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인 중국식 한끼
볶음밥과 토마토달걀볶음. 내가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인 중식 식사메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왠지 짜장면이나 짬뽕이 기본 식사메뉴로 되어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중식의 필수 코어 메뉴는 볶음밥이 맞다. 전세계 어딜 가나 볶음밥을 팔지 않는 중국집은 드물다. 그리고 가게가 아니면 만들기 어려운 탕수육보다는 어디서든 쉽게 만들 수 있는 토마토달걀볶음이 기본 찬이 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사견이다.
토마토달걀볶음은 사실 그렇게 익숙한 음식은 아니다. 아직까지도 이국적인 느낌이 들고, 처음 만들어 먹은 것도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 내가 어릴적에 필독도서인 여행작가 한비야 씨의 책에서 토마토달걀탕이라는 음식이 있다는 얘길 읽었는데, 무슨 맛일까 궁금했던걸 생각하면 상전벽해 같은 변화이다.
하지만 볶음밥과 토마토달걀볶음은 우리의 식문화에서 빠르게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이것은 2010년대 정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양꼬치집과 마라탕집의 유행 때문이 아닐까 싶다. 중국인 이민자들에 의해 경영되는 경우가 많은 이런 양꼬치, 마라탕 전문점에서는 기존의 화상식 짜장, 짬뽕보다는 볶음밥, 지삼선, 토마토달걀볶음과 같은 중국 동북요리에 가까운 사이드 메뉴들을 판다. 그리고 이것은 보수적인 한국인의 입맛을 뚫고 현재는 꽤나 성공적으로 우리의 식문화에 안착했다.
나는 이러한 변화가 우리의 식문화를 1단계 성장시켰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중국음식의 가장 큰 장점이 무한한 다양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는 산동 화교 중심의 화상 스타일 중심의 획일적인 중화요리가 중국 이민자(조선족)의 유입으로 다양성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중국 동북요리보다는 광둥, 하이난과 같은 중국 남부지역의 요리나, 페라나칸이나 아메리칸 차이니즈 요리도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재미없는 역사강의는 이정도 하고, 좀 현실적인 얘기를 해보자.
사실 볶음밥은 요리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특히 한국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아픈 이 같은 존재이다. 볶음밥의 만드는 방법은 놀랄 만큼 간단하다. 내가 요리사로서 정말 존경하는 여경옥 쉐프가 예전에 올린 영상을 참조하면 볶음밥의 핵심은 계란을 충분히 미리 볶아서 물기를 다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밥을 섞고 간을 해서 볶으면 가장 덜 축축하고 고슬고슬함은 상대적으로 많이 남은 볶음밥이 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애초에 한국에서 많이 먹는 자포니카 쌀은 볶음밥을 만드는 데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축축하고 찰기가 많아서 허접하게 만들면 볶음밥이 아니라 기름 떡밥이 된다. 물론 쌀의 습기나 찰기는 중국 현지 식당이나 일본의 마치츄카(동네중국집) 스타일처럼 강력한 불을 뿜어내는 화구로 제압하면 다 해결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가정에서는 그런 우주왕복선 같은 화구를 갖기가 어렵다.
이것은 인디카나 바스마티 라이스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덜한 문제다. 한국 사람들 중에서는 이런 품종이 밥알이 풀풀 날린다며 극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볶음밥과 비리야니를 끔찍하게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풀풀 날리는 편이 오히려 볶음밥이나 비리야니를 만들면 덜 떡져서 만들기가 좋다. 내 소원이 저렴한 바스마티 라이스를 사서 그걸로 볶음밥을 만드는 것이다.
게다가 볶음밥은 불조절 외에도 간조절이 생각보다 어렵다. 간을 강하게 하면 너무 짜서 밥으로 먹기 부담스럽고, 간이 너무 약하면 밍밍해서 반쯤 먹으면 물린다. 치킨스톡 가루는 짜서 약간만 양이 틀려도 참사가 벌어지고, 굴소스로 간을 하면 밥이 축축해진다. 이게 참 쉽지 않은 문제이다.
아무튼 나무위키에서 외국의 식당에선 신입 요리사의 실력을 볼 때 양식은 스크램블 에그를, 중식은 볶음밥을 시킨다는 이야기를 봤다. (나무위키를 인용해서 좀 그렇긴 한데 썰이니까 좀 넘어가자.) 썰의 진위여부는 알 수 없지만 충분히 이해가 간다. 스크램블 에그도 FM대로 각잡고 만드려면 들어가는 재료도 많고 생각보다 만들기 어렵다.
하지만 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토마토달걀볶음은 실패확률이 낮은 음식이다. 계란을 다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달걀물에 토마토를 넣어 빨간 죽을 만드는 대참사를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계란을 익히고 팬에서 뺀 뒤에 토마토를 볶다가 나중에 굴소스와 덜어둔 계란을 넣고 한번 볶아주면 된다. 물론 이게 정통 방식은 아닌데, 내가 해보니 이게 제일 간편하고, 사실 맛에도 큰 차이가 없다. 계란을 먼저 익힌다는 원칙만 잘 지키면 나머지 단계는 대충 알아서 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실 유튜브에 나오는 요리법은 이보다는 복잡하다. 토마토 페이스트나 케쳡이 들어가고, 파를 볶는 과정이 더해진다. 그런데 솔직히 그렇게 하나, 그냥 굴소스에 나머지 재료를 볶거나 별 차이를 모르겠다. 내가 미각이 둔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여하간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볶음밥과 무난무난한 토마토달걀볶음은 1인가구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음식이다. 내가 보기에 식비를 아끼려면 계란과 두부, 그리고 콩과 친해져야 한다. 이들은 유용한(하지만 완벽하진 않은) 단백질 공급원이면서도 무엇보다도 가격이 엄청나게 저렴하다.
나는 사진에 나온 볶음밥과 토마토달걀볶음을 만들기 위해 왕란 8개를 사용했다. 그러면 대략 3,000원에서 3,500원 사이이다. 거기다가 토마토를 1,500원어치 정도를 사용했고, 쌀은 1,000원 안쪽이고 나머지 기름이나 치킨스톡은 몇백원 수준일 것이다. 재료비를 맥시멈으로 잡아도 7,000원은 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많이 먹는 편이어서 계란을 많이 깨서 그렇지, 정상인이라면 이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한끼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맛은… 말할 필요가 없다. 기름지고, 고소하고, 토마토의 깊은 감칠맛이 혀끝을 매순간 신선하게 해준다. 굉장히 균형잡힌 한끼 식사이다. 매일 이것만 먹는다면 영양학적으로 어떤지 장담을 못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