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공룡 그림일기 >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지 벌써 1년이 지났어요.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해 적어도 하루에 30분 이상은 바깥공기를 맞으며 운동을 하는데요. 아직까지 개시를 하지 않았던 롱 패딩을 꺼내 입을 정도로 날씨가 많이 추워졌네요. 그동안은 두껍게 입지 않아도 동네에 있는 '호암지'라는 호수를 운동할 수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추워졌을까요? 흠.
추운 날씨 탓에 후다닥 들어와서는 따스한 핫초코 한잔으로 몸을 녹여주었고, 방으로 들어가는 길에 발견한 달력. 어느덧 마지막 장에 도달한 달력이 낯설게만 느껴지더라고요. 방으로 들어온 뒤 시작된 1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는 시간.
그림일기로의 뚜렷한 결과물도 없고,
몇 군데 본 면접은 떨어지기만 하고,
제안도 수 차례 거절당했고,
주식도 물려버렸고...
좋았던 순간들은 뒤로한 채 계속해서 부정적인 생각만 하고 있더라고요. 필사적으로 정신승리라고 하기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기에 좋은 해였다'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마치 다 알았다는 듯 저를 불러 세우더라고요.
"아들? 너..."
그리고는 쏟아진 물음표들.
"왜 이렇게 얼굴에 기운이 없어 보여?"
"뭐 안 좋은 일 있어?"
"쓸 돈 없니?"
"맛있는 거 사줄까?"
"고기 먹을래?"
참아왔던 마음이 녹아버린 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얼굴 표정만 보고 알 수 있는지... 그리고 엄마만의 위로 방식으로 어떻게든 기분을 풀어주려는 모습이 너무 울컥하게 다가왔어요. 12월 첫날부터 질질 짜는 모습을 보일뻔했습니다... ㅎㅎㅎ
남은 12월을 조금 더 텐션을 올려 열심히 보내면, 21년도도 좋았던 해로 기억될 수 있겠죠.
다들 남은 12월 파이팅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