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Take me home, country road
터키에서는 빨간 로고의 파묵칼레 버스, 동유럽에서는 버스 전체가 형광빛으로 칠해진 플릭스 버스, 프랑스에서는 핫핑크의 위버스를 많이 탔다. 스페인에서는 회사가 또 바뀌었다. 나는 버스 터미널에서 알사 버스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회사 로고가 크게 박힌 파란 버스를 타고 마드리드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평탄한 구릉이 이어졌다. 저 멀리 지평선이 보였다. 이미 가을걷이를 끝낸 들판은 커다란 다다미를 깔아놓은 듯 납작했다. 시골에 살아본 적은 없지만 시골집에 대한 향수가 느껴졌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 존 덴버의 <Country road>를 들었다. 가사를 들으니 이 버스에 실려 그대로 길을 따라 집에 가고 싶었다. 마음속으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영화 <귀를 기울이면>에서 시즈쿠가 세이지의 바이올린에 맞춰 일본어로 부르는 버전도 나는 좋아한다.
Country roads, take me home
To the place I belong
West Virginia, mountain mama
Take me home, country roads
_<Country road>, John Denver
스페인은 큰 나라여서 애초에 마드리드로 방향을 잡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물론 마음먹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여러 도시들을 들를 수도 있겠지만 이제 게으를 대로 게을러져 도시 한두 곳이면 충분할 듯싶었다. 빌바오에서 비스케이 만을 따라 순례지로 유명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포르투로 들어갈까, 아니면 그래도 뭔가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은 대도시 마드리드로 향할까 며칠 고민을 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마드리드행에 영향을 끼친 것은 버스 가격이었다. 아무래도 운행 편이 많은 빌바오-마드리드-포르투 구간이 스페인 북부를 둘러가는 것보다 훨씬 저렴했기 때문에 나는 남쪽의 마드리드로 내려가는 것을 택했다.
마드리드에서는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손쉽게 구했다. 시내 중심부의 쏠 광장(Plaza del Sol)에서 카를라를 만났다. 파나마 출신의 카를라는 마드리드에서 공부를 하는 대학원생이었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짙은 눈썹과 아이라인 때문인지 라틴댄서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가 친구들과 같이 사는 쉐어하우스로 가는 길에 아시안 슈퍼마켓에 들러 라면과 카레를 샀다. 역시 수도답게 이곳은 아시안 슈퍼마켓도 규모가 컸다. 불닭볶음면이 색깔별로 진열되어 있었다. 내가 한국을 떠난 사이에 또 새로운 맛이 나왔는지, 못 보던 맛도 있었다.
"너 타파스 먹어봤어?"
"아니, 그게 뭔데?"
"종류는 여러 가진데, 주로 비스켓이나 빵 위에 연어나 치즈, 올리브, 햄 같은걸 올린 일종의 핑거푸드야. 주로 술안주로 많이 먹지. 내가 아는 타파스 바가 있는데 밤에 같이 갈래? 거기는 술 한 잔에 타파스 한 접시가 공짜야."
"당연히 좋지. 해만 지면 바로 가자."
카를라를 따라 다시 광장으로 나갔다. 관광객들과 호객꾼, 현지인들까지 여러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광장에서 뒤엉키고 있었다. 아직 12월은 안됐지만 광장 중앙에는 벌써 대형 트리가 설치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간 타파스 가게는 손님들로 붐볐다. 우리는 겨우 한쪽 구석 자리를 안내받아 앉았다.
"샹그리아 두 잔이요."
카를라는 진한 눈썹을 움직였다.
"스페인에 왔으면 샹그리아는 먹어봐야지."
커다란 유리잔에 샹그리아가 따라져 나왔다. 스무 살 때 좋아하던 누나를 따라 홍대에서 처음 이 술을 마셨다. 그때는 있어 보이는 칵테일바에 앉아 이름도 이국적인 술을 권해주는 그녀가 그렇게 멋있어 보였는데, 닮고 싶은 마음에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나도 따라 좋아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너 술은 잘 마셔?"
나 혼자 딴생각을 하는 걸 눈치챘는지 카를라가 화제를 바꿨다.
"응, 뭐 좋아하는데 잘은 못 마셔."
"소주는? 한국인이니까 좋아하겠지?"
"어떻게 알았어, 넌 소주 마셔봤어?"
"응 마셔봤지. 드라마에 나오잖아. 여기 아시안 마트에도 다 팔고. 나는 자몽맛 소주가 제일 좋아."
한국 드라마와 아이돌 그룹 BTS의 팬이라는 그녀는 한국 술에도 관심이 많았다.
"여기서 좀 마시다가 집에 갈 때 소주 사서 들어갈까?"
아시안 마트의 영업시간은 11시까지, 우리는 마감 시간 직전 쫓기듯 가게로 뛰어들어가 소주 두 병을 집어 들었다.
"카를라, 두 병이면 충분할 거야."
나는 뒤를 돌아보며 두 병을 더 들고 오는 그녀에게 외쳤다.
#166 돈키호테와 화웨이
카를라는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내리고 담배를 말았다. 종이에 담뱃잎을 톡톡 떨어트리고 모양을 잡아준 다음 한쪽 끝에 필터를 끼우고 혀로 침을 묻혀 세심하게 돌돌 말아냈다.
"그냥 타바코거든, 좀 그만 킁킁대."
"아니 난 혹시 니가 불법을 저지르진 않나 걱정돼서."
"걱정 마시고 여기 커피나 마셔. 나 2시까지는 수업이니까 만나려면 그 후에 만나던가."
그녀를 먼저 학교로 보내고 나도 길거리로 나왔다. 미식의 나라라는 프랑스보다 스페인에 더 맛있어 보이는 게 많다. 1유로짜리 피자는 부담 없이 집어먹고 싶었고, 10유로라는 점심 특선을 제공하는 스시집과 오징어링을 사이에 끼워 넣은 바게트도 점심메뉴로 적당해 보인다. 마드리드는 유난히 길거리 음식을 파는 곳이 많다. 그중 최고봉은 산 미겔 시장, 시장의 거의 모든 점포들이 타파스나 하몽, 각종 튀김들을 잔뜩 쌓아두고 팔고 있었다. 물론 맥주나 샹그리아 같은 술도 같이. 스페인식 햄인 하몽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나도 잔뜩 기대하고 하몽이 올라간 타파스를 하나 주문했다. 하지만 짜고 비린 맛 때문에 내 입맛에는 아니었다.
다시 쏠 광장으로 돌아와 카를라를 만났다. 그녀는 광장 한쪽의 시청 앞으로 나를 데려갔다.
"여기에 발 올려봐."
0km라고 쓰인 돌 위에 발을 올렸다. 이곳은 스페인의 모든 국도의 시작점이라고 한다.
"여기를 중심으로 스페인 전역으로 가는 도로가 뻗어나간대. 그리고 여기에 발을 올리면 언젠가 마드리드에 다시 오게 된다 하더라."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관광지마다 많이 들었지만 또 혹시 모르니 나는 표지석을 꼭 밟았다.
표지석에서 왕궁으로 난 길을 골라 광장을 벗어났다. 스페인도 왕이 있는지 몰랐다. 스페인 내전으로 집권한 독재자 프랑코의 몰락 이후 다시 구 왕실을 데려다 왕좌에 앉혔다고 한다. 우리는 입장료를 받는 왕궁 대신 뒤뜰로 향했다. 이탈리아인 건축가 사바티니가 조성한 이 공원은 그의 이름을 따 사바티니 공원으로 불린다. 프랑스식으로 꾸며진 조각상들과 잘 손질된 정원수들이 줄지어 있는 길을 산책했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분수는 작동을 안 했다. 조용한 분수를 보니 덕수궁 석조전 앞에 있는 물개 분수가 떠올랐다. 그 분수는 원래 돌거북 상이 있던 연못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일본이 왕의 상징인 거북을 치워버리고 그 자리를 물개 분수로 바꿔버린 것. 이씨 왕실에 대한 일종의 조롱인 셈이다.
때문에 물개 분수를 없애고 다시 거북 연못을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내 생각에는 그대로 두어도 될 것 같다. 지금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이씨 왕조가 지배하던 조선이 아니니까. 왕의 상징인 거북을 구태여 왜 다시 되돌려놓아야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심지어 조선 말년의 왕은 이른바 합방 조약에서 합방 후에도 계속 왕으로 불릴 수 있는지, 그리고 일본 정부로부터 매년 얼마를 지원받을 수 있는지부터 의논했는데 말이다. '황제권이 소멸한 때가 곧 민권이 발생한 날입니다.'라는 1917년 대동단결 선언에서도 볼 수 있듯, 그 당시 보통 사람들 중 거북 연못이 물개 분수로 바뀌었다고 분노했을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을까. 단지 그 계층만의 담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공원을 나와 계속 길을 따라갔다.
"저기가 스페인 광장이야. 분수에 조각상들 보이지, 누군지 알아보겠어?"
"음 잠깐만... 혹시 돈키호테랑 산초 판자?"
"맞아. 뒤쪽에는 작가 세르반테스가 조각되어 있고."
돈키호테는 언제 읽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아마 '청소년을 위한 돈키호테' 이런 식으로 편저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스페인 광장의 한 면은 커다란 빌딩이 차지하고 있다.
"마드리드에서 높이로는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빌딩일걸? 근데 얼마 전에 중국 기업인 화웨이에서 저 건물을 사들였다고 들었어. 봐봐, 건물 외벽도 화웨이 광고로 덮여있잖아. 스페인 경제에도 차이나 머니가 많이 들어왔어. 저 건물은 그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심볼이고."
카를라의 말을 듣고 빌딩을 돌아봤다. 판금 갑옷을 입고 기병창을 든 돈키호테의 뒤로 화웨이를 상징하는 붉은 꽃이 커다랗게 펄럭이고 있었다.
#167 톨레도 산책
"오빠 오랜만이네! 빌바오는 어땠어?"
마드리드 남역에서 소영이를 다시 만났다. 우리는 아비뇽에서 헤어져 나는 빌바오로, 그녀는 바르셀로나를 여행하고 마드리드에서 다시 일정이 겹친 것. 마드리드에 어제 도착했다는 소영이와 함께 근교의 톨레도를 가보기로 했다. 마드리드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인 톨레도는 번잡한 마드리드와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의 도시였다.
톨레도는 차도 못 들어가는 꼬불꼬불한 골목길에 강변 산책로와 도시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 있어 볼거리가 많았다. 하나라도 놓치기 싫다면 오늘 우리는 질리도록 걸어야 하는 운명이었다. 우리는 본격적인 걷기 여행을 시작하기 전 밥부터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빠에야 먹어봤어? 난 바르셀로나에서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더라. 아직 안 먹어봤으면 여기서 한 번 먹어보자."
"나도 스페인에서 빠에야 한 번 먹어야지 했는데 아직 못 먹었어. 그래 그럼 빠에야 하나 고기 요리 하나 해서 나눠먹을까?"
한쪽 구석에서 기다리던 웨이터에게 주문을 했다. 곧 음식이 날라져 체크무늬 테이블보가 깔린 식탁 위에 얹혔다.
나는 빠에야를 해산물 볶음밥 정도로 생각했지만 빠에야는 볶음밥보다는 냄비밥에 가까운 음식이다. 처음부터 철판에 각종 재료들을 넣고 밥을 바로 짓는 방식으로 요리한다. 스페인이 이슬람을 믿는 무어인의 지배를 받을 때 그들의 요리인 필라브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중앙아시아에서 먹던 플로브가 떠오르는 이름이다. 원칙적으로는 노란 빛깔을 내기 위해 향신료인 샤프란을 써야 하지만 샤프란은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싸기 때문에 강황이나 카레 가루를 넣기도 했다. 이곳에서 먹은 빠에야도 카레 맛이 났다. 해물 육수에 카레 가루를 넣고 밥을 지은 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 정도로 간단한 요리법이면 한국에서도 한 번 시도해볼 만한 것 같다.
"오빠는 여기서 특별히 계획한 게 있어?"
"음 아니, 그냥 발 닫는 대로 걸어 다니려고. 너는?"
"난 톨레도 대성당에 들어가려고. 거기 종탑에 올라가면 시내가 다 내려다보인대."
"그래? 너 좀 알아보고 왔나 보네. 근데 입장료는 얼마야?"
"10유로 정도 하는 것 같은데..."
밥을 먹고 일어나 소영이를 대성당으로 보내고 나는 골목길을 걸어 다녔다. 이런 판석이 깔린 옛날 길은 걷는 재미가 있다. 좁은 테라스가 딸린 창문들이 길가로 이어졌다.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갔더니 잔잔한 강이 나왔다. 강변에 앉아 가방에 챙겨 온 귤을 까먹으며 소영이를 기다렸다.
톨레도의 강은 도시를 감싸며 휘돌아 흐른다. 강 건너에 전망대가 있다는 소영이의 말에 따라 우리는 다리를 건넜다.
"나 포르투갈에서 비행기 타고 바로 파리로 넘어가잖아, 거기서는 디즈니랜드에 가려고 표 끊어놨지. 디즈니랜드 가봤어?"
"난 안 가봤는데, 너 디즈니 영화 좋아해?"
"응. 알고 보면 재밌는 게 많다니까. 오빠 혹시 곰돌이 푸가 왜 빨간 티셔츠만 입고 있는지 알아?"
"바지는 배가 나와서 못 입는 거 아니야?"
"아니거든... 미키마우스는 빨간 바지만 입고 있잖아. 푸가 아무것도 안 입고 추워해서 미키마우스가 자기 티셔츠 벗어준 거야."
소영이의 디즈니 캐릭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며 강변으로 난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길이 좋아서 자전거를 타고 싶었다. 전망대에는 사람들이 많이들 앉아서 쉬고 있었다. 우리도 앉아 쉬면서 물을 마셨다. 강 건너서 보니 층층이 시가지가 형성된 게 잘 드러나 보였다. 도시의 전반적인 빛바랜듯한 색감이 마음에 들었다.
다리가 아파 계속 그 자리에서 해가 기울어가는 걸 보고 있었다. 앉아있던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 버스 타고 돌아가려면 지금 출발해야 되는데"
"여기 막차가 몇 시였지?"
"지금 가면 딱 맞아."
물을 한 모금 더 마시고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켰다.
#168 초콜라테리아 산 히네스
어느새 머리가 또 많이 길었다. 하지만 곧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머리를 굳이 여기서 잘라야 하나 고민이 됐다. 그러면서도 이발소가 보이면 흘끗 가격을 봐 두었다. 하지만 15유로라는 비싼 가격에 수시로 마음이 바뀌었다. 그란비아 거리의 차이나타운에서 카를라와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길에 중국 미용실을 발견했다. 유리창에는 커트 8유로라고 써붙여져 있었다.
"카를라, 잠깐 나 머리 좀 자르고 가도 될까? 저기 너네 집 앞에 이발소보다 거의 반값이야."
"중국 미용실 아니야? 음... 별로 추천은 안 하는데 가격이 싸긴 하지. 너만 괜찮으면 들어가 보자."
문을 열고 들어간 가게에서는 중국인 아주머니 몇 분이 반겨주셨다.
"니하오?"
"아, 워쓰 한궈런." (한국인이에요.)
영어로도, 카를라의 스페인어로도 의사소통이 어려워 대충 사진을 몇 장 보여드렸다. 알겠다는 사인이 떨어졌다. 중국 스타일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오히려 같은 동양인 머리니까 조금 더 자연스럽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거침없는 가위질에 의심과 불안한 마음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곧 그 결과를 볼 수 있었다. 나는 버릇없는 중국 꼬맹이 같은 바가지 머리가 됐다. 여행하면서 이발은 성공한 적이 없다. 왜 다들 앞머리를 많이 자르지 말라는 단순한 요구를 안 들어주는 걸까. 이제껏 최악이었던 카자흐스탄 이발소에서의 머리와 비교를 해봤다. 거의 비슷할 정도로 대참사가 벌어졌다. 그 머리를 다시 기르는데 두 달이 걸렸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시간이 걸리겠지. 친구에게 머리 사진을 보내며 어떠냐고 물었더니 '한국 입국 심사 불가'라는 대답이 날아왔다.
내일은 포르투갈로 넘어가는 날이다. 가기 전날 밤에야 스페인에서 먹고 싶었던 츄러스를 먹을 수 있었다. 카를라를 따라 스페인 츄로스를 파는 카페로 들어갔다. 초콜라테리아 산 히네스(Chocolateria San Gines)는 오래된 츄로스 맛집이다. 가게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약간의 웨이팅 후에 우리는 자리를 안내받았고 츄로스와 핫초콜릿을 주문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겉에 설탕이나 계피 가루가 발라져 있지는 않다. 밋밋해 보일 정도로 말끔한 츄로스를 거품이 없는 진한 핫초콜릿에 찍어먹는다.
"이렇게 찍어 먹는 거야."
카를라가 시범을 보여줬다. 나도 그녀가 보여주는 대로 큼직한 츄로스를 하나 집어 초콜릿에 푹 찍었다. 고소하고 달콤한 기름진 맛이다.
"와... 나 방금 내가 여태 이 맛을 모르고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게 맛있어?"
하지만 그 생각은 딱 하나를 다 먹을 때 까지였다. 너무 달아서 계속 먹기는 힘든 맛이다. 카를라도 물렸는지 우리는 식어가는 츄로스를 앞에 두고 서로 먹으라며 실랑이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