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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Oct 24. 2023

비가 온다는 소식에 나가봤어요

일 하면서 우아하게 숨 쉬는 법

  아침에 일어나서 컴퓨터를 켰어요. 업무 계획을 메모장에 적고 있었어요. 알람이 울렸어요. 8시 45분. 출근을 하기 위한 알람이었어요. 업무 시작 시간은 9시 30분이지만, 재택근무로 일을 하다 보니 조금 일찍 시작하는 것 같아요. 조금 일찍 퇴근하고 싶어서 그래요. 메모장에 오늘 할 일을 적은 다음 양치를 하러 가요. 양치를 하면서 좀 더 생각을 정리해요. 오늘은 한 2~3명 정도 면담을 하면 좋겠다. 그러고 나와서 급한 업무부터 처리를 했어요. 방이 어두웠어요. 요즘 방이 어두운 것 같아요. 거실까지 햇빛이 드리우는 시간은 오후 1시가 조금 넘어야 밝아져요. 그런다고 해도 오늘 아침은 어둡네요.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더욱 다짐했어요. 오늘은 나가지 말아야지. 양치질만 하고 오늘 일을 끝내려고 생각했어요. 생각했어요.


  오전 업무가 어느 정도 끝났어요. 이제 오후에 일을 해야지 다짐한 시간을 보니 11시가 조금 넘었어요. 그래서 점심시간 전까지 딴짓을 할 생각을 했어요. 글을 써야겠다고. 브런치에 글을 발행 안 한지 조금 지났어요. 쓰려고 한 소재가 있었는데, 막상 나의 이야기를 적는 것이 어렵다고 느꼈어요. 아니 귀찮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가볍고, 꾸준히 쓸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봤어요. 블로그에 올려도 좋지만, 요즘 블로그 역시 갈대처럼 갈피를 못 찾고 흔들리고 있어요. 그래서 마침 연재식으로 글을 쓸 수 있다고 하여 연재글을 쓰려고 해요. 쓰다 보면 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함을 호소하는 글이에요. 글을 쓰고 싶지만, 잘 못 쓰겠는걸요. 아마도 요즘 너무 글을 잘 쓰신 작가님들의 책을 읽어서 겁이 났던 것 같아요. 내 글은 내 글의 매력이 있지만. 이 느낌을 나는 간직하고 있어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피아노를 배웠어요. 그래서 피아노를 치는 것을 좋아했어요. 집에도 피아노가 있었고요. 하지만 어느 순간 피아노를 치지 않으니 피아노 건반을 만지는 게 무서웠어요. 악보도 눈에 안 들어왔고요. 그렇게 조금 더 시간이 흐르니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했는데, 안 좋아했어요. 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 피아노는 더 이상 집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어요. 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안 쓰면 멀어지는 것 같아요. 사라진 피아노처럼 내 글도 사라질까 봐 두려워요. 두려움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해요. 아직은 그럼 내 손에 쥐어진 것이니까. 내 글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뜩 밖에 나가고 싶어 졌어요. 글과 피아노와 비슷한 것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햇빛을 보러 나가야지 싶었죠. 하지만 비가 온다고 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죠. 그래서 부스스한 머리만 깜고 밖에 나갔어요. 집 앞 놀이터에는 아이가 없었어요. 아이뿐 아니라 사람도 없었어요. 송충이만 있었어요. 놀이터를 마주하고 밴치에 앉으려고 했는데, 송충이가 먼저 앉아 있었어요. 그래서 그네를 탔어요. 다리를 몇 번 휘져으니까, 붕 뜨는 느낌이 하늘을 날 것 같았어요. 나는 날개가 없어 지독하게 하늘을 잘 날지 못해요. 그래서 어지러웠어요. 발을 바닥에 놓았을 때 내가 잠시 날았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그리고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 시소에 다가섰어요. 시소에도 앉아봤어요. 맞은편 자리는 하늘이 앉아 있었어요. 그렇게 하늘을 마주 했어요. 하늘을 날 때는 하늘을 보지 못했는데, 앉아서 올려 보니 보였어요. 하늘이 말했어요. 곧 비가 온다고. 고마웠어요 알려줘서. 그래서 집에 들어왔어요. 1시 10분 알람이 울렸어요. 오후 일을 시작하라는 알람이에요. 그렇게 비가 온다는 소식에 나가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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