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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북쓰 Feb 04. 2022

2.3 맞벌이와 외벌이

남(男) 다른 아빠의 육아 도전기 - 2. 결혼하고 아기가 태어났다.

부모님 시대에는 남자가 일하고 여자는 가정을 돌보는 것이 당연시 여겨졌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확연했다. 위인전만 보더라도 남자가 대부분이다. 내가 어릴 때 봤던 위인전에서 여성은 신사임당, 퀴리부인 밖에 기억이 안 난다. 어머니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결혼을 했다. 그 당시에 대학을 나온 것은 고학력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안 하시고 25세에 결혼을 했다. 나름의 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인을 하면서 꿈을 접고 가정을 돌보셨다. 2022년 25세였다면 다른 선택을 하셨을 것이다.


지금은 여성들의 사회 진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주변을 봐도 일하는 여성이 많다. 대부분 성인이 되어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가 결혼이란 놈을 만나게 되면 그때부터 새로운 갈등과 고민이 시작된다. 그중 하나가 맞벌이와 외벌이다. 결혼을 하고 평생 둘이 산다면 큰 문제는 없다. 아이가 생기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사람 마음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화장실 나올 때 다르다’라는 말처럼 결혼 초기에는 서로 이해하며 지낸다 해도 생각이 바뀔 수 있기에 참 어려운 문제다.


우리는 결혼을 하고 맞벌이를 했다. 돈으로 따지면 대기업 신입사원의 연봉만큼도 벌지 못했지만 내가 살아온 것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둘이 버는 수입에 맞춰서 살았다. 둘 다 지출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아끼면서 행복한 신혼을 보냈다. 살다가 아이가 생기면 감사한 마음으로 낳아서 키우자고 했다. 결혼하고 6개월 정도 있다가 첫째를 임신했다.

출처. 픽사베이


첫 번째 선택은 외벌이였다. 아내가 교사였기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마음 편히 선택할 수 있었다. 일반 직장이었다면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을 것 같다. 다행히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자유로운 직업이고, 휴직이 끝나고 돌아갈 수 있는 곳이 확실하게 있다는 것은 우리의 선택을 비교적 쉽게 만들어줬다. 아내가 첫 아이는 자기 손으로 키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도 휴직의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게 외벌이로 아이를 키우던 중 나는 직장을 퇴사하고 새로운 일을 찾았다. 둘이 같이 육아를 하면서 아내는 육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었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내가 아이를 돌보고 아내는 복직을 했다. 아이가 크면서 미래를 대비해야 했고, 둘째 계획과 맞벌이를 준비했다. 아이가 세 돌이 되었을 때, 부모님께 도움을 받아 맞벌이를 시작했다. 그 후에 맞벌이와 외벌이를 번갈아가면서 생활을 했다. 외벌이와 맞벌이를 반복하면서 경제적인 문제가 항상 고민이었다. 첫째가 태어나고 외벌이를 할 때는 신혼 때 모아둔 돈이 있었기에 모자라도 어려움이 없었다. 돈이 조금씩 줄기는 했지만 크게 티가 나지 않았다. 티가 나지 않아 안일하게 생각한 점도 있다.


맞벌이도 해보고 외벌이도 해보니 서로 장단점이 있다. 맞벌이를 하면 가장 큰 장점은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 여유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둘이 번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이 높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기에 맞벌이 최대 장점은 경제력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정적인 소득은 큰 힘이 된다. 책 「돈의 속성(김승호)」에 보면 ‘규칙적인 수입의 가장 큰 장점은 미래 예측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라고 했다. 맞벌이를 통해 고정적이고 규칙적인 소득을 만든다면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


두 번째 장점은 여성 경력 단절이 없다는 점이다. 결혼을 한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중에 경력 단절도 있다. 일을 하고 싶은 열정이 많은 아내라면 아이를 낳고 휴직을 하거나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있다. 공무원처럼 100% 돌아갈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직장이라면 휴직(또는 퇴사)을 하는 것으로 인해 자신의 경력이 멈추는 것에 대해 속상함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부부가 서로 이해할 수 있다. 같이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 퇴근 후 힘들었던 것을 들어주며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단점은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전혀 못 보는 것은 아니다. 육아만 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맞벌이를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겨야 한다.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전문적인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길 수도 있다. 아이가 어릴수록 부모와 애착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한다. 어릴 때 형성된 애착관계는 평생을 간다고 하니 그만큼 중요한 시기다. 엄마, 아빠가 아닌 타인에게 아이를 맡기면 그 사람과 애착관계가 생기고 부모와 관계는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경험, 관계 형성 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지만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도 많다. 맞벌이 소득에서 아이를 맡기는 비용을 뺀 나머지 소득이 외벌이 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다면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적어진다. 그런 부분도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


외벌이의 장점은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함께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를 키우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어려움도 많지만 아이를 통해 얻는 기쁨과 행복이 더 크다.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고 긍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시기를 내 눈으로 보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훗날 큰 추억이 되고 즐거움이 된다. 가끔 아이들이 어릴 때 사진과 동영상을 본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힘들었던 기억도 웃으며 보게 되고 그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도 생긴다. 아이에게 ‘네가 어릴 때 엄마, 아빠가 이렇게 키웠다’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때 뿌듯하기도 했다.


단점은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다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외벌이로 시작했다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겠지만, 맞벌이를 하다가 외벌이가 되면 씀씀이부터 줄여야 하기에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지출하는 습관을 바꾸거나 목돈을 준비하여 지출에 대비하는 등 준비를 한다면 육아를 하면서 생기는 경제적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는 줄어들 것이다.     


아이를 낳고 맞벌이로 생활을 하든, 외벌이를 하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 사이에 역지사지를 통해 이해하고 돕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대화를 통해 어떻게 준비하여 육아를 하는 게 좋을지 합의를 한다면 맞벌이든 외벌이든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집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육아를 하면서 힘들 때도 많다. 하지만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양보하고 도우며, 최고의 선택은 아니라도 최악의 선택을 피해 상황을 이겨내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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