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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에 Feb 15. 2021

음식점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life has to end, love doesn’t

2021.02.15

 친구가 곧 문을 닫는 음식점에 같이 가자고 했다. 그곳은 한 곳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곳이다.농장과 협업해 재료를 가져오고 그때는 다들 모르던 비건식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은 익숙한 것들을 처음 시도한 선구자 같은 존재였다. 친구는 요리하는 사람들에겐 아주 깊은 마음속에 남아 있을 위로의 장소라며 슬픈 표정을 했다.

 

그전에 한번 친구를 따라갔던 그곳은 내게 그다지 좋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길게 설명이 늘어진 메뉴에는 그다지 먹고 싶은 것이 없는데 값은 비싸기만 했고 시킨 메뉴들도 별로 내 입에 맞지 않았다는 기억뿐이었다.


  하지만 사실, 이번에 그곳에 가게 된 이유는 내가 그 친구에게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그곳의 폐업 공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친구가 그곳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고 있기에 속으론 투덜거리면서도 그녀의 마지막 방문에 함께하기로 했다. 12시가 못 되어 도착했는데도 대기줄이 길어 2시가 가까이 되어 식당에 입장했다.


그 긴 기다림의 시간동안 나는 맥도날드가 간절했지만, 잠잠하게 건너편의 차 사고를 구경하면서 그 사람들의 바디랭귀지를 분석하며 시간을 보냈다.

저 사람들은 어딜 가던 중에 사고가 난걸까. 점심시간이라 배고파서 더 예민하겠다.(현재 배고픈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생각)  
‘이 상처는 제가 받아서 난 것이 아닌 것 같은데요.?’ ‘무슨 소리 하시는 거에요?’
친구보다 일찍 도착해서 여기저기를 서성이다가. 일요일 아침 조용한 동네의 모습이 좋아서 찍어보았다.

 마침내 들어간 곳에서의 식사는 내가 기억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우 정성스럽고 특이해서, 작은 반찬 하나에도 들인 품을 몰라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부담감이 들었다. 다정한 음식임에는 틀림없었다. 미안해질 정도로. 조용히 앉아 식사하면서 여전히 바깥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았다. 이렇게 사랑받는 곳도 결국 사라지는구나. 정성이 곳곳에 깃들어도, 그것이 공감을 사도 결국 끝이 나는구나.




누군가 만들어놓고 간 눈사람의 흔적

 필름 카메라로 그날을 담아 친구에게 남겨주고 싶어서 사진을 찍었는데,  장이 마음에 들어 가게의 인스타그램으로  사진을 첨부해  DM 보냈다. 며칠  답장이 왔는데, 많은 사람 덕분에 좋은 장례식을 치렀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가게 주인이 자기의 가게의 장례식을 치렀다고 말하려면, 그곳에 대한 감정은 어떤 형태의 것이어야 할까. 실제로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서도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 다른 곳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곳이었길래 다들 추도식을 하는 것처럼 경건하게 이곳에서의 식사를 기억하려고 하는 것일까.


 내게 음식은 맛있다 맛없다로 나뉘는 직관적인 것이다. 음식에 대해 길게 늘어지는 설명을 누군가는 정성과 배려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어떻게 느끼고 먹으라고 말하는 강제처럼 느껴진다. 조금은 구구절절하다고 느꼈던 그곳의 마지막이 마치 생전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사람의 장례식 같았다는 것이 괜히 부럽게 느껴졌다.




무언가를 만들어 공감을 얻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자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이렇게나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사실에 대해 질투가 나기도 했다. 그리고  그곳이 사라진다는 데에서 가슴의 허전함을 느꼈다. 사라지기로  결정에, 조용히 음식점을 사랑하던 사람들이 해줄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도 슬픔을 느꼈다.

대기줄이 아주 길었던 추운 일요일 아침. 모두가 두세시간은 기다렸을텐데도 조용하고 차분히 기다리는 분위기가 신기했다.


만든 것으로 사랑받긴 정말 힘든 일인데,사랑을 받게된다해도 그것은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네.

 ‘쉽게 받기 힘든 사랑을 받았으니 됐다.’

 저 말은 가게의 주인과 그곳을 사랑했던 이들에게 분명히 위로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사랑을 받았기에 서로에게 생긴 생채기가 더 클까 걱정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곳의 문은 닫혔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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