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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Oct 06. 2022

꿈꾸지 않으면

동요 / 동요 듣다 눈물 흘린 사연

어느 날 동요를 듣다 눈물이 좀 나올 뻔했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니, 갑자기 동요에서 만난 철학이 가슴을 아리게 울렸고, 별 헤는 맘에선 윤동주 시인 생각이 났다. 이게 그냥 동요는 아니겠구나 직감했다.


(일단 검색해서 꼭 한 번 들어보세요. )


이 노래 '꿈꾸지 않으면'은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의 교가다. 1997년 문을 연 간디학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학교이기도 하다. 이 노래의 작사가 양희창 선생님은 간디학교 교장으로 있을 때 이 노래의 가사를 썼고, 거기에 곡을 붙여 교가를 만들었다. 아 그래서 없는 길, 낯선 길을 간다고 했구나. 역시 그냥 동요는 아니었다.


첫째가 서너 살쯤 됐을 때 아이가 대안학교를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국 공교육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고 자유롭게 대안교육을 받으면 아이가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땐 약간 겉멋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가 원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으나, 그저 남들 그렇듯 무탈하게 보통의 학교를 잘 다녔으면 좋겠다. 그 속에서 보통의 사회를 배우면서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삶을 살았으면 하고 바란다.


내 아이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할 때 나는 아이의 발걸음을 축복해 줄 수 있을까? 낯선 길을 가려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손뼉 쳐 줄 수 있겠냔 말이다. 나는 못한다. 솔직히 그렇다.


내 아이가 BTS RM일지언정 나는 RM의 엄마는 못되고, 아이가 이적일지언정 나는 박혜란 교수가 못된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장학금 받는 미국 유학길을 뒤로하고 창업을 하겠다는 아들의 등짝을 한 번 때리고 말았다는 정육각 김재연 대표의 엄마는 못된단 말이다. 사람들이 닿아놓은 순탄한 길을 내 아이도 어렵지 않게 걸어가 주길 바라는 나는 그저 평범한 엄마일 뿐이다.

하고 싶은 건 없지만 혹시 몰라 공부는 열심히 해두는 거라는 요즘 아이들의 영민함보다, 낯선 길을 꿈꿀 수 있는 해맑은 무모함이 분명 더 나을 것 같으면서도 말이다.


그걸 알기에 한편으로는, 나는 그런 엄마가 못되어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내 아이들은 남들 안 꾸는 그런 꿈을 꾸며 낯선 길에 발을 내디뎌 주길 바란다. 그러면서 꼭 이 부족한 엄마를 이겨주길 바란다. 모순적 이게도.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는 가사를 듣고 가슴이 아렸던 건, 꿈을 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이었을 거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아들아, 너는 배우면서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많은 꿈을 꿔보렴. 비록 실패해도 그 배움이 너에게 0은 아닐 테니 그냥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꿈을 꾸며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으로 자라다오. 엄마가 좁은 시야로 너를 막아서도 꼭 나를 이겨주렴. 이렇게만 자란다면 나는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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