절히 바라며 간 것이다.


그렇지만 병원에 갈 때마다 달에 20만 원 가까이 돈이 빠져나갔고, 증상은 악화되기만 했다.

(병원마다 금액이 상이한 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나는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 약을 먹는다고 낫지도 않는데 내가 왜 병원에 가야 하지?'

'이 돈으로 차라리 다른 걸 하는 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회사 앞이 병원이라 해도 맨날 가면 대기해야 하고, 너무 귀찮고 싫어.'


나는 조심히 남자친구에게 병원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남자친구는 나를 엄청나게 뜯어말렸다.

그러다 더 큰일이 날 거라고, 저번에 자의로 끊었을 때가 기억나지 않냐고 말이다.


물론, 자의로 약을 끊었을 때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긴 했다.

하지만 너무 우울했던 나에게는 미화된 기억뿐이었다.


거기다, 내겐 병원을 안 가고 싶은 이유만 점점 쌓여갔다.

결국 난 내 안의 악마에게 져버렸고, 마음대로 병원을 빼먹었다. 약도 먹지 않았다.


남자친구에게는 비밀로 했다. 병원을 계속 가는 척을 하며 아무 일도 없는 척을 지속했다.


매일 아침, 근무시간마다 억지로 날 재우려 들던 약이 없으니 너무 행복했다.

오후에도 몸이 약에 의해 항상 축 늘어져있었는데, 기운이 샘솟았다. 

사는 것 같았다.


약은 항상 날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멍 때리게 만들었는데.

약이 없으니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일도 잘되는 것 같았고,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았다.


난 그렇게 잠시동안의 행복을 즐겼다.

약의 부작용이 사라져 사람다워졌다고, 역시 난 병원에 가지 않는 게 맞다고 믿었다.


나의 우울은 병원에서 오진한 것이고,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생각을 했다.


새로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말이다.


*자의로 정신과에 가는 것을 멈추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절대로 자의로 중단하지 마시고 전문의와의 협의를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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