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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이 내일의 방향이 될지도

by 화정

돌아보면 수많은 질문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아직 모든 게 낯선 어린 시절에는 보이는 것들에 '왜일까?'라며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고, 그다음에는 나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 첫 번째는 아마 장래희망이 아닐까 한다. 중고등학교에서는 매년 장래희망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나름 진지하게 고민이 되었다. 나는 커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어떤 일이 잘 맞을지 구체적인 직업의 형태로 생각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살면 좋겠다

두 번째로 심각하게 고민했던 질문이다. 지방에 살다가 방학 때 서울에 사는 사촌언니의 집에 다녀갔는데 눈에 보이는 건물과 도로, 지하철 등 모든 것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더 큰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눈을 넓혀보고 싶다는 마음이 조용히 자리 잡았다. 그걸 이룰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대학이었다. 서울에 있는 학교로 진학하면 자연스레 이곳에서 살 수 있으니 서울의 대학으로 입학 지원을 했고 그 바람대로 대학을 계기로 정착해서 살게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면?

코로나로 한참 사회생활이 단절되었을 때 평일이며 주말을 혼자 보내게 되었을 땐 '일상'이란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혼자 보내는 일상을 건강하고 즐겁게 꾸려나가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았다. 요리와 책 읽기, 컬러링과 같이 유행하는 것들을 시도하다가 글쓰기도 하게 되었다. 일기와 같이 나만 보는 글이 아니라 에세이를 써보고 싶어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신청해서 내가 쓴 글에 리뷰를 받고 퇴고하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열 편 정도의 글이 쌓였을 때 브런치 작가에 지원해서 나만의 작은 온라인 책방을 열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난 후에는 매년 그해에 '가장 관심 있는 주제로 브런치북 발행하기'를 목표로 글을 쓰고 있다.


언제나 삶에 던지는 질문에 정해진 답은 없었다. 스스로 납득할 만한 의미를 발견하고, 나에게 적합한 답을 찾아보는 과정이 반복되는 느낌이었다. 질문과 답, 이 모두 내가 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이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 주었다. 답은 언제나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조금 더 나다워졌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내가 던진 질문은 갈고리와 같아서 내면의 깊숙한 곳에 숨겨진 마음까지 드러나게 해 준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나는 묻게 된다. 앞으로의 일 년은 어떻게 살아갈까.

하루의 스케줄에 파묻혀 살다가도 새해를 앞두면 자연스레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숫자나 계획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라는 생각에 다짐 대신 질문을 고른다.


언젠가부터 내가 집중하는 부분은 일상이다. 멀리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특별한 일 없는 하루하루가 튼튼하게 세워지길 바랐다. '단단한 일상을 만들자.' 단단하다는 건 그냥이 아니다. 뒤집어엎고 두드려 다져져야 한다. 들쑤시고 들쑤셔 내가 진정으로 알고 느낄 때까지. 그것이 내겐 질문이었다.

어릴 땐 ‘나는 커서 무엇이 될까’, 청춘의 한가운데서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싶을까’, 지금은 ‘어떤 하루를 살고 싶은가’. 질문을 던질 때마다 삶은 그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였다.


질문은 지금의 자리에서 어디로 나아갈지를 묻는 방향키가 되어 주었다. 답을 급히 찾지 않아도 좋다. 낚싯대를 드리우듯 시간을 흘려보내며 기다린다. 하루하루 질문을 던지고 선택을 쌓다 보면, 천천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조금 버겁더라도 스스로에게 정직한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답을 찾아가는 동안 삶은 조금씩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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