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 사소한 것이 주는 즐거움
'아 팔을 이렇게 뒤로 쭉 뻗으면서 물을 밀어내는 거구나!' 어제보다 오늘의 내 수영이 늘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머리로만 이해되던 걸 몸이 알아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 씻고 나와 대충 말린 머리가 가을바람을 탄다. 이래서 헤어트리트먼트의 향이 중요한 법. 나는 여전히 수영이 재밌다.
점심으로 새우 파스타(내 최애)가 먹고 싶었지만 냉동밥을 꺼냈다. 빨리 점심 식사를 해치우고 따뜻한 커피가 먹고 싶어서.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내리고 아이들 간식 상자에서 달달한 쿠키를 찾아냈다. 기분이 좋아진다. 여기에 얼마나 읽을지 모를 책까지 끼고 앉으면 금상첨화.
지인 덕에 읽고 있는 책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천성이 그리 계획적이지 못한 사람인데, 성격대로 살다가는 인생에 구멍이 생길 것 같아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한 게 십수 년 전. 그러나 여전히 기록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저 적어두고, 쌓아두고, 사진을 찍어둘 뿐.
이 책을 읽으며 기록을 잘해보고 싶어졌다. 그 와중에 지금 당장 잘할 건 아니라는 생각에 이 책은 연말에 다시 읽어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어쨌든 지금 읽으면서 곧 다시 읽어야지 하는 맘이 생기는 책을 만나 또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 하원 후 저녁은 뭘 할까 생각했다. 밥하기 싫은 날, 귀찮은데 사다 먹을까? 시켜 먹을까? 50번쯤 고민하다 일단 밥을 안쳤다. 냉동실에 얼려둔 돼지갈비(어머님 해 주신 것)를 꺼내 데웠다. 대충 계란을 부치고 제일 만만한 김을 꺼내 놓았다. 아들들 밥 한 공기 뚝딱하고 '한 그릇 더!'를 외쳤다. 별것도 안 했는데 잘 먹는 날이 있다. 빈 밥공기에 기분이 좋아지는 나란 엄마. 시키지 않고 밥하길 잘했다.
사소한 것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다시 기분이 또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