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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축하해

by 날랩

서현아 안녕? 엄마야.


일 년을 네 앞에서 나를 ‘엄마’라고 칭하면서 수도 없이 뱉었던 말인데 ‘엄마야’라고 너한테 편지 쓰듯 하는 말은 너무도 어색하다.


우리가 함께 한 날이 벌써 일 년이 다 되었어.


우리 서현이의 일 년은 어땠어?


엄마의 일 년은 예전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아.


네가 오기 전에 엄마의 일 년은 정말 빨랐었거든.


달마다 주어진 스케줄에 맞춰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떴다 내렸다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일 년이 다 가버렸어. 지금이 몇 년도 인지, 몇 월인지, 어떤 계절인지도 잘 모르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일주일에도 몇 번씩 하루가 길어졌다 짧아지고, 계절이 변화했었어.


그런데 너와 함께한 지난 일 년은 하루하루 달력을 넘기면서 꼼꼼하고 촘촘하게 살아낸 것 같아.


그래서 더 길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해.


통으로 보면 순식간인 것 같지만 매일을 이렇게 길게 충실히 산 날이 있어나 싶어.


가만히 누워있던 네가 움직이기만 해도 신기하고 기뻤고.


너의 성취와 성장에 내가 그동안 이룬 그 어떤 것보다도 뿌듯했어.


넌 엄마를 매 순간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고, 또 대단히 못난 사람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엄마는 그 모든 순간이 참 행복했어.


오해는 말아줘, 딸아.


네가 날 못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못 견디는 순간이 많았던 거니까.


날마다 훌쩍훌쩍 크는 너에 맞춰 자라기에 엄마가 조금 느렸던 건데, 그게 너무 버겁고 힘이 들었어.


서툰 내가 한 결정이 앞으로의 네 삶에 큰 해가 되진 않을까 덜컥 겁도 나고, 내 무심한 행동과 말들에 네가 영향을 크게 받진 않을까 염려되어서 말이야.


아직도 그 무거운 감정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아.


마치 매번 시험 범위가 훅- 늘어버린 것 같아서 쫓아가는 게 숨이 차지만, 일 년이 지나니까 그 무서운 감정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어.


너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고 싶어서 애가 타다가도,


네가 나를 세상의 전부인 양 한없이 맑은 눈으로 쳐다봐주면 ‘이런 눈빛과 기대를 받아도 되나’ 하는 겁이 나는 알쏭달쏭한 엄마이지만 그래도 우리 서현이가 두렵지 않게 외롭지 않게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될게.


모든 게 처음이었던 365일을 지나, 이제 다 한 번씩 너와 함께한 추억이 묻은 새 하루가 시작돼.


두 번째 맞는 6월은, 가을은, 겨울은 좀 익숙해질까?


아니면 한 살의 6월, 한 살의 겨울이라 또 다르고 여전히 버거울까?


아직 겨우 일 년의 경험치 밖에 없는 엄마라 부족함이 많지만 이런 엄마를 믿고 또 매 해 기쁘게 생일을 맞아줄래?


엄마가 축하 하나는 제대로 해줄게.


매년이 축제 같도록. 삶이 선물 같도록. 더 노력할게.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면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좀 아쉽지만, 그래도 엄만 지치지 않고 노력해 볼 생각이야.


끝없이 우리 딸에게 ‘네가 와서 엄마의 삶이 축제 같아졌다고, 힘든 건 정말 잠시 뿐이라고. 네가 나한테 준 행복이 감히 헤아릴 수 없이 크다’고 계속해서 표현해 볼 거야.


작년엔 지구 별에 온 걸 환영한다고 인사했는데, 일 년을 함께 해 준 오늘은 이렇게 인사해 볼게.


“우쭈야, 내 서현아. 엄마 아빠한테 와줘서 너무 고마워.


귀한 우리 딸이 누추한 엄마 아빠한테 와서 우당탕탕 크느라 일 년 동안 고생 많았어.


앞으로도 우당탕탕 난리법석일지라도 귀하게 모실테니 잘 부탁해!! 너무 사랑해!! 엄마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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