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공룡 그림일기 >
#. 우리를 닮은 단풍
지금 다니는 회사를 출근한 게 아직 두 달이 채 안됐는데, 벌써 추워진 느낌입니다. 반팔을 입고 덥다며 다녔었는데, 저저번 주부터 겨울옷에 기모까지 꺼내서 입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번 주는 비교적 따스했지만, 10월 초~중순에는 갑자기 몇 단계 건너뛰고 바로 겨울이 올 것처럼 춥게 느껴졌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두꺼워졌습니다.
부랴부랴 겨울옷을 찾는 우리처럼 나뭇잎들도 부랴부랴 알록달록한 옷을 찾느라 바쁠 것만 같아요. 그러다 문뜩 본 가을 나무들은 어느덧 옷을 갈아입고 이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
급격히 변한 계절 속에서 단풍을 만들어낸 나뭇잎을 보면서 우리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초등학생 때 방학 내내 놀다가 40일 치 일기를 개학 전에 몰아 쓴 것부터 시작해서(저만 그랬을지도...)... 과제 마감 하루 전에 해내기, 프로젝트 마감 당일 전에 끝내기 등등 여차저차 시간이 부족해도 어떻게 해서든 해내던 우리들의 모습 말이죠.(이것 또한 저만 그렇다면 죄송해요...)
자연도 우리의 일상도 뭐 다 그런 것 같아요. 여차저차 해내는 모습. 그래도 잘 해내는 우리들을 대견하다고 생각하려고요. 가을로 접어드는 문턱이 짧든 길든 매해 이쁘게 물들인 나뭇잎이 올해 어느 순간 대단하다고 느껴진 것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