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모순
이 책은 모순투성이 책이 될 것이다. 술을 좋아하는 남자가 싫다면서 내가 같이 있고 있고 싶은 사람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무리해서 술을 마시며 다음날의 일정들을 희생시킬 것이다.
이상형의 외모를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서 그런 사람과 사랑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상형을 사랑할 수 있지만 이상형에게 사랑을 돌려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말하는 사람이 편안하다면서 결국은 “네가 좋아하는 것, 네가 먹고 싶은 것, 네가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 편안할 것이다.
집에 책이 없는 사람과는 연애를 할 수 없다면서 집에 책이 빼곡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선비도 싫어할 것이다. 지적이지 않은 사람도 싫고 지적 허영심과 고집으로 가득 찬 사람도 싫다면서 지적이지 않은 사람은 단순하고 따뜻해서 좋아하고, 지적인 사람은 말하는 것이 멋있어서 좋아할 것이다.
나와의 데이트에 열정이 없고 나를 보는 눈빛에 열정이 없는 사람에게는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면서, 열정도 없는 사람에게 무리해서 고백해서 직접 확인사살을 해버릴 것이다.
내 잘못과 문제를 콕 짚어서 말하는 선비와 꼰대에게는 혐오감이 남는다면서 그래도 그 사람이 한 말을 계속해서 곱씹을 것이다. 나 역시 이별의 이유를 내 문제로 귀결시켜 버릴 것이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이유를 나에게서 끝까지 찾아낼 것이다. 나는 모르고 선비는 아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선비가 하는 얘기에 계속 귀 기울여 볼 것이다.
내 고집에 모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연애 자체에 모순이 있는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사람은 나를 바라보지 않고, 내가 바라보지 않는 사람은 나를 바라본다. 내가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은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나를 이해하려 하는 사람에게 나는 충분히 시간을 주지 않는다.
아주 작은 손가락 튕김 하나로 마음이 일렁이게 된 사람에게 나의 기준과 모순되는 모든 아량을 보이고 싶어 할 것이고, 부담을 느끼는 상대를 멀리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이상한 기준을 정립해 글로 써 내려갈 것이다.
심지어는 내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참고했으면 하는 사항들을 내가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고 나서 나와는 안맞겠다하고 서둘러 마음을 정리해버릴 것이다. 내가 쓴 글들로 내가 원하는 사람까지 잃어버릴 것이다.
연애는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 이 모든 고집에도 불구하고이다. 이 모든 고집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서로에게 비슷한 온도를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옆에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