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를 다녀와서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며칠 후 경찰서 형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토요일 10시까지 경찰서로 아들과 함께 신분증을 가지고 오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아들의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않은 상태인데 아들이 피해자의 배를 때리고 머리를 잡아끌고 갔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있다면서 기정 사실화하고 있었습니다. 말투도 너무 기분이 나빴지만 뭐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때린 건 사실이니까요.
경찰서엔 남편이 아들과 갔습니다. 저는 경찰서에 가기가 왠지 무서웠습니다. 경찰서 가서 조사받고 서로 원만히 합의하면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아니란 걸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다른 가해자 학생과 부모도 같이 조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세 명의 아이들을 각각 다른 형사들이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에 근거해 질문했다고 합니다. “몇 대 때렸냐? 어딜 때렸냐?”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하고, ‘머리 끌고 갔다는 걸 봤다는 데 아니냐?’며 목격자 진술과 다르다며 계속 추궁했다고 합니다. 간단한 사실 확인을 몇 시간씩 조사하고 반복되는 형사의 질문에 참다 참다 한 어머니가 그랬다고 하더군요. “형사님, 목격자 진술에 맞춰서 대답해야 합니까? 안 할걸 했다고 하라는 거예요?”라고 했더니 그런 건 아니지만 목격자가 있으니 그런 거라면서 조사를 마쳤답니다. 남편도 아들에게 “네가 한 일만 정확히 이야기하면 돼.”라고 했다더군요. 그 목격자란 아이도 알고 보니 피해학생과 어울려 다니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집에 온 남편에게 너무 오래 걸려서 걱정했다고 했습니다. 아들도 지쳤는지 별말 없이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들은 경찰서 조사를 받고 나서 다시는 자기 때문에 부모님이 경찰서 가는 일은 만들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난 이후에 피의자 신문 시, 체포 시 권리보호와 관련된 각종 제도에 대한 안내를 내용으로 하는 우편을 받았습니다. 수사관 교체나 수사이의신청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조사도 다 받았는데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해 그냥 보기만 했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처리하는 것이 더 급했습니다.
어떻게든 피해학생의 부모님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연락처를 알 길이 없었습니다. 아들에게 피해학생의 연락처를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아들을 통해 알게 된 피해학생의 핸드폰 번호로 전화해서 부모님과 통화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엄마가 연락처 알려주지 말라고 했고 합의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면서 전화를 끊더군요. 피해학생의 학교 선도 교사는 학교에서도 그 학생의 어머니와 통화가 어렵다며 피해학생에게 조차도 전화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학생의 핸드폰에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전해 달라는 것과 꼭 뵙고 사과드리고 싶다는 문자를 남겼습니다. 그 후 몇 번의 문자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습니다. 어머님께 전했는지 조차 알 수 없으니 정말 답답했습니다. 경찰도 학교 교사도 연락처조차 알려주지 않으니 직접 사과하거나 합의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다리는 것 말고 할 것이 없었습니다.
6월 학교에서 학폭위가 있고 나서 처분 내용이 들어있는 등기우편을 받았습니다. 불복하면 그다음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안내까지 나와 있었으나 그 당시엔 또 다른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고 그 안내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아들은 처분으로 1호 서면사과, 2호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5호 특별교육 이수 5일을, 저는 보호자 특별교육 이수 5시간을 받았습니다. 특별교육은 학교 밖 시설에서 방학기간에 받으라는 내용의 우편이 도착했습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처분이 낮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학폭 처분에 대해 생활기록에 기록되고 고등학교 진학할 때도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걱정이 된 건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