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에 소망을 담아 돌리기
아직도 변함이 없는 동네이지만 나는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만 해도 그래도 지금에 비하면 내 또래나 위, 아래로 동네 아이들이 꽤 많은 편이다. 모두들 이맘때가 되면 설렘 가득 분주하고 바빠진다.
쥐불놀이에 사용할 깡통을 구하러 다니고 쥐불놀이에 사용할 땔감을 구하러 산에 오른다.
깡통은 구하면 대못을 대고 망치로 두들겨 구멍을 낸다. 그리고, 빙빙 돌릴 수 있게 철사줄을 달고 나면 이제 산으로 올라간다.
산에서 유명을 달리하고 말라가는 나뭇가지들을 하나둘씩 모아 커다란 포대에 하나 가득 담아서 산을 내려와
쥐불놀이를 할 장소에 가져다 놓고 잘 숨겨 둔다.
늘 노력 없이 남의 것을 탐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잘 찾아내지 못하게 잘 숨겨 둔다.
지금 시간이 밤 8시니까.
이 시간쯤 되면 밥을 먹고 슬슬 그곳으로 향한다. 밖에는 이미 보름달이 떠올라 어둠 속에서도 동네 아무개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준다. 시골에 가로등도 없을 때라 달이 뜨지 않는 밤은 늘 칠흑같이 어둡기만 했었다.
그런데, 쥐불놀이할 때 돌리는 그 깡통을 우리 동네에서도 "망우리"라는 명칭으로 불렀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무슨 말인지 말 모르고 다들 그렇게 부르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불렀던 것 같다.
지금도 그 뜻이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떤 블로그에서 확인하기로는 망월(望月) 놀이에서 망울이 놀이, 망우리와 같이 변해서 생겨난 말이고 달맞이 놀이라고 하는데 이 조차도 정확하지는 않지만 가장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출처:네이버블로그 워킹맨>
어쨌거나 우리는 오늘 이 시간이 오면 불이 나지 않을 만한 장소를 찾아서 망우리에 불을 붙여 돌리고 또 돌리다 하늘 높이 던져 뿌려지는 불꽃들을 감상하는 일을 준비해온 땔감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반복하고 반복을 했었다.
그러다 보면 옷에 불똥이 튀어 구멍이 나기도 하고 몇 시간 불놀이를 하다 집에 들어가면 온몸에서 제대로 불향이 가득 베이곤 했었다.
쥐불놀이를 해 본 지 40년도 넘었을 것 같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그때는 그 일이 우리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놀이고 축제였다.
쥐불놀이로 인해 논에 쌓아둔 볕 집더미를 태우기도 하고, 산에 불이나기도 하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각종 규제로 이제는 더 보기 힘들어진 놀이인데 기억 속에서 잊힌 지 그것이 오늘 문득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정월 대보름 달을 보고 망우리를 던지며 달을 보며 소원을 빌던 그 시절의 소망이 지금 이루어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 시절에 어떤 소망, 소원을 빌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의 그 소망, 소원이 지금의 내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잘 되었을 수도 어쩌면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젠 더 이상 이런 놀이를 하며 소망, 소원을 빌만한 기회가 쉽게 오지 않을 것이란 거다.
지금 내가 소망하는 것은 훌륭한 사람이 되거나, 돈 많은 부자가 되거나,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시절 가졌던 그 설렘을 지금 다시 가져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작은 소망을 오늘 보름달에 빌어 보려 한다.
그런데, 오랫만에 기억을 무심하게 만들듯 오늘은 달이 구름에 가리워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Image by Stefan Geisler from Pixab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