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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때린 것은 누구였을까

by 봄책장봄먼지

연재 20주 차. 1월 19일에 시작한 연재가 어느덧 만 4개월을 맞았다. 연제 제목은. 보시다시피...


<비혼을 때리는 말들>


처음엔 '그만 좀 때려'라는 심정으로 시작한 연재였다. '때리다'라는, 조금은 자극적인 어휘가 들어간 제목에는 그간 나를 때려 온 말들을 신명 나게 비판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스무 개에 가까운 글을 쓰면서 문득 느낀다.


그 말에 반응하고 그 말에 꼬투리를 잡았던 것은 누구일까.

그 말에 잠시 흔들렸거나 멈추어 뒤돌아보았던 사람은?



2화_ 폭력적 언사, 둘이 잘해 봐~
3화_짚신도 짝이 있대
4화_아니, 네가 뭐가 부족해서
5화_어디에 내어놓아도 안 빠져, 빠져, 빠져
6화_한창 예쁠 때 결혼해야지
7화_모아 둔 돈 좀 있을 거 아냐
8화_언제 철들래?
9화_자녀가 어떻게 되세요?
10화_아이를 낳아 봐야 어른이 되지
11화_넌 좋겠다, 네 마음대로 하고
12화_나이 들어서 아프면 어떡해
13화_미친 척하고 만나 봐
14화_결혼하지 마, 그냥 혼자 살아
15화_눈이 너무 높은 거 아냐
16화_그런 애들이 제일 먼저 시집가더라
17화_너 닮은 딸이면 예뻤을 텐데
18화_너도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19화_야, 너도 (비혼) 할 수 있어!


그간 쓴 목차들을 돌아보니, 어느 날 나의 일상으로 훅 들어온 펀치들도 있었고, 내가 버선발로 마중 나가 맞이한 펀치들도 있었다.


그렇다. 세상이 나를 종종 때린 것은 맞다. 하지만 가끔은 때리기도 전에 방어 자세를 취했다. 오랫동안 팔을 든 채로 '비혼을 때리는 말들'에 발톱을 세운 것 또한 맞다. 정말 때리는 말들이어서 기분이 상한 적도 있었고 알고 보면 때리는 말들이 아니라 나를 걱정하는 말들이어서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었던 적도 있었다.


따지고 보면 그 모든 말이 '비혼'으로서의 나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비혼을 때리는 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연재 브런치북까지 발간하도록 암암리에 날 도운 셈이다. 그러니 그 모든 말에 일일이 대꾸하고 응대하며 고개를 갸웃할 필요는 없다. '나'는 '나'로 존재하면 될 것이고 '비혼을 때리는 말들'은 나를 따라올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발화되고 흩어지면 그뿐이다.



과연 비혼을 때리는 말들은 어디서 시작되었고 그 종착지는 어디일까?


부디, 비혼을 때리는 말들이 어느 누군가에게 가 닿든지 간에 그 누군가는 먼지를 털듯 휙 털어 버리고 자신만의 갈 길을 묵묵히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길에서 나 역시 누군가와 함께 '비혼'으로 빚어진 발걸음들을 나란히 내디디고 싶다.


누가 때리든 어디를 때리든,

더는 그 말들이 나를 휘젓거나 집어삼킬 수는 없다.



그저,

너는 너고,

나는 나다.



(사진: Mohamed_hassan@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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