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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프씨 Oct 26. 2024

현상해 드립니다

(5)

열아홉에 오래비 따라와서 한 삼 년 지났을 때니까 제법 도시여자 같았어. 사투리도 마이 고치고 시골 때도 마이 벗겨졌고, 젖살은 아직 통통해서 최고로 이뻤을 때였지. 나도 친구들도 어리고 젊고 꽃 같았지 꽃.

우리 다섯이 팔짱 끼고 유원지를 돌아댕기면 총각들이 막 눈총을 쐈어. 그 사진도 지들이 먼처 찍어준다 해서 할 수 없이 찍은 거였다니까. 사진 현상해서 보내준다고 주소 알려 달래서 그렇게 수작질을 부렸어 그때는..

     

우리가 수영복이 없으니까 해수욕장 보이게 그냥 서서 사진을 찍었어. 해수욕할 때니까 엄청이 더운 여름이었지. 그때는 지금같이 드런 공기도 없었어. 바닷가라 바람도 시원하고 공기도 맑고 물도 맑고 해도 맑고.

다 맑았지.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어도 드런 게 한 개도 없었어. 다 맑고, 다 이뻤지..     


나는 그때 겨자색 미니스커트에 연한 연두색 부라우스를 입었어. 그때 우리 다섯이 색색으루다 옷을 입어서는 놀러 나갈 때 주인집 아줌마가 우리더러 꼭 무지개떡 같다고. 얼마나 깔깔거렸는지 몰라.

하나는 빨간색, 하나는 보라색.. 지 꼴리는데로, 있는 옷 중에 젤로 화사한 걸 입고 나갔지.


선구리는 우리께 아니야. 아는 언니한테 하나 빌려 들고 가서 돌아가면서 지꺼 마냥 쓰고 찍었어. 누가 알겠어. 내 껀지 빌린 건지. 사진에 그런 건 안 보이니까. 그냥 보이는 게 전부인 것처럼 보이잖어 사진은..

그때 날리던 여배우들 따라서 똥 폼 잡고.. 내가 김지미다- 생각하면서 허리에 손을 척 짚고 멀리 하늘 보는 시늉하고.. 지랄들을 떨었지 지랄들을..      


사내들은 우리가 공순인 줄 잘 몰랐어. 대학 다니는 학생인 줄 알기도 하고 회사 댕기는 아가씬 줄 알기도 했어. 절대 말 안 했지. 공장 댕긴다고. 그냥 갸들이 생각하는 대로 아리송하게 웃고만 말았어. 첨엔 거짓부렁 하는 거 같아서 맘이 좀 그랬는데, 냅뒀어. 죽을 짓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먼처 얘기 꺼낸 것도 아니고. 니들 좋을 대로 생각해라, 냅둬버렸어. 착각하라고 기냥 내비 뒀어.      


고 사진 찍어준 애들은 인천서 대학 다니는 애들이라는데, 사실 우리도 갸들 말 안 믿었어. 하여간 그 놈들 서이 중에 하나가 사진기를 갖고 있었어. 취미가 사진이라나.. 갸는 별로 말도 없고 얌전했는데 옆에 두 놈이 능글능글 말을 잘하더라고. 나중에 우리 주소를 알려주는데 나는 고 사진 찍은 놈한테 알려주고 싶은디 생판 기대도 안 한 놈이 자꾸 들이대면서 물어 쌌더라고.


어쨌든 고마워서 우리가 하드 하나씩 사서 돌리고 같이 해변 가서 좀 쭈뼛거렸지.. 서로 힐끗힐끗 가자미들처럼 눈알만 열심히 굴리고..       


근데 신기하네..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이르키 다 기억이 나냐.. 아침에 들은 것도 기억 못 해서 맨날 아이고 죽어야지 하는데.. 아직 갈 때는 안 됐나 봐. 이르키 옛날 기억을 잘하는 거 보면..     


고때 지금처럼 핸드폰 같은 게 있었으면 몰르지. 고 중에 연결돼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했을지..

그러고 나서 한 달쯤 있다가 진짜로 우편이 왔어. 그냥 수작 부리느라고 한 말인 줄 알았는데 진짜루 사진을 보내왔더라고.


빠꼼이들은 주소 보면 그 동네가 어떤 애들 사는 덴지 눈치 까고, 그냥 입 싹 씻는 게 보통이었거든. 우리 다 기대도 안 하고 까먹고 있었다니까. 기냥 하루 잘 놀았으면 됐다 했는데, 진짜로 보내왔드라고. 입 무겁고 곱상했던 찍사 놈이 보낸 거 같어. 능글거리던 놈 이름이 아니더라고 봉투에 적힌 이름이.     


고맙게도 하나하나 선구리 쓰고 찍은 독사진이랑 다섯이 무지개 떡마냥 죽 들러붙어 찍은 사진이랑 그르키 여섯 장이 들어있대. 각자 지 사진 하나씩 나눠 갖고 같이 찍은 건 방에 떡 붙여 뒀지. 나중에 하나 둘 공장 떠날 때까지 죽 그렇게 벽에 붙어 있었어.     


지금은 고 다섯 중에 두이는 죽고 하나는 아들네랑 미국 이민 간다고 가버리고, 여직 도시 사는 건 둘 밖에 없네. 미국 간 연자가 젤로 마지막으로 그 방을 나왔는데 갸가 미국 갈 때 벽에 있던 사진을 들고 갔다대. 나중에, 몇 십 년 지나고 하나 남은 미순이한테 들었어..

미순이 고것은 그르키 원천 유원지를 들락거리더니 거서 장사하던 동네 총각 만나 결혼했거든. 갸가 대박 났잖아. 거가 무슨 신도신가 가 돼서 돈방석에 앉았다니까. 미순이가 그르키 될 줄 아무도 몰랐는데.. 우리 중에 젤 호박이었거든..     


어트기.. 여태 씨부린 걸로 그림이 그려지나..? 지금 너무 쭈글거려서 고때 얼굴이 그려질라나 몰르겠네.. 아예 달러. 이렇게 안 생겼다니까. 통통하고 뽀송뽀송하고 샐쭉하니 이뿌다는 소리 많이 들었어 내가.    

  

근데..


좀 다르게 생겨도 괜찮어.. 그냥 비슷만 해도 나는 상관없어.. 내 기억 속 사진이랑 진짜 사진이랑 똑같은지 솔직히 나도 잘 몰라..

그 사진 안 본 지도, 잃어버린 지도 오래라 솔직히 똑같은지 구분도 못할 거야 아마..          



얘기를 듣고 있으니 고객님의 젊은 시절 행복한 순간들이 저도 그리워지네요. 힘든 일도 많았겠지만 특별한 시간들이었다고 생각돼요.     


고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를 토대로 당시의 자료를 활용해 만들어 봤어요.      

어떠신가요?          



아고.... 아고....     



색감과 배경의 수정을 원하시면 말씀해 주세요.     



뭔 일이야.... 이게 무슨 세상이야....

어트기 알았대. 고때 나를.. 어떻게 고때를 볼 수 있는가..? 내 머릿속을 볼 수 있는가?

신통하네.. 아고 진짜 신통방통이네...     



사진이 마음에 드시나요?

현상을 원하시면 현상 버튼을 수정을 원하시면 수정 버튼을 눌러주세요.     



수정이 뭐가 필요하겠어. 고때가 맞는데..

이거면 됐지.. 비슷만 해도 됐지.. 내가 맞으니까 됐지..

고맙소.. 원래 흑백사진이어서.. 기껏 멋 부린 게 잘 안 보여서 아쉬웠는데..

칼라로 보니 좋으네.. 멋 부린 거 고대로 나와서 좋으네.

내가 말했잖어. 이뻤다고..


활짝 핀 꽃이었네..

고때 내가.. 이르키 이뻤네..          



현상          



고마워.. 고맙습니다..       


   

고객님. 안녕히 가세요.     







* 다음 글들은 예정된 날짜보다 조금 늦게 발행될 예정입니다.. 좀 더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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