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4 / 주 5일 수영장에 가는 이유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육아는 수영과 비슷하다고. 모든 사람이 아이를 낳아 기를 필요는 없지만, 육아는 직접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새로운 세계다. 육아 집중기엔 많이 고되지만 아이는 그것을 상쇄할 만큼의 기쁨을 주더라.
수영도 그렇다. 처음 배울 땐 힘들지만 점점 잘하게 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물과 친해지면 혼자서도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기분이랄까? 그 뒤엔 바다라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데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모든 사람이 수영을 할 필요는 없지만, 수영을 하지 않으면 분명 알지 못하는 세계가 거기에 있다.
두 달 여 전부터 수영에 빠져 지내는 중. 여전히 고급반에서 제일 못하는 실력이지만, 강습이 없는 날엔 자유수영까지 하며 주 5일 수영장으로 출근했다. 열정만큼은 옆 레인 *1번 못지않았다. 나는 한동안 수영 생활을 즐길 것 같다.
*1번이란? 수영 강습 시 라인에서 첫 번째로 출발하는 사람. 보통 제일 잘하는 사람이 1번을 맡는다.
누군가 수영이 왜 좋냐고 내게 물어보면 나는 그냥 좋다고 대답할 테지만, 그래도 며칠 전부터 그 이유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면 그 이유를 생각하며 수영을 더 오래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수영이 몸에 좋은 이유야 의사가 더 잘 설명할 수 있겠지만, 내가 꼽은 이유는 그런 전문적인 내용은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1. 운동을 했다는 성취감이 크다. 수영 강습 시 50분 동안 25m 레인을 약 30번에서 40번 왕복한다. 처음엔 25m도 힘들었는데 이제 두 바퀴는 돌 수 있다. 두 바퀴쯤 돌면 숨을 몰아쉬며 헐떡이면서도 내가 좀 늘었구나 싶다. 마흔이 넘으면 체력 떨어지는 걸 훅 느낄 수 있다는데 수영이 나의 40대 체력을 책임져주길.
2. 운동한 게 아까워서라도 과식하지 않는다. 초기엔 운동을 하고 나면 더욱 허기져 과식을 한 뒤 부른 배를 움켜쥐고 후회를 하곤 했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 수영한 게 아까웠다. 그래서 요즘엔 가능한 아침을 먹고 운동을 가고, 점심도 적당히 먹는다. 수영을 끝내고 나와 몸무게를 잴 때마다 충동적이지 않았던 어제의 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3. 불필요한 약속은 잡지 않는다. 우리 수영장의 수영 강습은 10시, 자유 수영은 12시. 애매한 시간이라 약속이 생기면 수영을 못 간다. 그래서 보고 싶은 사람, 중요한 자리가 아니면 가능한 약속을 잡지 않는다. 자연히 수영하는 날엔 내 시간이 많다. 벽돌 책 한 권을 끝낸 것도 사실 수영 덕이다.
4. 강습비가 저렴하다. 우리 수영장 주 3회 강습료는 65000원. 가임기 여성은 58500원으로 할인해 준다. 강습 없는 날의 주중 자유 수영도 무료. 20일 동안 운동한다고 보면 하루 3000원꼴이다. 필라테스나 요가, 테니스 등의 다른 운동과 비교하면 감사한 가격이다. (장비 욕심이 많은 사람은 추가로 돈이 들어가지만, 그거야 요가나 발레 하다못해 달리기를 해도 장비 사느라 돈이 들 테니^^;;)
5. 저녁에 머리를 안 감아도 된다. 수영을 하면 수영복을 입기 전에 한 번, 수영이 끝난 뒤 한 번 총 두 번 샤워한다. 머리도 두 번씩 감는다. 그래서 저녁까지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에게 미안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땀이 난 날이 아니면 저녁에는 집에서 머리를 감지 않는다. 저녁에 머리를 감지 않으니 밤마다 긴긴 머리를 말리는 시간이 들지 않아 좋다.
6. 예쁜 수영복 입는 재미가 있다. 예쁜 옷이 넘쳐나는 것처럼 예쁜 수영복도 넘쳐난다. 그런 말이 있다 수태기엔 수영복을 살 것. 그럼 예쁜 수영복 입을 생각으로라도 수영을 가게 된단다. 비록 지난달 수영복과 수모, 수경을 사재끼다 생활비에 구멍이 나고 말았지만(남편에겐 비밀....) 이제는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예쁜 수영복을 보면 기분이 좋다.
수영이 불안이나 우울증 극복에 효과적이고, 체내 면역 향상에 기여하며 체내 에너지 증가를 통해 주의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의학적인 설명 없이도 수영이 충분히 좋은 이유가 이렇게나 많다!
무엇보다 좋은 건 수영을 하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