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이름을 귀하게 여긴다. 성인이나 왕의 이름을 그대로 쓰곤 한다. 피터(베드로), 존(요한), 제임스, 찰스가 그러하다. 유월절과 부활절을 의미하는 파스칼 Pascal은 프랑스 식 이름이다. 한국에서는 종종 사주 명리를 통해 이름을 짓는다. 액을 막고 필요한 기운을 담는다. 고대에서부터 파생된 '이름'의 힘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중간계 난쟁이들도 '이름의 힘'에 관한 믿음이 두텁다. 그들은 결코 외부 종족에게 자신의 진정한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그들의 무덤에 조차 새기지 않는다. '김리'의 진짜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레골라스조차도.
Each dwarf, moeover, has his own 'secret and inner' name, his 'true' name, never revealed to anyone of alien race. 'Not even on thier tombs do they incribe them.' What Gimli's name is we never find out, nor Legolas. - Poul kocher,『Master of Middle-earth』 p. 95 -
- 피터 잭슨, 2003,『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중 거대한 올리펀트를 처치한 레골라스 -
- 피터 잭슨, 2003,『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중 귀엽게 레골라스를 견제하는 김리. 둘은 진정한 친구다. -
이름에는 힘이 있다. 이름 불리는 순간, 대답한다. 이름 듣는 순간, 누군가 떠오른다. 저항할 수 없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유바바는 치히로의 이름을 빼앗는다. 치히로 千尋에서 '심 尋'를 빼가니, '헤아릴 수 없는 깊음 千尋'이 '천 千'으로 한계 지어진다. '천'은 유량하나, '천심'은 무량 無量하다. 하쿠는 치히로에게 자신의 이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난쟁이들 역시 '이름의 힘'을 잘 알았다. 그리하여 막역한 사이일지라도 자신의 이름을 결코 말하지 않는다.
Ps. 어슐러 K 르 귄의 『어스시 전집』역시 '이름'에 관한 아름다운 소설이다.
난쟁이 사회는 한국의 사회와 유사한 출산 문제를 겪고 있다. 원인은 극명하게 다르나 결과는 같다. 아이가 없다. 아이가 귀하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으며, 흥미롭다.
"오직 난쟁이의 1/3만 여성이다. 톨킨이 말하길, 이들 여성 모두가 결혼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란다. 그 결과, 대부분의 난쟁이 남성들 역시 결혼하지 않고 아이들 역시 적다."
Only one third of all dwarves are female, (...) In consequence most dwarf males never marry, and childern are few. - 상동 -
교류 없는 사회는 경색된다.『주역』의 천지비괘 天地否卦는 하늘과 땅이 서로 소통해야 마땅하나, 각자 그 자리만 지키는 형국이다. 이를 '막혔다 否'고 이름 부른다. 좌절할 수만은 없다. 우리가 밟고 딛는 지구에서 영원한 것은 없으며, 동쪽에 해가 뜨는 순간 밤은 달아난다. 난쟁이는 위기를 '장인 정신'으로 승화한다.
The artistic sensibilities of male dwarves, which make them master craftsmen in metals and stone, seem to be a sublimation of their sexual frustration. - 상동 -
- 피터 잭슨, 2001,『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미스릴 갑옷에 대해 이야기하는 간달프 -
난쟁이들은 진정한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우리도 가끔 '좌절'을 좌절로 부르지 않을 순간들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들어 올리는 영광만큼이나 누군가를 가라앉히는 힘도 크다. 이 힘을 잘 흘려보내면 비상할 수 있다. 비괘가 '박 剝'괘를 지나 도착하는 곳은 '복 復'괘다. 우리는 빛을 되찾는다 光復. 과거에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