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어려지는 것은
관계의 문제다

by N잡러

“쳐다봤다고, 축구에서 졌다고 반 남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학폭 신고를 했어요.”


학교폭력 하면 대부분 청소년기 아이들, 특히 중학생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상담전화를 받아보면 초등학교 1, 2학년 학부모님들이 꽤 많습니다. 피해응답률이 초등학생 65%, 중학생 18%, 고등학생 14%라고 교육부 통계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사안을 들어보면 아이들의 문제보다 부모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리고 학교폭력이라기 보단 아이가 학교생활 적응을 잘 못하거나 또래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아이들도 학교생활이 처음이고 부모 역시 처음입니다. 적응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편에선 학폭위 피 가해자가 나눠지는데 이제 초등학교 1, 2학년밖에 안 된 아이들이 낙인찍혀서 학교생활이 계속 힘들어지면 어떻게 하냐며 걱정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학폭위에 신고하기 전에 아이들의 말만 듣고 행동하지 마시고 교사나 그 상황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상대 아이와 부모, 교사 등을 통해 혹시 오해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없는지 확인합니다.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은 심각한 수준의 학교폭력은 많지 않습니다. 주변 어른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들끼리는 잘 지내고 아무 문제없다면 어른의 개입은 최대한 자제해주는 게 좋습니다. 아이들은 갈등 상황에서 문제해결력을 키워갑니다. 스스로 경험한 부정적인 감정과 갈등도 결국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합니다. 부모가 모든 문제 상황을 처리해줄 수 없습니다. 아니 처리해줘서는 안 됩니다. 몸은 성인이나 정신이 미숙한 어른으로 만드는 길입니다.


초등 저학년 모든 면에서 미숙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지켜보고 도와줄 부모는 좀 더 성숙한 어른의 모습으로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십시오. 그러려면 부모가 건강해야 합니다. 나 자신부터 잘 다독이고 격려해주고 인정해주십시오. 크면서 인정받지 못했던 나, 자신감 없던 나를 ‘이만하면 잘 살았다. 앞으로도 잘 해낼 거야’ 이러면서 다독여주면 좋겠습니다. 부모인 내가 건강해야 아이의 문제를 객관화시켜서 볼 수 있습니다. 아이의 문제에 나를 투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을 더 힘들게 할 뿐입니다.


부모는 아이 학년에 맞춰 커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눈높이가 아이에 맞춰있으니 당연합니다. 하지만 부모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전체를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항상 지금이 끝이 아님을 생각하면 불안하거나 조급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언제까지나 초등 저학년에 머물러 있지 않으며, 언제까지 엄마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지나갑니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더 명확해질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의 특성도 한몫합니다. 온라인, SNS를 통한 관계에 더 몰두하고 면대면 상황은 어려워합니다. 그러다 보니 더욱 온라인 관계에 빠져들고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아이들 사이에 겐봇이라는 것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이에서 본인이 듣고 싶은, 혹은 지지받고 싶은 것들을 글로 받고 대가로 기프트콘이나 카톡 선물을 보내줍니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이제 겐봇을 더 이상 못하겠다고 하며 차단해버리면 그동안 의지했던 아이는 멘붕이 오며 심리적 내상까지도 입는다고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갈등 상황이 발생합니다. 갈등을 해결하며 관계도 회복됩니다. 이는 시행착오를 거치게 됩니다. 이것은 아이만이 아닌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아이와 다른 아이와의 관계, 교사와의 관계, 부모들과의 관계까지 처음이기에 서툴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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