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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e Apr 20. 2022

태양은 내 곁에

쑤버 알룯 아우룯닦 웨-와-

සුබ අලුත් අවුරුද්දකවේවා!
Puthāaṇdu vāazhthugal
Happy New Year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스리랑카의 4월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싱할라와 타밀족이 함께 맞는 국가 최대 명절인 설날이다. 4월에 무슨 새해냐고 하겠지만 전통적으로 별자리 점성술이 발달한 스리랑카에서는 태양이 스리랑카의 바로 위에 위치하는 시간을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긴다. 불교국가이지만 별자리에 따라 상서로운 시간과 나쁜 시간을 구분할 만큼 랑카 내에서 점성술이 중요하며 경조사나 국가의 큰 의식도 언제나 별이 지나는 길을 따른다고 한다. 랑카는 알면 알수록 새로운 신비로움으로 나의 호기심을 깨운다.


매년 새해를 맞아 별자리 점을 치는 점성술사들은 지나가는 해 (the old year)와  새해 (the new year)를 선언한다. 태양이 물고기자리인 마샤 라시아 (Masha Rashiya)를 지나 양자리 미나 라시야 (Meena Rashiya)를 지나는 시간을 중립 시간으로 여기며 그 시간에는 모든 일을 중단하고 종교 활동에 집중한다. 태양이 양자리를 지나면 행운의 시간이 찾아오므로 모두가 한날한시에 불을 피우고 우유를 끓여 우유밥을 짓고 함께 나누어 먹는다. 음식을 먹은 후에는 집안 어른들을 찾아 절을 올린다고 하니 어쩐지 한국의 새해 새배 문화와도 결이 맞닿아있다.


올해는 랑카 정부가 깜짝 발표한 임시공휴일과 부활절까지 더해져 무려 일주일의 연휴가 생긴만큼 여행지에서 새해를 맞았다.  피리릭~ 퓩! 숙소에서는 불꽃이 보이지 않는 폭죽 소리가 연이어 들려온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축제 분위기는 아닌데 왜 이리 불발탄이 많지?라고 생각했는데 새해의 시작과 함께 랑카 사람들은 원래 불꽃놀이가 아닌 큰 소리만 내는 폭죽을 터트린다고 한다. 요란한 폭죽 소리에 맞춰 스리랑카 사람들은 전통 북인 라바나를 울려  새해의 시작을 알리며 각 가정에서는 소리에 맞춰 불을 지피고 집안을 환하게 밝힌다.

새해를 함께 맞은 가족.. 우리에게 새해 의식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여행 두 번째 날 이동 동선이 길어 아침부터 준비를 서두르는데 숙소가 무언가 분주해 보인다.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가득하고 다들 식사 후 절에 가려고 하는지 새하얗고 정갈한 옷차림이다. 호텔에서는 새해를 밝히는 행사와 음식이 따로 마련되어 있으니 우리도 함께 하자고 권한다. 이런 귀한 기회를 놓칠 수 없지... 가보니 바닥에 모래와 잎사귀를 깔고 팟에 우유를 끓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귀엽게 쪼개 놓은 땔감과 정성스럽게 장식된 참파 꽃까지. 이제  점성술사가 정해준 시간이 되면 모두가 같은 시간에  불을 지핀다. 우유가 끓어 넘치는 것은 풍요를 기원하는 것이요 정확한 시간에 불을 붙이면 올 한 해 좋은 일만 생긴다 여겨진다고 한다.

이렇게 넘치는 풍요가 랑카에 허락되기를


식탁 한편에 준비해 놓은 새해 음식도 풍성하다. 우선 코코넛 우유를 넣어 만든 백설기 모양의 키리 팟(Kiribath)과 매콤한 양념인 루누 미리스 (Lunu miris)가 주식인데 이 양념이 아주 맛나다. 적양파와 매운 고추 그리고 갖은 향신료를 넣어 알싸한 매콤함을 가지고 있다. 김치 대용으로 딱인데 조금은 느끼할 수 있는 코코넛 우유 밥과 아주 잘 어울린다. 거기에 달달한 한국 전통과자 같은 코키스(Kokis)와 케움(kevum) 등 디저트들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아직 밥을 손으로 조물조물해서 먹을 정도로 현지화가 되진 못했지만 그래도 2년 차라서 그런지 음식들이 제법 눈에 익는다. 조식을 이미 먹었는데도 한 접시 뚝딱!

한식과 닮은 듯 다른 랑카 새해 메뉴


새해 의식이 끝나고 함께하는 체육대회까지 참여할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랑카의 소중한 일상을 온전히 공유한 것만으로도 완벽하루였다. 이곳은 서로 다른 싱할라와 타밀 민족이 어우러져 살아가는지라 새해 문화와 의식은 다소 상이하지만   모든 가족 친지가 함께 상생의 조화를 이루어 나간다. 불교국가이지만 4   부활절, 파트니 페스티벌과 같이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를 존중하며 함께하는 것도 랑카의 포용성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제 막 태양의 일 년 여행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가족과 이웃들이 모여 새하얀 키리 팟을 먹었으니 랑카 사람들의 마음에도 초록 새순이 돋아나기를 그리고 태양의 기운이 가득 비추기를 소망해 본다. 


모두들 사랑이 가득한 새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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