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나의 길로 가려고요.

#1. 나, 나의 길로 가지 못했다.

by 노연석

살아오면서 가장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회사생활 30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아무것도 해 놓은 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주어진 조건에 아무런 의심 없이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것이다. 누구나 직장을 다니며 다양한 세상을 바라보고 접하기는 하겠지만 내가 사는 세상을 벗어난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보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젊었을 때부터 그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하나, 둘… 몇 개라도 파 봤다면 지금 내가 걸어온 길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텐데,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았어야 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해 지금은 후회를 하곤 한다. 이미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다른 세상으로의 이탈의 기회가 없지는 않았다. 그때 그 기회를 기회로 생각하지 못하고 시도해 보지 않은 것들도 있고 어쩌면 지금 이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게 올바르게 판단했을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찾아온다. 다만 그것이 기회였었는지는 대부분 지나고 나서야 알아 챈다는 것이다.”


퇴사, 고민만. 퇴사는 하지 못 했다.

첫 번째 다가온 기회는 마지막 사원 딱지를 떼고 대리가 되는 과정 속에서 나는 그런 기회가 주어졌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열심히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승진의 기회에 내가 누락되는 것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 온다. 그런 회사가 싫어서 다른 회사를 알아보기도 했다. 결국 뛰쳐나가지 못했지만...

그때는 자신이 없었다. 현실의 상황에 불만이 많았지만 이곳이 주는 비전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기회는 정말 놓치지 말아야 했을 기회였던 것 같다고 생각은 했었다. 정말 죽기 살기로 열심히 일을 하던 시절,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정말 편하게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덕에 나는 많은 기술을 배우고 익혔고 우리 부서에 중심에 서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외부에서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종종 헤드 헌터로부터 이메일이나 전화 연락을 받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거절했다.

그때는 자신이 있었지만 현실에서 일하는 즐거움이 더 컸기 때문에 그냥 머무르기로 했다.




우물 안의 개구리로 살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덧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살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가진 기술은 기술이 아닌 것이 되었고 새로운 기술 변화에도 빨리 따라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렇다. 뭐 오랜 기간 회사 생활로 어떤 일이라도 할 수는 있지만 그런 어떤 일을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름 IT 전문가로 살아왔다고 생각을 했는데, 20년 넘게 해온 개발에서 손을 놓았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몰라 방황하다 그냥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이리 끌려다니고 저리 끌려다니는 그런 신세가 되어 버렸다. 지난 일들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돌이킬 수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잘못 살아온 것도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 인가?

회사에서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기술발전에 맞춰 계속 성장을 하던가? 바깥세상으로 나가서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하던가 해야 할 것이다. 난 곧 회사를 나야 할 만큼 나이가 들지는 않았자민 나는 회사는 회사에서 나가라고 해도 정년까지 끝까지 버티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다른 회사로 가거나 창업을 한다거나 개발자들의 최후 보류인 치킨집 사장도 되지 않기로 했다.

주 48시간이 주는 기회

지금은 내가 젊었을 때만큼 정신없이 회사일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고 회사도, 국가도 주 48시간 근무시간을 지키라고 하니 예전처럼 나의 시간을 회사에 헌납할 일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 시간들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그 시간을 통해 퇴사 후의 삶을 설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작년부터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이 퇴사 후의 삶이다. 그 이야기를 하려고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책 읽기다. 노후 준비를 위해서 주식, 부동산, 경매, 경제 관한 책들을 주로 읽고 필사하고 하면서 독서하는 습관을 들여 지금은 삶의 일부가 되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정말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로 살았다는 것을 하나하나 증명해 주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많은 직업들이 있고(몰랐던 건 아니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에 대한 간접적 경험을 하면서 직업병이 발동하기도 한다.

내가 몰랐던 그 세상을 알아가면서 내가 알고 있는 IT 지식과 개발 역량, 지식을 총동원 해 새로운 사업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이미 세상에 나와 있다. 계속 책을 읽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더 떠오를 것이고 그중에 하고 싶은 일을 만들 수 있기에 책 읽기는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돈을 버는 일이든 나를 변화시키는 일이든 간에.


기록하기, 정리하기

계속 책을 읽다 보니 읽은 책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중요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찾아보는 일도 쉽지 않다. 책을 잘 읽지 않던 시절에는 책에 낙서를 하거나 줄을 긋거나 하는 행동 자체를 싫어해서 잘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자책을 읽어도 중요한 부분에 줄을 긋고, 더 중요한 부분들은 노트에 필사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나중에 찾아보기 쉽다. 볼펜이 없는 경우는 스마트폰 메모장에 기록해 둔다. 이렇게 적어 놓은 글들은 나중에 내가 글을 쓰거나 새로운 생각을 할 때 도움을 주곤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습관이나 실천의 과정들이 퇴사를 한 후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믿고 살아가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다른 분들의 글도 읽어보고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고민해보기도 하는 일들도 재미있고 즐거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이직에 대한 고민이 직장의 꼰대 때문이라서 퇴사를 결심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른 세상으로 나가봐야 거기도 똑같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 또 다른 꼰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젠 직장 생활에 목숨을 걸 필요도 없고 회사에서도 워라벨(Work-life balence)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기이니 이 시간들을 잘 활용하여 나 자신을 갈고 닦는데 활용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며 달려 갑니다.


:: #1. 나는 아직도 나를 모르겠다.
:: #1. 나, 나의 길로 가지 못했다.
:: #1. 나, 나를 모르고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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