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을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새 글 알림도 받아볼 수 없습니다.
1장 화(和), 조화로움에 관하여
리큐의 다실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다완은 금이 가고 일그러진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완전함에 대한 집착과 이름은 점차 고요함에 가까워집니다. 그러나 이름의 부재가 곧 정적靜寂의 추구는 아닙니다. 일그러짐이라는 말의 불확정성은 이름에 대항하여 침묵으로 맞서는 적극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일그러짐의 가능성을 완전한 원형의 틀에 맞추길 기대하는 세상에서, 리큐가 놓고 간 결함의 아름다움은 대상에 이름을 붙이는 일을 겸연쩍게 합니다. 일그러짐은 모습을 확고히 하지 않으며, 완성이라는 목적지로부터 끊임없이 흔들리고 빗겨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탈은 동일한 목적지를 향하던 기존의 미적 범주를 깨트리고, 이름 곁의 낯선 주변부를 열어 보입니다. 다도에서 이름의 멈춤(1)은 다양한 일그러짐의 가능성을 억압해 왔던 동일성이라는 신앙을 거부함으로써 존재의 무한한 측면을 드러내는 수행인 것입니다. 다도에는 완전한 원형의 진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흔들어 깨워 진리라는 이름의 동일성을 일그러뜨립니다.
1) 『금강경』 비설소설분(非說所說分). “설법이라고 하는 것은 설할 수 있는 법이 없다. 이름이 설법일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