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인 운동과 다이어트 시작
국비로 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을 퇴사와 이어서 바로 시작한 것이 불안을 잠재우는데 좋은 수단이 되었다. 6개월 과정인 데다, 비용이 꽤 큰 과정인데 무료로 받을 수 있어서 퇴사 직전에 신청했었다. 평소 배우고 싶었는데 깊게 파고들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분야인 데다, 이직하는데 도움이 되는 스킬을 익히는 과정이다.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온라인으로 가상공간에 모여서 그룹 스터디를 하는 형태의 교육 방식이라 출퇴근 압박을 받지 않으면서 화면 너머라도 사람들과 같이 공부하는 유대감이 나를 이끌어주고 있다.
교육받는 학습의 양이 만만치 않아서 따라가기 수월하지 않은 날은,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런 것을 못해서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는 생각에 앞으로도 영원히 못할 것 같은 불안이 고개를 든다. 어떤 날은 교육받는 내용이 쉬워서 반나절만에 끝내기도 했다. 나 이런 거 잘하는 사람인데 회사에서 몰라줬다는 사실에 슬프기도 했다. 감정이 요동 칠 때는 우선 생각을 멈췄다. 그리고 Here and Now를 생각했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봤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불확실한 먼 미래를 미리 걱정하는 일도 아니고, 과거의 영광에 빠져 자만하는 것도 아니고, 상처를 헤집을 필요도 없다. 나의 선택에는 모두 이유가 있었고, 그런 나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생각 없이 그냥 할 수 있게 일상을 바쁘게, 루틴을 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안 그래도 퇴사하고 출퇴근을 안 하니 움직임을 줄어들고 먹는 메뉴는 간단한 빵, 떡을 찾다 보니 체중이 훅 늘었다.
이번 주 나의 일상은 이랬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바로 운동을 하고 와서 씻고, 단백질 셰이크와 식단을 아침으로 먹는다. 10시부터 교육 과정을 듣고, 1시에 3일은 단백질 셰이크를 먹었고, 이틀은 저탄수화물식을 먹고 얼른 산책을 다녀왔다. 햇빛으로 에너지를 채워서 다시 오후 6시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줌 모임을 하거나 조금 쉬다 보면 잠이 쏟아졌다. 아이를 재우며 일찍 잠드는 습관이 저절로 생겼다.
새벽 기상도 시도 했으나, 하루 성공하고 나머지는 평소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났다. 일상 루틴을 빼곡하게 채워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루틴을 짰는데, 오히려 이것저것을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안해졌다. 그래서 다시 Here and Now를 생각했다. 멈춰서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니 일상 루틴이 너무 빡빡했다.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는데, 저녁에도 모니터 앞에 또 앉아 있었더니 체력의 한계가 왔다. 그 와중에 식사량도 줄였으니 에너지가 부족했구나 깨달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나의 에너지와 시간은 정해져 있고 하고 싶은 것은 많다. 어디에 얼마만큼 쓸 것인지 매 순간 Here and Now를 살펴야 한다. 원하는 것을 인식하면서 그것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돌볼 수 있어야 불안의 구덩이에 빠지지 않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내일도 계속해서 연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