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은 급식을 받아와 아이들 옆에 앉았다. 디저트로 나온 샤인머스캣을 몰래 주고받거나 젓가락에 하나씩 꽂아 꼬치처럼 만드는 아이들이 보였다. 미선은 습관적으로 아이들을 향해 고개를 돌려 검지손가락을 입술 앞에 갖다댔다. 아이들은 잠시 눈치를 보며 밥을 먹다가 또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귀가 웅웅거렸다. 오리고기 볶음 한 점을 밥 위에 올렸다. 아이들보다 수북한 양의 오리고기가 부담스러웠다. 미선은 억지로 한 숟갈을 입에 넣고 한참을 씹었다. 요즘 소화가 영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이, 아이들은 번개처럼 먹고 일어서는가 하면, 고기를 다시 받기 위해 줄을 서러 갔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수업 종이 울렸는데 동규 자리가 비어 있었다.
“동규 어디 갔니?”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점심시간에 동규 본 사람?”
아이들은 주위를 둘러보며 대답을 기다렸지만, 역시 조용했다.
“우리가 동규 지키는 사람인가 뭐.”
낮은 목소리가 미선을 긁었다. 현수였다.
때마침 교실 전화벨이 울렸다.
“선생님, 저 2학년 1반인데요, 화장실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아이가 있더라고요. 근데 잠시 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미선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얘들아, 잠시 오늘 배울 부분 읽고 있어. 무슨 일이 있나봐. 빨리 갔다 올게.”
“네!”
뒤통수 뒤로 들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뛰다시피 걸었다.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2학년 선생님의 손짓에 화장실로 들어가니 땀으로 흠뻑 젖은 동규의 얼굴이 미선을 쳐다보았다. 동시에 미선은 코를 틀어막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