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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온 Oct 08. 2023

, 문제는 말이죠



문제는 항상, 그들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데서 온다.


나를 구렁텅이로 빠트렸던 ㄱ는 일에 매여 살았다. 생리통을 진통제로 참으며 주말 내내 출근했다. 꼭 그가 해야하는 일이 아니었음에도, 자신이 도맡아했다. ㄱ은 술을 전혀 즐기지 않았는데, 주니어들과 상사들과 툭하면 술을 같이 마셨다. 나는 술을 즐겼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마시기를 좋아했고 주로 그들은 내가 함께 술 마시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다. ㄱ은 또한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 야근할 일이 없어도 회사에 남아 일거리가 남은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고 두세시간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집에 갔다. 본인이 야근할 것이 있는 날에는 그러고 한참 시간을 같이 보내고 늦은 밤 일을 시작해 새벽에야 집에 갔다. ㅁ의 눈에는 주로 정시에 퇴근을 하고 연차를 이용해 여행다니는 내가 꼴 사납거나, ㄱ과 비교되거나. 아니, 그게 아니라, 이미 ㄱ처럼 일하는 사람을 기준 삼은 그의 눈에는 내가 회사에 애정이 없고 일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ㅁ과 로맨스 드라마를 한편 찍고 난 후에는 실제로 정이라는 것이 모두 떨어진 후였으니, 어쩌면 억울할 게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 였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래서 나는 어떤 히어로가 나타나 ㄱ을 처단해주기를 기도할 수 없었다. ㄱ이 자꾸 미워졌지만, 내가 미워야할 것은 ㅁ이었기 때문에. ㅁ이 누군가를 편애하거나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한 마음이었기 때문에 ㅁ이 ㄱ을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게다가 ㅁ의 마음을 얻기 위해 치뤄야하는 대가들은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기도할 수 있었던 건 오직, ㄱ이 정신을 차리고 사장만 웃게하는 헌신을 그만해주기를, 그것 뿐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내 식의 사랑을 이해해줄 곳으로 가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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