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생계를 위한 대책 마련하기
죽음의 시한부 선고는 아니지만,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 실업급여 수령가능 기간인 5개월의 선고를 받은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5개월 안에 생계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듯, “앞으로 뭐해 먹고 살지?”라는 어려운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다.
처음 이 문제의 중심은 오로지 ‘나’였다. “나는 어떤 일을 잘 하지?", "나는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지?", "나에게 어떤 가치가 중요하지?" 등 '나'를 중심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접근하려고 했다. 그러나 나의 주관과 이상에 치우쳐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현실 앞에 의기소침하거나 비현실적으로 이상을 잡게 되고는 했다. 모순적이게도 '나' 중심의 사고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게 했다.
‘나'를 벗어나 바깥 세상, 곧 실제로 노동과 돈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고용 시장'에 대해 탐색할 필요를 느꼈고, 결과적으로 이 접근은 생계를 위한 대책 마련에 꽤나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시장에서 어떤 물건이 잘 팔릴까?
시장에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상품들이 판매된다. 그 많은 상품들 중에서 어떤 물건이 잘 팔릴까? 품질이 좋은 상품? 광고를 많이 하는 상품? 혹은 눈으로 보기 좋은 상품일까?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잘 팔리는 상품은 '시장 흐름에 적합한 물건'일 것이다. 예를 들어, 더운 여름에는 더위를 녹여줄 에어컨, 선풍기, 얼음 등이 당연히 잘 팔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상품 자체의 품질이나 기능 이전에, 전체적인 시장의 흐름에 따라 해당 물건이 잘 팔리기도 하고 안 팔리기도 한다. 결국 시장에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려면, 우선은 ‘시장의 흐름’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생계 대책 마련 또한 위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다소 잔혹한 현실이지만, 나의 능력, 자질,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용 시장의 흐름에 따라 내가 잘 팔릴 수도 있고 안 팔릴 수도 있음을 일정 부분 받아들여야 했다. 결국 시장의 측면에서, 내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시장의 흐름에 적합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 현재 고용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고, 그중에서도 투자가 활발한 스타트업 시장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앞으로 뭐해 먹고살까?
= 앞으로 돈이 어디로 모일까?
스타트업 투자는 요즘 돈이 모이는 분야, 기술, 비즈니스의 흐름을 빠르게 반영한다. 위의 <더브이씨>에서 제공하는 한국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를 살펴보면, 확실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바이오/의료 분야가 뜨고 있으며, 그 외에도 콘텐츠, 게임, 생활 분야에서 많은 투자를 받고 있다. 기술 측면에서는 기존의 제조, 전자상거래뿐만 아니라 최근의 리얼타임 커뮤니케이션, 사물인터넷 등이 눈에 띈다. 그리고 확실히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이 강세다.
내가 기존에 커리어를 쌓았던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투자의 흐름은 대략 아래와 같다.
1. 음악, 영상, 이미지 등 미디어 중심
2. 리얼타임 커뮤니케이션, 인공지능 등 테크 중심
3. 지원, 중개, 구독/멤버십 등 서비스 중심
4. 외국어/수학 또는 유아 교육 중심
5.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중심
위의 투자 흐름만 보더라도 과거의 '오프라인', '도서, 교구 등의 제품 공급', '강사 지원' 중심의 교육 비즈니스와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물론 스타트업 투자에 한해서 살펴본 데이터이기 때문에, 기존 기업에 대한 투자의 흐름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생겨나는 기업에 있어 돈의 흐름은 확실히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고용시장에서 필요한 인재는 누구일까?
앞서 투자 흐름을 바탕으로 고용시장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이제 고민해봐야 할 문제는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 우선 "고용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반대로 부족하거나 앞으로 더 채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해 보고자 했다.
내가 '교육 분야'에서 커리어를 계속 이어 나간다고 가정했을 때, 대략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나 스스로를 평가해 볼 수 있다.
1. 이미지, 영상 등 미디어 활용에 능숙한가? (∆)
2. IT, 인공지능 등의 기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가? (X)
3. 교육 콘텐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가? (O)
4. 온라인 기반의 콘텐츠 및 서비스 기획/제작 경험이 있는가? (X)
동그라미(O)나 세모(∆)에 해당하는 내용은 기존의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해서 쌓아나가야 하는 분야이고, 엑스(X)에 해당하는 내용은 새로운 기회를 찾거나 도전해야 하는 분야가 될 것이다. 이처럼 고용시장 안에서 필요한 인재를 바탕으로 생각하다 보면 나의 포지션과 장단점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 하고 싶은 부분과 하기 싫은 부분이 분명히 있을 테고, 그것들을 앞으로 조율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 시장의 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은, 나의 상황과 위치를 보다 객관적인 기준과 잣대로 판단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했다. 나 자신과 주변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니, 나에게 주어지는 기회와 위기를 더 잘 캐치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종종 먹고사는 문제가 막막할 때마다 '시장'이라는 잣대를 적극 활용해 볼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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