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리노'에서 젤라토

파리의 안나 81

by Anna

완전 푹 잤다. 뚜왈렛이 늦게 와서 화장실 문제 때문에 조금 고생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유로운 아침을 보냈다. 점심을 먹고 외출을 할까 말까 조금 망설였지만 방에만 콕 박혀있는 하루를 보내긴 싫어서 급히 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 요 근래 날씨가 여름보다 더워서 오늘은 민소매 티를 입었는데 후회되지 않는 선택이었다.


오랜만에 마레지구에 갔다. 70번 버스를 타고 골목 사이사이를 구경하며 편하게 갔다. 저번에 퀵 보드를 타고 70번 노선을 따라갔을 때는 한참 걸렸는데 역시 대중교통이 좋긴 하다. 시청 앞에 도착해 오래간만에 구제 숍이 들러 구경을 했다. 킬로 샵에서 마음에 드는 원피스를 발견했지만 가격이 조금 나가서 구매는 하지 않았다. 게다가 여름용 원피스라 곧 입지 못하게 될 것 같았다. 프리피스타에는 사람만 많고 괜찮은 옷이 없었다. 2호점까지 구경하고 너무 더워서 매일 지나쳐만 갔던 ‘아모리노’에서 젤라토를 사 먹었다. 3.60유로라는 거금을 주고 제일 작은 콘을 샀다.

맛은 네 가지 정도 고를 수 있다고 하던데 생각보다 다양하지가 않아서 나는 초콜릿, 피스타치오, 레몬 맛 이렇게 세 가지를 골랐다. 꽃 모양으로 담아주긴 했지만 내가 고른 젤라토의 색깔이 갈색, 연한 갈색, 연한 노란색이라서 예쁘진 않았다. 기념사진 한 방 찍고 녹아내리는 젤라토를 급히 먹어 치웠는데 생각보다 특별히 맛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 먹고 마지막 3호점까지 꼼꼼히 뒤져보았지만 득템은 실패하고 집으로 갔다.


좀 쉬다가 케빈이 와서 임무 수행을 마치고 빨래를 돌렸다. 양이 하도 많아서 우선 하얀 옷 위주로만 했다. 이번 주엔 어두운 계열로만 입어야겠다. 저녁 먹기 전 남자 친구와 작은 감정 다툼을 했다. 서로에게 실망하고 상처 주고 결국 지금은 그냥 뜨뜻미지근한 상태. 이런 상황이 나는 너무 싫다. 그런데 매번 이런 상황을 만드는 건 나일까, 아님 너일까. 사랑은 어렵다. 더 외로워졌다.

keyword
이전 15화수영의 ‘ㅅ’자도 모르는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