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 없어도 괜찮아 '재미'와 '의미'가 있다면...

소소교육 아홉 번째 이야기

by 소소 반디



오디오클립 중에 매주 챙겨 듣는 방송이 있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인데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팁을 듣다 보면 삶을 대하는 자세까지 생각해보게 되어서 참 좋아하는 방송이다. 여러 주제 중에서도 '재능이 없다면 글쓰기를 그만두어야 하나요?'에 대한 방송이 많이 와닿았다. 은유 작가님은 왠지 이 질문이 의미도 없는데 살아서 뭐하나요 라는 무게감으로 다가와 참 어렵고 조심스럽다고 하셨다. 그러게, 무언가를 계속해도 재능도 없고 발전도 없는 것 같을 때,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뭐하나 허탈감에 빠졌던 순간이 떠오른다.


작가님은 "내 글쓰기 생애에 재능이란 단어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라고 말씀을 하시며 그건 글쓰기 재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글을 쓰는 게 재미있고, 힘들 때 쓰고 싶은 말들이 차올랐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어느 날 글쓰기를 멈춘다면 그건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쓸 말이 없을 때, 또 써야 할 의미를 잃었을 때 일거라고.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재능'이라는 자기 계발적인 단어를 '재미'와 '의미'라는 가치 중심적인 단어로 대체한다면 어떨까. 어떤 일을 할 때 '재능' 보다는 '내가 꼭 이걸 하고 싶은 이유' 즉 필요와 열망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아이들 교육도 비슷한 것 같다. 나도 그렇지만 부모들은 보통 아이들이 잘하느냐, 잘 못하느냐 결과 중심적이고 자기 계발적인 기준으로 먼저 바라보게 된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배울 때 재능이 없어 보이고 진전이 없을 때, 부모들은 고민하게 된다. 계속 시켜야 할지, 그만두고 다른 재능 있는 것들을 발견하려고 노력해야 할지. 시간과 비용을 이만큼이나 투자했는데 남들만큼 잘하지 못하거나 특출 나지 못하면 아이의 능력을 의심하거나 실망하게 되고, 아이가 가진 재능을 빨리 발견해야 잘 키워줄 텐데 싶어 마음은 조급해지기도 한다.


요즘 부모들에게 요구되는 역할 중 하나가 아이의 재능 발견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아이가 어릴 때 다양한 것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아이가 관심 갖는 것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의 재능을 발견해서 키워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자 책임'이라는 글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공부에 별 관심이 없다면 특히 더 아이의 또 다른(공부가 아닌) 재능을 발견해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은 부모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 아이에게는 어떨까.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것인데 그 재능을 키워주겠다고 아이가 원치 않는 교육을 받도록 하거나, 이렇게 부모의 뜻대로 따라오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마냥 반갑기만 할까. 그럼에도 아이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부모가 매니저이자 코치 역할을 모질게 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에 아직은 해답을 잘 모르겠다.


얼마 전, 아이가 장구를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 당근 마켓에서 어린이 장구를 열심히 검색했다. 첫째는 어린이집에서도 국악 수업을 좋아했었다. 학교 갔다 오면 뭘 배웠는지 이야기를 잘 안 하는데 국악을 배운 날은 "엄마 오늘은 이 노래 배웠어요" 곧잘 이야기했고 악기에 관심을 가진 건 처음이라 장구와 교재를 한 권 사줬다. 학교에서 <개 타령>을 배운 날, 장구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길래 유튜브에 마침 강의하는 영상이 있어 보여주었다.


"짓지를 마라~ 멍멍 멍멍 짖지 마라~" 재미있게 따라 부르는 아이에게

"선생님한테 장구 한 번 배워볼래?" 넌지시 물어봤다.


잠시 고민을 하더니 "아직은 안 배우고 혼자 해보고 싶어요" 이야기해서 그러라고 했다. 농구나 야구도 관심 있어해서 농구공과 야구 배트를 사줬는데 재능은 잘 모르겠지만 '재미있어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본인 스스로 재미있게 하다가 '더 배우고 싶은 목표'가 생긴다면 이야기하겠지 싶어 그저 아이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중이다.


아이 재능을 잘 모르고 지나쳐서 발현시킬 기회를 주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도 이해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재능을 발견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아이가 스스로 재미있어하고 의미있어해야 하는 것일 텐데 하는 마음이 든다. 재능을 키우는 건 '부모'가 아니라 '아이'라는 가장 중요한 사실에서 부모의 책임감, 부담감, 미안함을 조금은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재능이 있던 없던, 아이가 즐겁게, 재미있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참 기쁠 것 같다. 아이의 '재능'을 알아차리는 것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는 눈을 먼저 키워야겠다. 어쩌면 일상에서 재미와 의미가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능력은 평생의 자산 같은 게 아닐까. 재능 발견 보다 훨씬 더 중요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아이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육아를 하는 분들이라면 마음속에 늘 담고 있는, 때로는 심각하게 툭 터져 나오는 질문 같습니다. 8살, 6살 남매를 키우고 있는 저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항상 어렵기만 합니다. 가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교육에 대한 제 소신을 조심스레 밝힐 때면 "아이들이 어릴 땐 나도 그랬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첫째가 학교에 입학하며 '진짜 교육 현장'에 한 발짝 발을 딛게 됐습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지만, 아이들과 내 소신을 믿는 마음으로 걱정을 덜어 내어 봅니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교육에 '소소 교육'이라는 이름을 지어보았습니다.

'소소하다'는 작고 대수롭지 않다는 뜻도 있지만, 밝고 환하다는 뜻도 갖고 있어요.

그렇게 소신을 갖고, 작은 움직임으로, 아이와 밝고 환하게 교육 제도의 긴 터널을 지나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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