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발달을 불러오는 사소한 습관

by mmyoo

00가 수업 시간에 엉뚱한 말을 해서 고개를 갸웃하게 되었습니다.


맥락 없이 “치킨 말고 통닭을 먹으라고 했어요.”라고 말한 것입니다.


저는 치킨과 통닭이 어떻게 다른지를 되물어보았습니다.


00는 치킨과 통닭 두 단어의 의미를 전혀 인지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치킨은 바삭하고 통닭은 축축하다 정도가 00가 두 단어에서 떠올리는 인식 수준이었습니다.


문자적 인지는 없고, 경험적 의미만 가지고 있는 셈이죠.


그런 현우에게 치킨은 닭을 영어로 표현한 것이고, 통닭은 닭을 통째로 요리해서 통닭이라고 하는 거라고 알려주니 놀란 표정을 짓더군요.


그날 현우는 말할 때 단어의 뜻을 한 번 생각해보는 습관을 들이기로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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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대부분 자기가 하는 말의 뜻을 정확히 새기지 않고 사용하곤 합니다.


그래서 가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말을 하고, 또 무슨 글을 쓰는지도 모른 채 글을 쓸 때가 있습니다.


어릴 때 논술학원에 다니며 어려운 글을 배운 아이들에게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하게 보입니다.


학원에서 어려운 말을 접하다 보니, 들어서 기억나는 어휘를 생각하지 않고 사용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만 잘 들여도 언어 능력이 제대로 발달합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말과 글의 뜻을 새겨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언어 능력과 독해력 발달의 시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에서 사전을 찾아보며 모르는 어휘를 알아가게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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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에는 삶의 흔적과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치킨과 통닭만 해도 그렇습니다. 동네 시장 닭튀김 집에서 닭을 한 마리 통으로 튀겨서 판매하던 시절에는‘통닭’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죠.


그래서 그 시절을 다루는 장면에‘통닭’이라는 단어가 사용됩니다.


월급날 노란 봉투에 통닭을 포장해 오신 아버지와 그것을 나누어 먹는 가족들의 모습, 가난했지만 정겨웠던 그 시절의 향수가 이 단어에 묻어 있습니다.


그러다 90년대 이후 미국식 치킨을 판매하는 치킨 브랜드가 하나둘 생겨납니다.


기존의 통닭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영어를 써서 프라이드치킨이라고 이름을 붙였고, 그렇게 치킨이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사용됩니다.


치킨이라는 단어에는 미국식 신문물이 도입되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셈이죠.



단어 속에서 이런 것을 읽어내는 것이 바로 국어 실력이자, 독해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단어에서 그 궤적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또 사적 깊이를 어디까지 추론해내느냐가 인문학적 소양이자 언어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들의 학창 시절 국어 시간을 떠올려보셔요.


국어 선생님이 단어에 담긴 숨은 의미를 말해주면, 그것을 교과서에 옮겨 적었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읽기는 물론 독서록 쓰기 등 다양한 독서활동을 하게 됩니다.


이미 여러 번 강조했듯 언어 발달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며, 이런 활동을 통해 언어 발달은 더욱 촉진됩니다.


공부에 대한 첫인상이 결정되는 처음 공부 시점에 단어의 의미를 새기는 습관을 들여주어야 합니다.


이 시기에만 조금 노력해서 습관을 잘 들여주면 평생 공부하는데 든든한 기본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보통은 새로운 단어는 사전을 찾아보며 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하지요.


그런데 사전에는 더 어렵고 복잡한 단어로 설명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오히려 부정적인 편견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보리 출판사에서 나온 <<보리 국어사전>>이 그나마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사전을 찾아보라고 억지로 강요하기보다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어머니의 언어로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단어의 뜻을 새겨보는 것이 지겨운 공부로 인식되면 오히려 잘못된 언어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귀찮은 마음으로 막연하게 단어의 뜻을 알고 넘어가거나 모르는 단어를 무시하고 그냥 읽는 습관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단어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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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탕을 먹으며 수업을 했답니다. 한자어를 공부하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 Y가


"선생님 그럼 사탕에 '사'는 무슨 '사'자예요?"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이런 궁금함이 너무 감동스럽습니다.


"사탕의 '사'자는 모래 '사'자야. 설탕이 모래처럼 생겼잖아. 옛날 사람들이 모래 같은 설탕으로 만들었다고 사탕이라고 했나 봐." 했지요.


설탕은 '눈 설'자과 '엿탕'자를 씁니다.


중국 단 것의 기원은 '엿'이었던 모양입니다. 탄수화물을 졸여서 당도를 높인 것이 엿이지요.


눈처럼 하얗게 정제한 엿이 설탕의 의미입니다.


정제기술이 발달하기 전의 설탕은 모래처럼 생겼겠지요? 혹은 최초의 사탕 모양이 모래나 돌 모양이었을거라고 짐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설탕과 사탕 중에 무엇이 먼저 나왔을까요? 따져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사탕이 먼저이지 않을까요? 정제기술이 발달한 이후 나온 것이 설탕일 테니 말이에요.


이런 것들을 유추해낼 수 있는 것이 진짜 국어 실력이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공부의 기본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 말과 글을 세심하게 생각하고 사용하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 어떤 공부보다 중요한 학습 기본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회부터는 인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정말 어려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저도 부담이 되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윤 경 미

(현) 성북동 좋은선생님 원장

(현)좋은 연구실 대표

(전) 대치동 KYLA Smart Education 원장

(전) 성북동 성당 주일학교 교사


저서 및 저작 활동

<뮤지컬 앤 더 시티> 저자

<일기는사소한숙제가아니다> 저자

<초등1,2학년처음공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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