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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퇴사를 고민하다

퇴사를 이야기하다

by 꽃빛달빛 Mar 08. 2025

이전 글에서 과소비로 인해 있었던, 그나마 괜찮았던 소비와 그렇지 못한 낭비적인 소비를 다뤘었다.


그렇게 소비가 감당이 안되어 한참을 고뇌하던 중 회사에서 일이 터졌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 우울증이 너무 심한데, 사회에서의 가스라이팅까지 더해져 유난히 고됐던 것 같다.


매일매일 혼이 났어야 했다.

잘하면 잘했다고 일을 더 주고, 못하면 못한다고 일을 더 주었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받고, 어리다고 잡일은 다 맡고, 눈에 보이진 않지만 힘든 일들이 계속해서 주어졌다.


나의 자존감은 점점 바닥을 향해 내리꽂았고, 점점 살고 싶다는 생각보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눈앞을 가려왔다.


매일 출근이 하기 싫어 매일밤마다 울었고, 아침에는 어떻게든 안 가려 애를 쓰다 지각을 할뻔한 적도 많았다.


가족들은 내게 버티라고 말했고, 친구들은 내게 얼른 나오라고 소리쳤다.

그 사이에 껴버린 나는 이도저도 못한 채 고통만 받아갔다.


매일 퇴근길을 울며 산책했다. 집에 가면 버티라는 말이 들려올게 훤해서 집에 가기가 너무 싫었다.

추운 날이던 더운 날이던, 매일 산책을 했다. 강박적으로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야근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계속 계속 집에 늦게 들어갔다.


산책을 하고 있으면, 퇴근길 차도가 매일 나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이리 와서 뛰어들면 편해질 거라고.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군대에 가있던 남자친구는 나를 안타깝게 지켜보며 제발 그러지 말라고 말리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남자친구를 생각하며, 친구들을 생각하며,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생각하며 계속 버텼다.


물론 매일매일 나쁜 유혹이 나에게 속삭였지만 난 그러지 않기 위해 매주 병원을 가며 약도 먹고 힘을 내려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나약해서였을까. 사회가 너무 악랄했던 것일까.


결국 첫 퇴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첫 퇴사를 마음먹고, 나는 되려 겁을 먹었다.

이 회사에서 배운 모든 것이 물경력일까 봐. 다른 회사에 갈 수 없을까 봐 말이다.


그래서 퇴사를 마음먹고도 한참을 말하지 못한 채 눈치만 살폈다.

계속해서 말이다.


팀장님과 단둘이 대화하고 싶었지만, 팀장님은 너무 바쁘셨다.

이야기할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처음 퇴사를 말하기로 결심하고, 퇴사를 말하려 했다.

떨려오는 심장을 부여잡고 퇴사를 말하려는 순간 팀회의가 열렸다.


그리곤 중대발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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