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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Oct 11. 2022

문제는 접영이 아니야!

수영 1 / 나비처럼 물 위를 나르는 그 순간을 위해

'올해는 접영을 마스터하겠어!' 마음먹기 하나는 참 잘 하는 내 올해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접영이었다. '자유형, 배영, 평영 다 할 줄 아니까 접영 영법만 배우면 수영 끝이군!'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10여 년 만에 호기롭게 수영을 다시 시작했는데, 첫날 알게 됐다. 문제는 그게 아니란 것을.

그걸 깨닫는 데는 10분이면 충분했다. 수영 강습이 시작되면 자유형을 몇 바퀴 돌며 워밍업을 하는데 다른 회원들은 참 잘도 도는 몇바퀴 중 나는 반바퀴도 딱 숨이 넘어가게 힘든 거다. 

수영장 레인은 보통 25m. 나는 편도 반바퀴를 가놓고 헐떡거렸다. 그걸 꾹 참고 마저 반바퀴를 돌면 아주 그냥 숨이 넘어갈 기세. 누가 보면 하프 마라톤이라도 뛴 사람인 줄 알겠다. 

다리에 힘이 있어야 발차기도 팍팍 하고, 호흡이 남아 있어야 사이드 턴도 하는 건데 이건 뭐 접영은 고사하고 기본이 하나도 안되는 거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나는 접영만 못하는 게 아니구나.' 계속 발차기를 해야 하는 다리는 아프고, 호흡은 숨 넘어갈 듯 딸리고, 지구력도 별로 없는 것 같고.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집 앞 체육센터에 수영 강좌가 열린 건 몇 달 전. 완공한지 2년이 다 됐는데 코로나로 이제야 개장했다. 추위가 가시면 시작하려고 늦장을 부리다 4월에 수영 등록을 했는데 수강인원이 많지 않아 초급반과 고급반만 개설된 상태였다. 수영 얼마나 하시냐는 말에 접영 발차기하다 그만뒀다 했더니 고급반에 배치됐다. 첫 수업에 가보니 나 빼고 다 접영까지 가능한 회원들이었다. 


수영은 힘도 힘인데, 매일 꾸준히 하는 아줌마 할머니들을 이길 수 없다. 빠르진 않아도 끝도 없이 돌 수 있을 것 같은 걷는 듯한 자유형을 구사하는 생활 수영인들은 진심 어나더 레벨이다. 수영은 꾸준히가 핵심 중의 하나란 말이다. 근데 나는 맨날 약속 가느라 4월 강습 빼먹기를 밥 먹듯 하니 늘리가 있나.


"수정 회원님, 혹시 접영을 배우고 싶으시면 다음 달에 중급반이 생기니 그 반으로 옮기셔도 됩니다." 지난달 말 강사님께서 중급반을 권유해 주셨으나, 그 반은 초급에서 이제 막 자유형하고 온 분들이라 나랑은 또 맞지 않는단다. 일단 방법이 없다. 고급반에서 눈치껏 따라가는 수밖에.

4월 한 달, 나의 수영 워밍업 기간이 끝났다(워밍업 참 길게도 했다). 나는 비단 접영만 못하는 게 아님을 알았으니 이제 꾸준히 체력을 기르며 호흡을 늘려가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그리고 마침 지금은 5월이 아닌가!

햇볕이 가까워지는 5월은 수영하기 제격인 달이다. 더워지기 시작할 때라 첨벙하고 풀에 들어가기 좋다. 일단 풀에 들어가기만 하면 물속은 내 세상이다. 강사님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몇 바퀴 돌고 나면 숨이 찬다. 벌건 얼굴로 샤워하고 나와 조금 덜 마른 머리로 바람을 맞으면 그게 또 그렇게 시원하고 기분도 끝내주는 거다. 씻고 나와도 다시 더운 푹푹 찌는 한여름보다 지금이 수영하기 좋은 이유다. 

수영하기 좋은 5월,  나는 이번 5월엔 주 3회에 자유수영 1회까지 주 4회 수영을 실천해 볼 참이다. 그러다 보면 자유형 몇 바퀴도 돌 수 있고 사이드 턴도 폼 나게 하고, 돌고래처럼 입수도 할 수 있겠지. 그러다 보면 언젠가 접영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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