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기본기 그 정체를 알아볼까요?
지금 들려드리는 이야기는 8, 90년대에나 가능했던 이야기라는 점을 먼저 밝히고 싶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니까요.
J는 초등학교 6년 내내 반장이었습니다. 공부도 늘 1등을 놓치지 않았지요.
그런데 J에 관한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어요.
J가 중학교에서 꼴등을 했다는 것입니다. J의 엄마는 몸져누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J는 다른 지방으로 전학을 갔습니다.
소문의 디테일은 이랬습니다. 초등학교 때 J의 어머니는 치맛바람으로 J의 성적을 올렸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시험지를 빼돌려 J에게 주었다는 것이지요.
중학교에 올라간 J는 더 이상 시험지를 구할 수 없었고, 결국 실력이 들통이 났던 것입니다. 저의 어린 시절, 지방 작은 도시에서 이런 일은 흔히 있었답니다.
제가 의아했던 것은 아무리 시험지를 미리 봤다고 해도 늘 1등만 하던 아이가 어떻게 꼴등을 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문제와 답을 외우는 것도 실력인데 어떻게 공부 했기에 그 지경이 되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반대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그만그만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정신을 차리고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갔다는 이야기도 그 시절에는 흔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도 어떻게 공부 기본기를 쌓았길래 공부하려는 의지만 생기면 좋은 결과가 나왔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동기가 생기는 것도, 또 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는 것 모두 대단한 행운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짐작하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책을 읽어내는 능력에서 이 차이가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책을 읽어내는 능력만으로 실력의 차이가 결정되는 것은 제가 어린 시절, 그러니까 옛날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요즘처럼 선행학습이 일상화되어 있고, 학원이 계급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너무 낭만적인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하실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한 바로는 요즘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흔히 공부를 못한다고 하는 아이들은 공통적으로 책을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했거든요.
또 당장의 성적과 상관없이 책을 읽어내는 능력을 키워주면 결국에는 스스로 해내는 것 또한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영어와 수학에서 다시 실력 차이가 생기지만, 국어 독해력이라는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고서는 요즘도 공부를 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책을 읽어내는 능력, 즉 독해력에 대한 관심이 요즘처럼 뜨거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에서 국어 성적이 입시 결과를 좌우하게 되는 상황이다 보니, 독해력이 요즘 핫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일까요? 저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독해력 기본기 없이 공부를 잘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해력이라고 하면 단순 독서를 생각하시거나, 혹은 외국어 능력을 더 많이 생각하시는데 그 이상의 영역이 있습니다.
탄탄한 어휘 체계를 갖추어야 하고, 글의 맥락을 파악하고, 글 속에 담긴 정보를 읽어내고, 외워야 할 것과 이해해야 할 것을 나누고 분류하는 정보처리 능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것을 공부의 기본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초등학교에서는 높은 수준의 어휘력과 독해력이 필요한 학습을 하지 않습니다. 어휘력과 독해력이 학교 성적을 좌지우지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보내게 되지요.
하지만 이 독해력을 쌓는 시기가 바로 초등학교 6년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이때 독해력 기본기를 쌓지 못하고 중학교에 올라가면 J처럼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중학생이 되면 갑자기 많은 과목을 공부해야 하고, 어휘 수준도 높아지기 때문에 어휘력과 독해력이 탄탄하지 않으면 공부가 어려워집니다.
앞에서 언급한 공부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부를 해도 성적이 잘 오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초등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갑자기 성적이 떨어졌다는 사례가 많은데, 그런 경우 국어실력을 점검해보시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독해는 매우 정교한 정신 활동입니다. 시각 자극과 어휘력, 상상력, 사고력, 경험치 등 다양한 영역이 동원되어 이루어지는 두뇌활동입니다. 또 독해력은 사고력과 통찰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인지능력과 학습능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무조건 책만 많이 읽으면 독해력이 좋아진다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엄청난 독서량에도 불구하고, 책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난독을 하는 아이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전략적인 독서활동이 필요합니다. 독해력은 국어과목뿐만 아니라, 사회, 과학, 수학, 영어 성적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영어는 의외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어만 다를 뿐 문장을 이해하고 번역하려면 결국 국어 능력이 중요합니다.
과학이나 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이나 수학적 사고력이 중요할 것 같지만, 글로 표현된 정보를 이해하려면 역시 독해능력이 필요합니다.
세상의 모든 공부는 어휘를 다루고,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에 의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 그럼 우리 아이 독해력을 어떻게 키워주어야 할까요?
쉽게 읽을 수 있는 동화책과 만화책부터 어려운 전문서적까지 책의 수준도 다양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책 중에 독해력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뻔한 이야기 같지만, 교과서를 스스로 읽어낼 수 있는 수준을 기준으로 아이를 지도하시라고 조언드립니다. 흔히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뻔한 이야기가 생각나지요? 교과서 위주의 공부...
중학교에 가면 갑자기 과목이 많아지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래서 평소에 예습, 복습을 하면서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예습으로 교과서를 한번 읽어보고, 학교 수업을 들으며 내용을 이해하고,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복습하는 공부 패턴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교과서를 미리 읽어보며 내용을 짐작해볼 수 있는 정도의 독해력이 필요합니다.
그럼 교과서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독해력은 어떻게 쌓아주어야 할까요?
중학교 교과서를 한번 읽어봐 주셨으면 합니다. 어휘력이 일정 수준 이상 되어야 읽어낼 수 있는 내용일 겁니다.
교과서에서 다루는 고급 어휘들은 대부분 한자어이기 때문에 한자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려운 책은 내용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어휘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독해력의 핵심이 바로 어휘력입니다.
'경선, 중선, 직경' 각각 단어의 의미를 바로 이해하실 수 있나요? 이 단어들의 의미를 바로 이미지로 그릴 수 있나요?
이 세 단어는 모두‘지름 경(徑)'자와 관련이 있습니다.‘지름 경(徑)’자만 알고 있어도 각각의 단어를 감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습니다.
지름을 이은 선이 '경선'이고, 가운데를 이은 선이 '중선', 곧은 지름은 '직경'입니다.
중학교 이후의 교과과정에는 이런 어휘들이 혼용되어 출제되기 때문에 어휘 체계가 없으면 이런 단어가 나올 때마다 막막해합니다.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고도 이런 단어들의 뜻을 찾고 외우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되죠. 무작정 외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부가 막연히 어려워집니다.
반면 언어를 이해하는 사고체계를 초등학교에서 잘 쌓아두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 학습동기만 생기면 단기간에 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공부의 기본기라고 강조해두고 싶습니다.
혹여 공부 기본기를 쌓아주어야 한다며 다시 불안을 조장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다만 이런 공부 기본기는 적절한 시기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쉽게 쌓아줄 수 있는 것이라 꼭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그럼 다음 화에서는 공부 기본기를 쌓아주기 적절한 시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 경 미
(현) 성북동 좋은선생님 원장
(현)좋은 연구실 대표
(전) 대치동 KYLA Smart Education 원장
(전) 성북동 성당 주일학교 교사
저서 및 저작 활동
<뮤지컬 앤 더 시티> 저자
<일기는사소한숙제가아니다> 저자
<초등1,2학년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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