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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L Mar 26. 2024

괜찮은 사람

봄에서 여름으로

불안하지만 인정받고 싶다

『괜찮은 사람』 / 강화길 / (주)문학동네 / 2017

  

   강화길 작가의 작품 『괜찮은 사람』은 8편의 단편 모음이다.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방」부터 2016년 발표한 「호수- 다른 사람」까지 각종 지면에 발표했던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2012년에는 수원 토막 살인 사건이 있었고, 2016년에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있었다. 사건의 피해자들은 불특정 여성이었다. 여성 대상 잔혹 범죄에 대한 인식이 증폭되던 시기, 민감한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그 불안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8편의 작품 모두 1인칭으로 자신의 불안정한 상태를 진술하면서 시작한다. 그들의 기술을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이런 글을 쓰는 작가의 심신이 걱정스럽다. 읽는 사람도 이렇게 꾹꾹 막히는데, 쓰는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작가 자신이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아픔을 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인터뷰 영상을 찾아보니 다행히 당장 거리에서 만날 것 같은 명랑한 젊은이라는 것에 안도했다.     

   

   꾹꾹 막히는 이유엔 이야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이 한몫한다. 낮과 밤이 전혀 다른 호수, 오래된 건물의 유치원, 불결하고 축축한 차 안, 그리고 몇 개의 작품에 등장하는 벌레들. 하나같이 눅눅하고 불결하다.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면 편히 숨 쉴 수 없다. 당장이라도 박차고 나가고 싶은 답답함. 그런데도 그들은 무엇을 위해 버티고 있는 것일까? 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면서까지 거기에 있었던 것일까?


   사고를 당한 친구의 남자가 범죄 현장인 호수에 같이 가자고 했을 때 굳이 따라나서야 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그 호수는 자신도 죽을뻔한 위태한 장소인데. 동행한 후 오 분도 안 되어 후회할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남자에 대해 믿음인가, 친구에 대한 의리인가. 

   이 질문은 다른 작품에서도 반복된다. 그들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의 표면에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있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에 대한 평판으로 연결된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대답을 듣기 위해 모든 불편한 상황과 공기를 버텨낸다. 그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다. 

   아이를 영재로 키워낸 훌륭한 엄마(니꼴라 유치원), 변호사 남편과의 유복한 생활을 하는 여자(괜찮은 사람), 여자 둘이 살아도 괜찮은 환경(방), 합창단의 솔로(당신을 닮은 노래), 형에게 도움 되는 쓸모있는 사람 (눈사람), 결핍을 부정하며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투쟁한다.      

   

    투쟁의 결과는 분명하지 않다. 모든 이야기가 명확한 결말이 없다. 그들이 탈출하고자 하는 세계가 실제인지 환상인지 혼동하게 한다. 오히려 이야기하는 사람을 의심하게 한다.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한 자신을 변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사건들이 굉장히 폭력적이다. 다만 현실과 환상을 오가면서 벌어지는 탓에 희생과 죽음을 실감하지 못한다. 그런 점이 더욱 현실과 닮아있어 슬프다. 소외된 개인의 불안과 범람하는 폭력. 그렇지만 그것이 뉴스에서 마구잡이로 등장하며 환상처럼 지나간다. 나의 일이 아니므로 외면한다. 거기서 벗어나 있는 자신을 계속 세뇌한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 이 정도면 훌륭해.”라고. 그리고 주변에 그걸 알아달라고 관심을 구걸하고 있다.


   “건강은 괜찮지?”, “뭐…. 특별히….”, “그럼 됐지. 살아있으면 성공한 거야”,

    마시던 술잔을 내려다본다. 이 술이 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불안에도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 건강함을 증명하는 방법이라는 듯. 권하는 술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인정받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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