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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수한량 Jan 10. 2019

노력을 먹고 자란 슈퍼개미

당신의 정원* 여덟번 째 인터뷰. 성실하게 오늘을 사는 어른들에게 



노력을 먹고 자란 슈퍼개미

(인터뷰 당시 나이 27세, 남자)




요즘 주로 하는 가장 큰 고민이 뭔가요?


최근에는 취업,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다. 졸업을 앞둔 사람들 모두 원하는 곳에 잘 취직할 수 있을지가 가장 절실한 고민이지 않나 싶다. 


늘 열심히 했으니 좋은 곳에 취직할 수 있을 거예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항상 성실하게 지내왔잖아요!


꼭 그랬으면 좋겠다. 이제 한참 원서를 넣는 시즌인데 노력에 더해 운도 따라주길.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본 적 있나요?


삼십 대에는 가정적으로 안정된 그림을 만들고 싶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겼으면 좋을 것 같고, 삼십 대 중반에서 마흔까지는 내 능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50대가 되면 내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고 가정도 탄탄하게 일군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쯤 되면 스스로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한 십 년도 안의 긴 기간을 도전의 시기로 정하셨네요.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은 삶에 에너지를 주는 것 같다. 크던 작던 평생 도전을 간식 삼아 살아가고 싶다. 그것이 성공적이든 실패로 가든 상관없이,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일을 해가며 사는 삶을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한다.


도전적으로 경력을 쌓는 것 못지않게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 봐요.


돈독한 집에서 자라 그만큼 좋은 가정을 이루어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성실하시고 열심히 살아오신 아버지 어머니를 늘 회장님과 여사님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그분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습관이다. 또, 취직하고 빨리 돈을 벌어서 두 분을 유럽 한 번 보내드리는 것이 소원이다. 유럽 배낭여행을 다닐 때, 특히 스위스에서, 부모님이 이 풍경을 보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기 때문이다. 얼른 그 날이 오길 바란다.


책상에 붙여두고 보거나 핸드폰 노트에 특별히 적어두고 자주 찾아보는 명언이나 글귀 하나만 알려주세요.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라는 말을 인생의 격언으로 삼고 살고 있다. 나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라, 남들보다 두 세배로 노력하며 살았던 것 같다. 이렇게 꿈을 꾸고 노력을 멈추지 않으면서 길을 밟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목표지점에 닿아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색입니까?


빨간색.

엄청나게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살았기 때문에 빨간색이다. 나는 시간을 늘 잘게 썰어서 사용하려 노력한다. 한 시간이, 십 분이, 심지어는 일 분이 너무도 금쪽같아 함부로 쓰고 싶지 않아서다. 그래서 계획표를 만들 때도 때론 오 분 단위로 일정을 짜는 날도 있다. 늘 하루를 소중하게 열정적으로 쓰는 나는, 빨강이다.





인터뷰를 마친 뒤


성실한 이 개미과의 친구를 인터뷰하면서 배짱이과인 나는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시간을 잘게 썰어 분 단위로 알뜰하게 쓰는 사람을 마주하고 보니 게으르기 그지없던 나는 왠지 모를 작아지는 기분을 맛봐야만 했다. 친구는 남들이 잠을 자거나 술에 취해 비틀거릴 시간에도 책상 앞을 지키고 펜을 잡으며 이를 악물고 살아왔다. 글은 엉덩이로 쓰는 거라던 모 작가의 말처럼, 혹은 ‘1만 시간의 법칙’처럼 오래도록 한 자리에서 시간과 노력을 부어온 이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게 열심히 살던 친구는 원하던 직장에 들어가 꾸준히 커리어를 쌓고, 전문 시험도 준비하며 한 걸음씩 자신이 설계했던 인생계획들을 실현해 가는 중이다.


아마 모두들 기억할 것이다. 1밀리그램의 땀방울도 없이 호위 호식하는 것도 모자라, 인간에 대한 예의도 없어 '능력이 없으면 네 부모를 원망하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던 누군가를.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부모는 자식에게 왠지 모를 부채감을, 또래의 젊은 친구들은 노력의 배신으로부터 오는 박탈감에 공분했던, 너무도 추운 2016년의 겨울이었다. 

그 허망한 시간들을 지난 후, 친구의 인터뷰를 글로 정리하다가 나는 뜻하지 않게 위로를 받았다. 내가 경작하는 만큼 수확한다는 순수한 법칙을 믿는 이 개미 친구의 성실함과, 부모님께 좋은 경험을 선물해드리고 싶다는 따뜻한 마음이 내 가슴을 다 녹이는 것 같았다. 열심히 살아보자는 의지에 불을 붙여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닦아가는 멋진 개미의 앞날을 앞으로도 응원한다. 





마음의 정원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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