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가해자가 아닐까 우려된다면, 위의 도란도란 학교폭력 예방 누리집에 있는 가해학생의 징후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평소에 잘 살펴보면 도움이 됩니다. 어느 한 가지의 징후만을 보고 학교폭력 가해자라고 단정할 순 없으니 다양한 정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사실 위의 징후들이 없어도 가해학생일 수 있습니다. 아들이 그랬습니다. 세 번째 항목인 ‘친구관계를 중요시하며,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귀가시간이 늦거나 불규칙하다’만 해당됐습니다. 하지만 이는 가해학생의 징후라기보다 그 나이 때 아이들에게서 보이는 보통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가해학생의 징후인지 그냥 사춘기 아이의 모습인지 잘 관찰해야 합니다.
세 번째 항목은 부모가 자녀의 보호 차원에서도 중요한 항목입니다. 왜냐하면 귀가시간이 늦어지고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면 생각지 못한 일에 휘말리게 되고 그 나이 때 아이들의 특성상 무리에서 내치지 않기 위해 그들의 행동에 동참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한 번 무리에서 제외되면 그 기억이 너무도 괴로워서 다시 그 무리에 들어가면 ‘난 못해. 그렇게 하지 말자.’ 이런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어른이 생각하기엔 뭘 그렇게까지 할까 이해가 안 되겠지만 그 나이의 아이들에겐 친구라는 존재가 너무도 크고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혼자서 할 수 없는 무모한 행동도 여러 명이면 서슴없이 합니다.
가정마다 아이와 협의하여 적정한 귀가 시간을 정해야 합니다. 몇 시인 가는 각 가정마다 다를 것입니다. 하교 후의 일정이 있으니 그 점도 감안해야 할 테니까 말입니다. 중학교 때 아들은 운동이 끝나고 나면 9시가 좀 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은 10시가 귀가 시간이었습니다. 예외인 날도 있었지만 그렇게 정해져 있으니 늦으면 전화를 하고 늦는 이유를 알려왔습니다. 아이가 집에 없어도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는 꼭 알고 있어야 합니다.
부모님 중에 이런 분들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착한 아이인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 그래요.” 그러면서 아이 앞에서 아이의 친구 험담을 하고 같이 어울리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아이들에게 반항심을 갖게 만들며 부모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아이들은 자기 친구를 험담하는 부모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부모보다 말도 잘 통하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잘 이해해주고 들어주는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몰라서 그래요. 그 친구 착한 아이예요.”라며 친구 편을 들게 됩니다.
가해학생의 징후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모습만을 말하고 있습니다. 많은 가해학생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냥 장난이었어요. 걔가 그렇게 괴로워하는지 몰랐어요.” 본인이 하는 말과 행동을 상대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모릅니다.
“사람에게는 자기가 받은 대로 남을 대하려는 심리가 있다. 남에게 상처 주는 사람은 그만큼 누군가에게 상처 받은 사람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자신의 고통에 둔감하기에 남의 고통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반성의 역설』에 나오는 글입니다. 우리 아이가 누군가에게서 받은 상처가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합니다. 또한 부모인 내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도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피해학생이 되는 것도 부모로선 힘든 일이지만 가해학생이 되는 것 역시 힘든 일입니다. 그러니 평소에 아이와 소통하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고 관심을 가져 예방에 힘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