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교육 다섯 번째 이야기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해마다 수료식을 하다 보니 꽃다발을 매번 사는 게 아깝기도 해서 비누꽃과 포장지를 사서 직접 만들어주곤 했다. 꽃다발 안에 츄파춥스 하나면 아이는 참 좋아했다. 지난 첫째 졸업식 때도 뒤늦게 꽃다발이 생각나서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가격이 비싼 것 같기도 하고, 좀 괜찮다 싶은 건 설 연휴가 끼어 배송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그래서 작년에 썼던 비누꽃과 집에 있는 재료들을 활용해 또 직접 꽃다발을 만들었다. 이 정도도 괜찮겠지~ 츄파춥스면 되니까~하고서.
집에서 노트북 줌으로 졸업식을 지켜보고 난 뒤, 반별로 정해진 시간에 사진을 촬영하러 둘째를 데리고 남편 회사에 들렀다가 어린이집으로 갔다. 강당 안에 마련된 포토존 앞으로 길게 줄이 서 있었고 강당 곳곳에서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촬영하며 졸업식을 기념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가 들고 있는 화려하고 예쁜 꽃다발을 보면서 약간 마음이 움찔했다. 내 꽃다발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한 장소에 모아놓고 보니, 유독 더 작아 보이고 안 예쁜 것 같았다. 집에서는 음 이만하면 됐어~하며 사진도 찍어뒀는데 누구나 들고 있는 크고 잘 만들어진 꽃다발을 보는 순간, 약간 위축되면서 혼자 느꼈던 그 흐뭇함이 옅어졌다.
포토존 차례가 될 때까지 첫째는 아빠와 동생과 장난치며 놀다가 나에게 조용히 질문했다.
"엄마, 그런데 왜 내 꽃다발은 다른 친구 들것처럼 크고 예쁘지 않아요?"
츄파츕스면 될 줄 알았는데... 이제 조금씩 남들과 '다름'에 눈을 뜨는 시기가 온 것일까. 안 그래도 우리 아이 꽃다발만 좀 작네...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그 말에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냥 다른 아이들처럼 멋진 걸로 사줄걸 그랬나. 아이의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덜컥하고 흔들리는 게 부모들의 마음인가 보다.
"응? 후니 꽃다발이 별로 안 예쁜 것 같아? 이거 엄마가 만든 건데..."
했더니 아이는 쑥스럽게 웃으며 "진짜요? 엄마가 만들었어요?"라며 예쁘다고 말해줬다. 고맙게도, 다행히도. 그리고 꽃다발을 들고 포토존에서 졸업사진을 찍었고 집에 와서 동생이랑 사탕을 하나씩 신나게 나눠먹었다.
만약 아이가
"엄마,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크고 멋진 꽃다발 받고 싶었는데"라고 말했다면 내 마음이 어땠을까. 더 미안하고 후회도 좀 했으려나.
"내 꽃다발은 다른 친구 들것 보다 작고 다르잖아요"라고 말했다면 앞으로는 남들이랑 비슷하게 맞춰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을 테고..
꽃다발에 대한 생각은 나의 교육 방법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고 예전에 읽은 이금이 작가님의 책 <청춘 기담>의 한 부분이 생각났다. 사교육으로부터 자유로운 아이로 키우겠다는 부모님과 살던 민서가 도시로 전학 간 뒤 어느 날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옥상에서 우리 집과 비슷한 형태의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동네 풍경을 바라보았다. 같은 모양새의 집들이 앞에도 뒤에도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이제 나만 그 안에 사는 아이들처럼 바뀌면 된다. 옥상 난간에 앉은 비둘기 부부가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지만 나는 못 알아듣는 척했다. 그 뒤로 비둘기들은 내가 나타나면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멀리 날아가 버렸다. 나는 보통 아이들과 다를 바 없어진 자신에게 만족했다.
<청춘 기담 나이에 관한 고찰 중 p113>
모두가 학교 끝나면 학원에 다니는 또래 아이들을 보면서, 나중에 아이들과 경쟁하려면 미리미리 공부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민서는 자기처럼 사는 아이들은 없는 것 같아 걱정하고, 남들과 비슷해지려 노력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민서의 시선도 충분히 이해됐다. 하지만 남들과 똑같게, 비슷비슷하게 성장하고 사는 것이 삶의 기준인 것처럼 여겨지는 현실이 소설을 읽는 내내 안타까웠다.
엄마는 소박한 꽃다발을 내밀었는데 아이는 남들과 똑같은 꽃다발을 원한다면. 엄마는 소신 있게 소소한 교육을 지향했는데 나중에 아이가 남들처럼 왜 공부해라 말하지 않고 선행학습을 시켜주지 않았느냐고, 이렇게 일찍부터 경쟁해야 한다고 알려주지 않았냐 묻는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그리고 다음 날 둘째 아이 수료식 때, 반 대표 엄마라 선생님께 드릴 작은 꽃다발을 꽃집에 미리 주문해서 받았는데 역시 전문가의 손길, 꽃다발이 아담했지만 참 예뻤다. 아이의 졸업식 꽃다발도 이렇게 사서 줄 걸 그랬나 다시 또 마음에 걸렸다. 그날 카톡을 하다가 "두 꽃다발 모두 예쁘고 뜻깊어요"라는 누군가의 말이 마음속에 번졌다.
내가 만든 꽃다발이든, 전문가의 손길을 빌린 꽃다발이든 주는 사람의 진심이 담겨 있다면 상대에게 조금은 그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까 하는 믿음을 갖는 수밖에. 할 수 있는 거라면 그 진심이 조금 더 잘 가닿을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애쓰는 일. 경제 상황이나 맞벌이 상황, 부모의 삶의 가치관에 따라 교육의 형태는 여러 갈래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코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이에게 어떤 방향의 교육 철학을 내밀더라도, 아이와 자주 소통하면서 아이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엄마는 이러한 이유로, 이렇게 고민해서, 이런 상황이라서 이쪽 길로 가고 싶은데 네 생각은 어떠니? 한 번씩 물어봐주고 아이의 이야기도 들어주자 다짐하며. 다시 첫째 졸업식 날로 돌아가는 상상을 해본다. 화려한 꽃다발 사이에서 그만의 가치를 뽐내는 내 꽃다발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상상을.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아이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육아를 하는 분들이라면 마음속에 늘 담고 있는, 때로는 심각하게 툭 터져 나오는 질문 같습니다. 8살, 6살 남매를 키우고 있는 저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항상 어렵기만 합니다. 가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교육에 대한 제 소신을 조심스레 밝힐 때면 "아이들이 어릴 땐 나도 그랬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첫째가 학교에 입학하며 '진짜 교육 현장'에 한 발짝 발을 딛게 됐습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지만, 아이들과 내 소신을 믿는 마음으로 걱정을 덜어 내어 봅니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교육에 '소소 교육'이라는 이름을 지어보았습니다.
'소소하다'는 작고 대수롭지 않다는 뜻도 있지만, 밝고 환하다는 뜻도 갖고 있어요.
그렇게 소신을 갖고, 작은 움직임으로, 아이와 밝고 환하게 교육 제도의 긴 터널을 지나가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