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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북쓰 Feb 18. 2022

2.5 세상의 중심은 아이다

남(男) 다른 아빠의 육아 도전기 - 2. 결혼하고 아기가 태어났다.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결혼할 때부터 없었다. 둘 다 티브이를 보면 한없이 빠져드는 타입이라 티브이에 매몰되는 시간을 아껴서 잘 써보고 둘이 대화도 많이 하자는 의미에서 티브이를 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안사고 지내고 있다.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다운을 받아서 보거나 유튜브로 본다. 지금은 유튜브를 제일 많이 이용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티브이를 너무 많이 볼까 봐 걱정이 된 점도 한몫했다. 우리를 닮았다면 안 봐도 비디오일 테니까. 부모님 집에 가서 티브이를 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안 사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는 유튜브로 보고 싶은 영상을 보여준다. 매일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것이 안타깝기도 해서 티브이를 살까 고민도 했지만 아직까지 안 사고 있다. 거실에는 티브이 대신 책상과 책꽂이가 있다. 아이들에게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집 어느 곳을 둘러봐도 아이들 생활에 맞춰 물건이 배치돼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우리 집은 아이 중심으로 생활이 흘러갔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아내와 식사를 하면 매콤한 음식이 항상 포함이 됐다. 매운 걸 잘 먹는 건 아니지만 좋아한다. 맵지만 맛있게 먹는다. 임신했을 때부터 매운 것을 먹는 횟수가 줄었다. 출산하고 모유 수유를 하면서 매운 것을 먹으면 안 좋다고 하여 거의 먹지 못했다. 항상 심심하게 간을 해서 먹곤 했다. 아내가 안 먹게 되니 자연스럽게 나도 먹지 못했다. 조금 크면서 외식을 하러 나가도 아이가 중심이 되어 식단을 정한다.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 것, 먹을 수 없는 것, 매운 음식은 기본적으로 제외된다. 집에서 밥을 먹어도 대부분 간장 소스가 기본이다. 매운 것과 안 매운 것을 나눠서 할 수도 있겠지만 익숙하지 않고 손이 많이 가다 보니 매운 것은 안 먹는 게 당연시되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

요리 노하우가 생기고 아이의 식사량이 많아지면서 여유롭게 매운 것도 먹게 되었지만 한동안 먹지 못했고 지금은 매운 것을 잘 안 찾게 되었다. 과일이나 간식도 언제나 아이 위주다. 내가 먹고 싶은 과일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우선이 된다. 전부 사면 양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결국 버리게 될까 봐 내꺼는 포기했다. 나는 여름에 수박 먹는 걸 좋아한다. 아내와 아이들은 수박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수박을 포기했다. 대신 다 같이 좋아하는 것을 먹고 수박은 외적으로 기회가 있을 때, 뷔페나 결혼식 같은 곳에서 먹는 걸로 만족한다.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그 정도 포기하면 모두가 좋다.


놀러 가는 것도 아이 중심이다. 과거처럼 대가족이 아닌 핵가족 시대이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놀아줄 가족이 적다. 아버지는 5남 2녀 중 막내다. 다 큰 형, 누나들이 키워주고 놀아줬다. 지금은 1~2명의 아이를 낳는 것이 보편적이다. 가족 안에서 함께 놀 사람이 제한적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서 키즈카페를 시작으로 놀이 공간이 점점 다양해진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지만, 아이가 주체가 될 수 있는 곳으로 놀러 간다. 안전하고 깨끗한 곳, 또래를 만날 수 있는 곳이 키즈 카페다. 갈수록 키즈카페는 대형화되고 함께 가는 부모님도 편히 쉴 수 있도록 만들어지고 있다. 아이가 더 크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공원, 테마파크 등에 놀러 간다.

부모는 아이들이 놀지만 그 안에서 뭔가를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박물관 같은 곳에 가서 아이들이 하나하나 읽어보고 기억하고 배우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간다. 하지만 아이들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나도 박물관을 가면 뭐라도 하나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르쳐주려고 하지만 아이들은 자기가 관심 있는 것이 아니면 신경을 안 쓴다. 서로 피곤하고 아이도 즐거워하지 않는다. 결국 좋아하는 공룡, 곤충, 만화 박물관 등으로 가게 된다. 아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나도 아이들이 어릴 때는 공룡 박물관을 가장 많이 갔다. 거기에서도 충분히 놀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놀이공원에 가서도 아이 중심으로 움직인다. 어릴수록 탈 수 있는 놀이기구는 한정돼있다. 나는 롤러코스터같이 스릴 있는 것을 타고 싶은데, 아이와 함께 있다 보니 갈 수가 없다. 혼자 30분씩 줄 서서 기다리고 타기에는 남아있는 아내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기다 보니 내 욕망은 내려놓게 된다. 첫째가 크면서 탈 수 있는 게 하나씩 늘어날 때 내가 즐길 수 있는 것도 하나씩 늘어났다. 서울랜드에 간 적이 있다.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가서 놀이기구를 탔다. 둘째도 많은 것을 탈 수 있게 되니까 첫째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거웠고 나도 놀이기구를 탈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아빠 타고 올 테니까 쉬면서 기다려’라고 얘기하고 바이킹을 타기도 했다. 사람이 많지 않았고 첫째가 둘째를 어느 정도 돌볼 수 있기에 가능했다. 타는 동안에도 아이들이 걱정됐지만 아이들만 두고 탈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작년에는 에버랜드 연간이용권을 통해 놀이동산에 많이 갔다. 아이들이 클수록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여전히 많은 것들이 아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식사시간, 외식메뉴, 놀이, 여행, 소비 등 많은 것이 부모보다는 아이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쫓아간다. 처음에는 내 자유가 없는 것에 답답했다. 나도 하고 싶은 게 많고 먹고 싶은 게 많은데 그게 안되니 스트레스가 있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부모님도 나를 위해 많이 희생을 하셨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를 위해 아침마다 밥상을 차리셨고, 간식을 준비하셨고, 같이 먹자고 해도 먼저 먹으라고 하셨다. 맛있는 것도 우리에게 먼저 건넸다. 부모님도 좋아하는 게 있고 드시고 싶은 게 있으실 텐데, 그때는 그런 생각 못하고 주는 대로 먹었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키워보니 당연하게 아니었다. 희생을 하신 거다. 내 부모도 희생하며 나를 키웠으니 나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받은 사랑을 내 자녀에게도 주고 싶었다. 지금 당장 알지 못하겠지만, 나처럼 나이를 한참 먹고 깨닫게 될 수도 있지만, 먼 훗날 우리에게 받은 사랑을 자식 혹은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가 원해서 세상에 빛을 보게 한 아이들이니까 책임과 희생이 따르는 건 당연하다. 내 욕망과 욕구는 잠시 넣어두고 나중에 꺼낼 수 있다. 아이들이 많이 크면서 조금씩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고 있다.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다면 온전한 내 시간이 적기에 답답하고 조급하고 피곤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 온전히 모든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아이는 점차 자아를 갖게 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게 된다. 그때는 아이와 함께 하고 싶어도 아이가 나를 거부하게 될 수도 있다.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워할 날이 온다. 그러니까 지금 힘들더라도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내려놓는 만큼 행복한 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 세상의 중심은 아이지만 어느새 내가 중심이 되는 날이 온다. 그때가 되면 아이 중심의 세상이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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