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함의 다른 이름은…
공허함의 원천은 강렬한 느낌의 부재이다.
요 며칠 공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강렬한 것이 인생에서 빠져나가고 난 후의 공허함이 느껴졌다.
더 이상 숨이 막히지 않는데 이제 뭔가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햇살, 따뜻함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나를 잃었다가 다시 예전의 나와 연결되었다. 주변의 소음이 가장 소중한 것을 앗아가고 내가 잃어버린 것을 찾으러 간 곳에서는 나에게 속하지 않는 것들을 주었다.
내 것이 아니기에 곧 그것들을 떠나고 버렸다. 원래 내가 좋아하던 것, 원래 내가 하던 것들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것의 이름을 알아냈다. 나와 더 끈끈하게 연결되었다.
나의 빈 틈을 빼곡히 채우던 고통이 빠져나갔고 그 자리에 공허함이 남았다.
공허할 때는 햇살을 받으면 된다.
찬바람을 느끼면 된다.
무작정 걸으면 된다.
그리고 다리를 찢으면 된다.
신체에 약간의 고통을 주면 공허감이 채워진다.
템퍼 침대에 누워 거위털 호텔 이불을 덮고 있어도 잠이 들기 전에 공허하다.
하지만 바닥에 누워있을 땐 공허하지 않다.
나무에 등을 대고 땅바닥에 발을 대고 햇살을 받으며 찬공기를 느낄 땐 공허하지 않다.
적당한 딱딱함이 필요하다.
몸을 딱딱한 곳에 대고 있으면 공허함이 줄어든다.
그래서 걷거나 뛰거나 딱딱한 곳에 누워있으면 공허함이 줄어든다.
너무 편안하면 공허함이 생긴다.
신체에 고통이 하나도 없으면 공허함이라는 마음의 고통을 만들어낸다.
모든 면에서 편안해지지 말라는 신의 프로그래밍인가.
공허함은 편안함의 다른 이름이다.
공허하다면 내가 편안하구나라고 생각하자.
혼자 부산 여행을 하며 시그니엘에 하룻밤 머물렀던 밤 공허함이 찾아왔었다.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 연애를 하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편안하면 공허함을 느끼고 공허함을 외로움이라고 인식해 연애하고 싶다가 되나 보다.
시원하게 스트레칭이나 하자. 그러면 다시 공허하지도 외롭지도 않아 진다.
편안하고 공허한 불면의 밤을 지나 가득히 채워지는 숙면을 취하러 공원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