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기억을 많이 심어줘야지.
아이가 10살이 되면서 등교를 혼자 하도록 연습을 시작했다. 아이 혼자 집에 1시간 이상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아침을 차려주고 먼저 출근을 했다. 일주일은 혼자서 신나서 다녔는데, 2주 차가 시작되면서 아이에게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회사에 출근해서 한숨 돌리고 있는데,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찾다가 결국 바지에 지리기를 두 번 반복하기에 휴가를 내고 집으로 왔었다.
그 뒤로 아이는 계속 등교할 때마다 배가 아플까 봐 걱정을 했고, 먼저 화장실을 갔다가 가도록 연습했으나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걱정이 앞서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 쯤 퇴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기에 그만둬야겠다는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아이에게 퇴사 소식은 전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6개월 하게 되었다고 전했더니 아이는 자신을 엄마가 데려다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렇게 6주가 지났기에 이제 잊혔을 줄 알았다. 오전 일찍 교육을 받으러 가야 하는 일이 생겨서, 아이가 하루만 혼자 등교해야 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혼자 가보자 이야기했더니 아이가 불안을 보인다.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단단한 척 말을 아끼고 있으니, 아이가 절충안을 내놓기에 결국 차로 데려다주고 일정을 바삐 나서야 했다. 아이의 불안을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난감했다.
엄마로서 아이에게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트라우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아이가 아플까 봐 걱정되는 마음은 사랑에서 나온다. 그 마음을 아이에게 충분히 표현하면, 아이가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렇지 않고 잘 지내고 있는 것을 충분히 경험했다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충분과 아이의 충분은 다른가보다. 왜 자꾸 일어나지 않을 일을 상상하고 생각하는지 답답했다. 그날 만난 지인에게 걱정을 털어놓으니, 비슷한 일을 겪었던 지인이 알려준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현실로 일어날 것이라고 진정으로 믿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당연한 발달 과정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그런 생각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어른과 달라서 상처를 마주할 힘이 생길 때까지 그 상처를 꺼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딱지가 생기고 그 밑에 새살이 돋을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고 한다.
아직 아이에게 새살이 돋지 않았는데, 내가 성급했구나 하고 반성했다. 다행히 그날 집에 와서 물어보니 천천히 올라갔기 때문에 바로 교실로 갈 수 있었다고 한다. 크게 나쁜 일로 남지 않고 지나간 것 같아서, 안심했다. 아이가 혼자 가보겠다고 말하는 날까지 더 기다려줘야겠다. 설마 6학년까지 혼자 못 다니는 건 아닐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