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리고 마음을 그린 일러스트
비범한 성공신화를 지닌 이들의 이야기를 매체를 불문하고 우린 매일같이 마주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인터뷰들이 쏟아지죠. 유명 연예인들과 저명한 인사, 존경받는 학자와 정치인, 대개는 그런 식입니다. 그러다 문득, 우리들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도 그들 못지않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품고 살지만, 누구도 우리에겐 마이크를 내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번쯤은 듣고 싶어 진 거죠.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누구나 겪을만한 흔한 고민과 소소한 행복들이 궁금해졌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밑도 끝도 없이 행복하냐고 장난스레 물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예상외로 열에 여덟은 그렇지 못하다고 대답했고, 왜 행복하지 못할까, 어떤 고민이 있기에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하는 호기심으로 저는 젊은 친구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큰 의미 없이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가만히 눈을 들여다보며 온전히 그 사람의 얘기에만 집중하는 것은 생각보다 멋지고 굉장한 일이었습니다. 수첩에 적어 내려가는 이야기들이 늘어날수록, 조금이나마 젊음의 고민과 이야기, 그리고 타인의 인생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는 희극적인 드라마를 살았고 어떤 이는 아픔이 짙게 배어있고, 누구는 공허함에 허덕이며, 또 티끌 없이 행복한 이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누구의 인생도 허투루 일궈지는 법이 없다는 것을 거듭 배웠습니다. 이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브런치에 풀어놓는 지금의 저는, 조금 더 말랑말랑해진 마음과 토끼처럼 바짝 선 귀로 당신들의 고민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당신의 고민은 무엇입니까?
1. 정해진 질문지는 없다.
2. 주파수를 맞추고 경청한다.
3. 판단하지 않는다.
4. 온전히 녹아든다.
5. 머리 숙여 감사를 표한다.
인터뷰는 취중에 이뤄지기도 하고, 혼잡한 상황 속에서 종종 의식의 흐름으로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모든 대화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옮겨내진 못했으나 언어와 언어 사이에 오간 감정과 진심, 그날의 공기만큼은 최대한 담아보려 노력했습니다. 익명으로 기재된 글이지만 아끼는 친구의 혹은 내가 미처 몰랐던 나의 이야기라 여기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인터뷰는 첫 질문 “당신이 요즘 하는 고민은 무엇입니까?”로 시작해서 마지막 질문인 “당신 인생의 색깔은?”, “만일 내일 죽어 없어진다면 자신에게 남기는 마지막 말은?” 이 세 가지를 빼고는 모두 다르게 흘러갑니다. 단순히 제가 제시하는 질문에만 충실하기보단, 캐치볼을 하는 것처럼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며 진행되었습니다. 그 뒤에는 제가 인터뷰 당사자와 읽어주시는 분들께 전하고 싶었던 말들이 수필의 형식을 빌려 수록되었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며 그린 '마음의 정원 한 조각'이 각 에피소드를 매듭짓습니다.
다른 이들의 인생 노하우와 내공을 날로 먹는 것 같아 늘 미안하면서도, 별 것 아닌 질문들에 눈을 반짝이며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주던, 이렇게 인터뷰를 해보고 나니 나에 대해 진심으로 돌아본 시간인 것 같아 좋았다는 당신들, 정말 너무 고맙습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을 예쁘게 엮어 선물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오래전 약속을 이제 조금씩 지켜보려 합니다. 제게 맡겼던 당신의 젊음 한 조각을 이 글들로 되돌려드립니다.
* 이 브런치에는 총 마흔여섯의 젊은이들의 인터뷰와 그들의 마음을 그려낸 삽화들이 연재될 예정입니다. 전문 인터뷰어가 아니기에 기술적으로 미숙할 수 있음을 미리 사과드리며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