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거야”라는 시기가 왔다. 여전히 바지의 앞뒤를 헷갈려하고, 단추를 어긋나게 잠근다. 신발은 늘 왼쪽, 오른쪽을 바꿔 신으며, 스스로 밥을 먹지만 입안에 들어가는 밥알수가 더 적을 수도 있다.
스스로 하는 건 참 대견한 일이지만 어쩐지 내가 나서서 ‘빨리’ 완성시켜주고 싶다. 특히 아침 등원시간에 뚝딱거리는 모습을 볼 때면… 손이 먼저 아이를 도와주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가 느낄 성취감을 빼앗는 것 같아 내 마음을 꾹꾹 눌러 담는다. 혹여나 내 눈에서 다급함이 새어 나올까 다른 곳을 바라보기도 했었다. 아이를 기다리는 나에게도 지금은 인내의 시간이다. (내 손아 나대지 마…) ‘잘’을 ‘빠르게’로 이해하지 않게 오늘도 ‘천천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그러니까 어른이 되면 신발 끈 묶는 일도 차차 쉬워질 거야. 그러자 현성이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것도 맞는데 지금도 할 수 있어요.
어른은 빨리할 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