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좋은 어른이 되도록 '마음의 무게'를 키우는 일

소소교육 일곱 번째 이야기

by 소소 반디


아이들과 점심을 먹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둘째와 놀이터에서 같이 놀고는 하는 10살 언니가 부르는 소리였다. 쏘니는 "언니 이따 나갈게~~~" 크게 이야기하고는 급하게 점심을 먹었다. 남편이 막 출장에서 돌아온 뒤라 아이는 옷을 갈아입으려고 하다가 아빠와 갑자기 소꿉놀이를 하자며 급히 놀이에 빠졌다. 나도 점심 먹은 걸 치우고 설거지하느라 신경을 못 썼고 뒤늦게 "밖에 안 나갈 거야~?" 물었더니 "집에서 아빠랑 놀 거예요"하고는 또 아이들은 신나게 아빠와 놀이에 빠졌다.


주말 동안 아이들과 정신없이 지냈던 터라 조용히 운동하고 싶어서 옷을 갈아입고 혼자 뒷산으로 가려는데 놀이터에서 쏘니를 불렀던 그 아이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쏘니는요?"

"아..? 집에 있는데..."

"그렇구나. 저도 이제 집에 가려고요"

"응.. 조심해서 가~"


그 시간,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고 시계를 보니 우리 집 문을 두드린 지 한 시간 정도 지난 뒤였다. 산을 걷는데 자꾸 10살 OO이가 마음에 걸렸다. 평소에 쏘니를 잘 챙겨주는 언니인데,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동생이 나올 줄 알고 기다렸을 아이에게 갑자기 미안해졌다. 집에 갔더니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운동장에 가서 아무도 없었다. 실망했을지 모를 OO 이에게 대신 사과해야겠다 싶어서 아이 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놀이터에서 인사하고 가끔 이야기만 나눠서 연락은 거의 하지 않는 엄마였지만 다행히 연락처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OO이 어머니. 아까 쏘니가 점심 먹고 있어서 OO 언니한테 잠깐 있다 나간다고 했는데 갑자기 아빠랑 노느라 못 나갔었어요. 제가 산에 가는 길에 놀이터에서 OO 이를 만났는데 미리 얘기를 못 해서 미안하더라고요.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하다고 대신 꼭 전해주실래요...?"


아이 엄마는 연락해줘서 감사하다며 아이에게 꼭 전해주겠다고 답장을 주셨다. 그리고 나중에 쏘니가 집에 왔을 때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아까 엄마가 산에 가는 길에 혼자 쏘니를 기다리고 있는 OO 언니를 만났다고. 계속 기다리는데 안 나와서 언니가 속상했을 수도 있다고. 만약 못 가게 되면 미리 이야기를 해줘야 다른 사람이 기다리거나 실망하지 않는다고.


쏘니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나중에 또 잊어버릴지도 모르지만, 아직 여섯 살 아이에게는 이 일이 크게 와닿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알려주는 것과 그냥 넘어가는 것은 차이가 있을 테니까. 여러 번 듣다 보면 누군가와 약속을 지키는 일에 대해 좀 더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첫째도 어느 날은 비슷한 시간에 하교한 1학년 친구 4명이랑 다 같이 술래잡기를 했다. 한 명이 술래가 되어 잡으러 다니는데 쉽게 잡히지 않는 아이들. 도망치고 잡으러 가고, 까르르 까르르~ 웃다가 술래가 된 아이는 힘이 쭉 빠지고 지쳐 보인다. 도망가는 아이들은 얼른 잡아보라며 뛰어다니고.


'에구 좀 잡혀 주지...'


한 엄마가 "얘들아, 술래가 힘들겠다~~" 한 마디 던졌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 아이들. 그렇게 술래잡기를 하고 다른 놀이를 하다가 둘째 하원 하러 가는 길에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아까 OO이가 계속 술래라서 힘들어 보이던데. 술래 된 아이가 너무 힘들어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술래 해줄까 얘기해줘요"

"그래, 그렇게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아니면 다 같이 얘기해서 번갈아 하던지"


사실, 아이가 말은 이렇게 해도 아직 행동은 일치되지 않는 여덟 살이라 나중에 또 술래잡기하면 술래가 힘든 건 안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알려주는 것과 그냥 넘어가는 것은 차이가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한 마디를 보태게 된다.


쏘니가 하원하고 옆에 놀이터에서 또 삼십 분 정도 놀았는데 첫째가 그네를 높게 타는 동안 5살 친한 동생이 그네 뒤쪽으로 뛰어오다가 그네에 부딪혀 넘어졌다. 깜짝 놀란 아이 엄마와 내가 달려갔는데 다행히 다치진 않았지만 놀랐는지 큰소리로 엉엉 울었다. 그 순간을 보지 못했지만 동생이 우는 모습에 아이 얼굴도 당황한 표정, 멀뚱히 보며 서 있었다. 다행히 그 동생은 울음을 그치고 그네를 다시 탔고 조금 더 놀다가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왔다.


"아까 OO이가 넘어져서 울었을 때, 도니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라도 괜찮아? 물어보고 미안하다고 말해줬으면 어떨까?" 얘기했더니 "아! 깜빡했어요. 힝..." 자기 딴에도 속상해하길래 "그래, 너한테 뭐라 하는 거 아니고 알려주는 거야. 엄마도 잊어버릴 때 많거든"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집으로 왔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아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엄마 눈에는 보이는 것들이 참 많다. 이걸 어디까지 말해주고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 고민이 될 때도 있고. 아이들이 정신없이 노는 중에는 엄마 말이 제대로 귀에 들어올 것 같지 않아서 집에 들어오면 바로 아이가 알았으면 하는 부분을 알려주곤 한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끄덕 수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엄마는 내 마음도 모르면서"라는 말로 뾰로통하기도 하다. 너한테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알려주는 거야..라는 말에도 아이 역시 속상하기도 할 마음이 이해는 되지만 엄마도 할 말은 꼭 해야겠으니.


사실 밖에서 놀다 보면 매번 꼭 알려줄 게 하나씩 있을 정도로 아직 아이는 친구들을 배려하는 일에 서툴고,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며, 상처 받기도 하고 미성숙한 부분이 많다. 저래서 어쩌나 부모로서 걱정이 될 때도 많다. 어쩌면 당연하다. 아이니까, 마음과 행동이 아직은 일치되기 어려우니까. 그래도 꾸준히 이야기해주고 자기 스스로도 한번 더 돌아볼 기회를 준다면 아이들은 조금씩 자기의 마음 그릇을 키워나갈 거라 믿는다.


그 그릇의 크기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상식은 지키려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리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커 가는 과정에서 다른 친구들, 언니, 누나, 동생과 어울려 노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고 느낀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봐주고 이야기해주며 아이들이 성숙한 어른이 되도록 도와주는 우리 어른들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 아이들과 오랜만에 KTX를 탔다가 기차 안 작은 도서관에 꽂힌 책 한 권을 훑어본 적이 있다. 비교 교육학자가 쓴 <교육의 차이, 김선 지음>는 영국, 미국, 싱가포르, 독일, 핀란드 이렇게 5개 나라의 교육을 비교한 책이었는데 이 문장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교육은 두뇌만을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의 무게를 중시합니다. 나는 뛰어나도 남은 열등하다고 말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핀란드 사람은 아니라고 답할 겁니다. <교육의 차이 p55>




우리는 아이들의 두뇌만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던 건 아닐까 가슴이 뜨끔해졌다. 아이 둘을 둔 나 자신도 되돌아보게 된다. 특히 요즘의 학교 폭력 사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는, 학교는 그리고 가정에서 아이들의 마음의 무게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깊은 한숨을 내쉬게 된다. 가해 아이들이 그렇게 문제의식 없이, 죄책 감 없이 친구들에게 나쁜 행동을 할 정도가 될 때까지 어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런 거 신경 쓸 시간에 공부나 더 해"라는 말로 우리의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친구들이나 자기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깊게 생각해보는 기회조차 뺏은 적은 없었을까. 아니면 공감하는 능력을 가르쳐 주기보다는 앞서 나가는 능력부터 가르쳐주려고 애써온 건 아닐까.


두뇌를 키우는 일만큼, 아니 두뇌를 키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 마음의 무게를 키우기 위해서 아이에게 꼭 필요한 시간부터 고민해봐야겠다. 크고 작은 트러블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다른 아이들과 뛰어놀며 어울리는 놀이터 시간을 포함해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아이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육아를 하는 분들이라면 마음속에 늘 담고 있는, 때로는 심각하게 툭 터져 나오는 질문 같습니다. 8살, 6살 남매를 키우고 있는 저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항상 어렵기만 합니다. 가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교육에 대한 제 소신을 조심스레 밝힐 때면 "아이들이 어릴 땐 나도 그랬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첫째가 학교에 입학하며 '진짜 교육 현장'에 한 발짝 발을 딛게 됐습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지만, 아이들과 내 소신을 믿는 마음으로 걱정을 덜어 내어 봅니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교육에 '소소 교육'이라는 이름을 지어보았습니다.

'소소하다'는 작고 대수롭지 않다는 뜻도 있지만, 밝고 환하다는 뜻도 갖고 있어요.

그렇게 소신을 갖고, 작은 움직임으로, 아이와 밝고 환하게 교육 제도의 긴 터널을 지나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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