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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반디 Oct 19. 2023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를 찾습니다

안전하게, 신나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곳. 

1년 전, 이사 온 아파트에는 놀이터가 없다. 어제는 아이들과 저녁 먹기 전에 아파트 공터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는데 윗집에 사는 아이들 두 명이 엄마 손을 잡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이들은 집에 가기 싫은 듯 공터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며 뛰어놀았고 어린이집 가방을 들고 있던 엄마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턱에 걸려 넘어진 아이가 "앙~~"하고 울어서 엄마가 놀래서 뛰어가셨다. 


'아이고... 아프겠다...'

누나가 넘어져서 울어도 집에 들어가기 싫다는 동생.

'그래 얼마나 밖에서 놀고 싶겠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도 집에 가기 싫다는 첫째와 싸웠던 옛날 생각이 났다. 아파트에 놀이터가 있었으면, 뛰어놀 공간이 넓었다면 어린아이들이 좀 더 안전하게 놀 수 있었을 텐데. 


6년 동안 살았던 동네를 떠나며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남편이 어렵게 분양받은 아파트가 있었는데 언제 들어갈 것인가 시기를 고민하다가 살던 집 전세 만기가 다 되기도 했고, 아이가 다녔던 학교가 미래혁신학교로 지정되어 몇 년 동안 리모델링 공사를 할 계획이라고 해서 이사를 결정하게 됐다. 남편 회사가 아주 가깝고, 6년 동안 살아서 익숙하고, 아이들이 산 아래에서 자연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좋았기에 이사 결정이 쉽지 않았고, 막상  결정하고 나서도 이게 맞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새 동네로 이사를 왔다.


사실 결혼하고 10년 넘게 2,30년 되는 아파트에 살면서 새집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전 집은 산 아래 1층이라 많이 습하고 여름에 잠깐 집을 비울 때는 곰팡이 때문에 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층간 소음 걱정 안 해도 되고, 집 바로 앞에 산이 있고, 자연이 있다는 것 그걸로 위안하며 살았었다. 그리고 돌아보면(역시 돌아보면 다 좋은 것만 기억하는 것일까) 아이들의 유년 시절 그곳에서 지낸 건 참 다행이었다.


새로 이사 온 동네에서 조금씩 적응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은 살기 좋았지만 아이들에게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닌 듯 보였다. 아파트 청약 때는 분명 설계도면에 놀이터가 있었는데 이사 오니 놀이터가 없다. 어린이 놀이터를 설치하는 기준이 50세대에서 150세대로 완화되었다고 하는데 건설사는 놀이터 대신 다른 것을 지었는데 그래도 주변 놀이터에 가면 되겠지 하는 마음에 이사를 왔었다. 실제로 아이들은 한참 걸어가 길 건너에 놀이터가 있는데도 귀찮아하지 않고 매일 놀이터를 갔었다. 첫째는 서서히 귀찮아했고 둘째도 점점 뜸해지더니 이제 학교 마치고 놀이터에서 잠깐 노는 시간 외에는 놀이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주 적어졌다. 놀이터라는 공에서 동네 친구도 만나고 사귀고 하는데 이런 시간이 부족하니 내가 더 아쉬웠다. 아쉬움에서 더 나아가 어떨 땐 위태로워 보인다. 


매일 합기도장에서 몸을 움직이고, 남편이나 내가 아이들을 저녁에 데리고 나가 배드민턴도 치고 줄넘기도 하며 운동을 하려고 하지만 자꾸만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시간이 그립다. 정작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데 나만 그런 걸까. 그런데 아이가 어느 날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엄마, 동네에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

"아는 사람? 어른도?"

"아니~친구들. 놀이터에 가면 친구들이 없어.. 이 동네에 아이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

"맞아 맞아~" (옆에서 거드는 첫째)


남편과 나는 조금씩 고민을 시작했다. 아직 3학년 1학년인 아이들. 한창 친구들과 뛰어놀고 안전하게 동네도 누비고 다녀야 할 나이. 놀이터까지 가려면 신호등이 없는 차가 다니는 길을 건너야 하고, 학교 가는 길에도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으니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한 블록 건너면 대학가이기에 저녁에는 현란한 네온사인이 가까이 있는 곳. 아이들 여기서 괜찮을까. 


"아이들은 계속 자라요. 크면 놀이터에서 놀 시간도 없을 텐데 굳이 놀이터가 중요할까요?" 


주변에서 이렇게 말하곤 했지만 '놀이'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놀이'가 아이들 마음 건강과 몸 건강에 얼마나 필요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나는 믿는다. 한국에서 '아이들 키우기 좋은 곳'을 찾다 보면 '학군으로 유명한 동네'를 많이 추천한다. 명문 중고등학교가 있고 아이들 학업 수준이 높고 학원, 편의시설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을 선호한다. 이런 곳들은 상대적으로 집값도 비싼 편이다. 


아이를 키우며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살고 싶은 동네도 달라질 것이다. 남편의 직장 위치, 맞벌이가 아닌 상태에서 경제상황을 고려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동네,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동네가 1순위였다.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성인이 될 때까지는 놀이와 외부 신체 활동에 좋은 환경, 거기에다 자연이 함께하는 환경이 아이들 키우기 제일 좋은 환경이라는 내 생각은 확고하다. 나는 아이의 미래의 행복보다 지금 현재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정서적 안정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친구들과 부대끼고 뛰어놀고 갈등도 겪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조화로운 사람으로 자란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도 물론 친구들을 만나지만 학교 안에서는 활동이 훨씬 제한적이다. 


얼마 전 <청소년 마음건강 ‘빨간불’... 5년 새 정신질환 65% 급증> 뉴스 타이틀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무엇이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는지,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과 일상을 냉철하게 분석해야 하는 게 아닌가 답답하기도 했다. 남편과 이사 갈 곳을 찾아보며 아이들이 청소년이 될 때까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동네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런 곳에 가더라도 동네에서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를 얼마나 들을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초등학생 고학년만 되어도 놀이터나 바깥에서 뛰어노는 걸 신기한 시선으로 보니까 말이다. 아이들이 많은 곳. 아니 바깥에서 뛰어노는 친구들이 많은 곳. (그런데 그동안 아이들이 놀았던 시간을 돌이켜보니 바깥에 아이들이 없어도 매일 꾸준히 놀다 보면 한 명 두 명 기웃거리는 아이들이 생기고 자연스레 어울리는 친구가 생기고 반갑게도 같이 놀이터에 출근하는 친구들이 생기곤 했다. 바깥에 놀 아이들이 없어서...라는 핑계 전에 우리 아이라도 바깥에서 놀다 보면.. 하는 희망을 가져봐야겠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에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 아...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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