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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에 Apr 22. 2021

할아버지와 할머니

사랑해요

2021.04.22

 

할아버지가 이상했다. 울고싶었고 그래서 정말 자주 울었다.  나이 먹도록 해놓은 것도 없고,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확실한 것들을 보여줘야 좋아하시는데 정말로 보여드릴 것이 하나도 없어서  창피했다. 이번엔 진짜로 할아버지와 안녕이 가까워있는  같다고 생각했다.


자고 일어나면 안계실까봐 두려웠다. 내가 유일하게 하고 있는 것은 그냥 설렁설렁 돌아다니며 사진이나 찍는 것인데, 뭐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전부 털어서 내가 누구고 어떻게 자랐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던 중 엄마와 샌드위치를 먹다가 오열했다.

 빈티지 의류를 판매하는 업체와 협업을 하며 사진을 찍는 것을 보던 엄마는 나에게  사진 뒤에 옛날 용그림이 걸려있으면 너무 멋질것 같지 않냐고 물어봤다. 그때 갑자기 할아버지가 모아두신 병풍 몇가지와 내가 모아둔 빈티지 의상들 그리고 엄마 아빠한테 물려받은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이 들자마자 당장에 실행시키기엔 어렴풋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러운 인물 사진을 좋아하는 나는 스튜디오 셋팅을 좋아하지도 않으며 해본적도 없거니와, 병풍은 키가 크기에 조명을 쳐줄 사람이 필요하고 당장 마땅한 모델도  주변엔 없었다. 사람들을 모아 판을 키우자니 영화를 찍던 때의 트라우마가 생각나서 벌써부터 숨이 막혔다. 사진은 유일하게 나를 증명하거나 평가받지 않고   있는 창작활동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무슨 정신으로 그 샌드위치 집을 찍어서 사진이 남아있는지 도무지 짐작이 안간다.

 오랜만에 학교  커피숍에서 만난 동기와 커피를 한잔하며 졸업하고 어떻게 삶을 이어나갈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찌됐던   여전히 창작이 하고싶었다. 아이디어를 들은 나의 친구는 언제나 그렇듯 그냥 해보라고 이야기했고 그것은 여느때와같이 혼자선 못하니 너가 도와줘가 되었다.  친구가 데려온 후배가 모델이 되어주어 꿈만같던 일이 현실로 이뤄졌다.

그래도 몇 달동안의 이야기를 압축해서 쓴 것인데, 저 당시 찍은 사진들은 정말로 다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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